군대 동기들
*표지사진: (왼쪽부터) 윤원, 상영. 또 다른 멤버 원덕은 미국여행중..
내가 군대갈 시절엔 잠시 석사장교라는 희한한 제도가 있었다. 석사학위 소지자들 상대로 국가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중에 뽑힌 사람들을 경북 영천 3사관학교에서 4개월간 훈련을 시킨 후, 전방에서 2개월을 보내게 한 후에 소위 계급장을 주고 바로 전역을 시켜버리는 제도였다. 그당시 5.6공 군부 핵심 인물들의 자제들의 군복무를 짧게 해결하려고 만든 제도였다. 그때 시험지원서를 낼 때와 합격 후 입소때에 똑같은 질문을 받았었다. 친척 중에 사회지도층 인사가 있는냐는 희한한 질문. 시험지원서를 낼 때, 그 질문을 하길래, 그런 친척이 없었던 나는 되물었다. "제 지도교수는 해당이 되나요?" ㅋㅋ 그당시 내 주위에는 대학교수님이 유일한 사회 지도층 인사였으니까.. 담당자가 콧웃음을 치며, 아니, 군장성이나 국회의원, 정부고위관료 없어요? 라고 다시 물어왔다. 없어요, 쩝. ㅋ 별자리 아들/사위들의 군대임무의 축소를 그럴듯하게 합법적으로 포장하기위해 보통인들의 자식들도 뽑혀 그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때, 평생 친구들을 만났다. 그 군대생활을 같은 중대 같은 내무반으로 시작했다는 인연이었다. 군대 나온 직후에는 같은 내무반 출신 6-7명 정도 한두번 만난 기억인데, 다들 사는게 바빠, 그 숫자는 네명으로 줄었다. 상영, 나, 원덕, 윤원 (가나다라 순). 이 친구들 셋은 내가 한국에 올 때마다 꼭 연락을 해서 만나는 군대친구들이다. 그당시는 새파랗던 우리가 이젠 백발이 되었거나 되어간다..
오늘 윤원, 상영과 만났다. 간단한 점심 후, 창비까페에서 커피/케익을 앞에 두고 한담을 나누었다 (표지사진). 원덕이는 미국여행 중이어서, 오늘은 오지 못했고, 몇주전에 이미 만났었다. 이 친구들은 몸도 마음도 편하다. 나와 취향이 비슷하여, 술도 한두잔 밖에 못해 (상영이는 전혀 하지 않는다), 간단한 점심 후 까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기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셋 모두 지식과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대화를 아주 부드럽게 잘 이끌어나가는 재주들이 있어서, 어눌한 나는 그저 스폰지처럼 잘 듣고 가끔 추임새만 넣어주면 된다. 몇주전에는 일본통인 원덕과 윤원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도시계획을 가르치며 최근에 일본 소도시를 시찰하고 온 상영이가 그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어, 수학을 가르치나 매우 방대한 다방면의 독서량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모든 산과 절/유적지들을 다 다녀본 윤원의 이야기로 시작된 국내여행지로 대화가 이어져, 북한산, 개룡산, 한라산, 설악산, 속리산, 망우리, 고창, 경주, 익산 미륵사지, 부여 정립사지 석탑, 한라산, 내장산, 유배지로서의 제주도, 김정희, 등등 수많은 산/절/유적지 등등이 언급되었다. 흡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축소판이랄까. 그리고 카자크스탄, 우즈벡크스탄, 힌두교가 나오고.. 그러다보니, 벌써 3시간반이 훌쩍 넘었다.
이런 친구들과의 우정을 오랜 시간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겐 참 행운이다. 다음에 한국에 올때는 꼭 넷 모두 다 한자리에 모여야겠다. 나이가 드니 친구들의 우정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