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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Aug 19. 2023

<오펜하이머> 3, 현대과학기술의 본질

강제성

*표지사진: 중성자와 우라늄-235의 핵반응


원자탄은 현대과학기술의 강제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가 구슬을 두 유리잔에 지속적으로 넣는다. 하나는 커다랗고 하나는 작은 유리잔이다. 커다란 잔에 넣는 구슬은 동위원소 우라늄-235 (235U)이 농축된 우라늄의 일정량을 의미했고, 작은 잔에 넣는 구슬은 플루토늄(239Pu)의 일정량을 의미했다. 그 두 유리잔이 꽉 차면, 원자탄에 쓰여질 두 동위원소가 충분히 만들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이 두가지 동위원소는 중성자와 충돌을 하면 핵분열이 일어나는데 그 핵분열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원자탄이 되는 것이다. 우라늄-235를 예로 들어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보자. 하나의 중성자(n)가 하나의 우라늄-235(235U) 원자를 때리면 우라늄의 핵분열이 일어나 바륨(Ba)과 크립톤(Kr)원자로 쪼개지며 세개의 중성자와 202.5MeV라는 높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수식으로는 다음과 같다.


n+235U -> Ba + Kr + 3 n + 202.5 MeV


그렇게 생성된 세개의 중성자가 세개의 우라늄-235원자를 각각 때리면 3^2=9개의 중성자가 생기게 되고 그 9개가 다시 똑같은 충돌을 하면 3^3=27개의 중성자와 4 x 202.5 = 810 MeV의 에너지가 분출되고... 이러한 반응이 연쇄적으로 순식간에 m-번 일어나면, 최대한으로 3^m 개의 중성자와 3^(m-1)*202.5MeV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원자는 대부분 (99.3퍼센트) 238U이고, 원자탄에 쓰이는 동위원소 235U는 0.7퍼센트에 불과하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은 대략 56킬로그램의 우라늄으로 만들어졌는데, 235U이 85퍼센트이상으로 내재해 있었다. 그러니까 인위적으로 235U 동위원소를 농축한, 핵무기로서의 이용기준을 만족시키는 (weapon grade) 우라늄이었다. 맨하탄프로젝트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정은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 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 이 농축과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막대한 과정이다. 맨하탄프로젝트의 총예산이 그당시 2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예산이었는데, 그중에 오크리지연구소의 예산이 가장 많았고 그 예산이 오펜하이머가 주도한 로스알라모스에서의 연구예산의 13배가 넘었다[1]는 사실은 자연산 우라늄을 무기용 우라늄으로 농축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반증한다 하겠다. 이렇듯 원자탄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인위적이고 강압적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기술이란 원래 물질에 내재한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무를 깍아 의자를 만드는 것도 한 기술이다. 근대기술이 그러한 전근대기술과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점은, 바로 강제성이다. 그리고 파괴적이다. 원자탄이 대표적인 예다. 강제적이고 파괴적인 근대기술. 고삐가 풀리면, 그러한 기술이 인간과 자연에 저지르는 폐해는 막대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자료:

[1]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066845/manhattan-project-cumulative-costs-facility/#:~:text=From%20August%201942%20until%201945,U.S.%20dollars%20in%20operational%20c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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