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아는 지인 모임을 잠실에서 가졌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서로의 이야기와 수다에 식사 후 티타임 시간이 늦어진지도 모르고 옆 오피스텔에서 시끄럽다는 항의가 들어오고서야 시간이 너무 지났음을 깨달았다. 일산과 신정동으로 가야 할 두 명은 급히 짐을 챙기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후루룩 한 뒤, 잠실에서 마지막 전철을 탔다.
신정역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야 되는 상황.
남은 시간은 5분이었다.
길 찾기 웹을 열어보았지만 출구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 순간 나는 직감에 이끌리듯 8번 출구로 뛰어나왔다. 숨이 헐떡이고 왼쪽 발목의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지만 그냥 계속 뛰었다. 최근에 내가 이렇게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뛰어본 적은 정말 없었다.
익숙한 올리브영과 커피숍이 보였는데, 직감적으로 막차 버스가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짜릿함이란.
그 많은 출구에서 어떻게 8번 출구로 나왔을까.
사실 안경을 쓰지도 않았고 직감적으로 몸을 움직였기에 며칠 동안 그 느낌이 남았다.
단순한 귀가가 아니라 오랜만에 나의 직감을 믿고 뛰었던 그 몸의 느낌과 여운이었던 것 같다.
설레고 짜릿한 그 느낌.
돌아보면 내 삶의 중요한 선택에는 결국 나를 믿는 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이끌림과 선택을 믿는 것.
어찌 보면 나의 삶 속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과 선택의 간절함과 아쉬움으로 움직였던
행동이나 선택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했다.
하루의 마지막.
선택의 마지막.
더 이상 놓치면 안 되는 긴박함은 있을지라도
결국 그 여정에서 무사히 집으로 도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남편은 막차 이후에 심야버스도 있다면서 왜 뛰어났며(?) 차분히 알려준다.
그 시간까지 안 다녀봤으니 나는 몰랐지.
맞아. 막차를 놓치면 심야버스가 있구나.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그 긴장과 설렘으로 오랜만에 전력질주해서 뛴 내 몸의 감각이 싫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긴장과 조급함이 아니라. 다른 대안도 있다는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몸의 느낌과 신선한
생각을 가지고 나를 낯설고 새롭게 이끌리며 가보기로 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주에 낯설지만 새롭고 기분 좋았던 순간을 몇 개 적어본다.
힐링요가 시간인 줄 알았는데 사실 하타요가 수업이라 앞벅지가 찢어지는 줄 알았던 시간.
코로나 이후 오래간만에 간 목욕탕에서 여유롭게 뜨뜬한 물에 몸을 담금질한 시간.
맛집 추어탕집이 당길 때 처음으로 혼자 가서 뻘쭘함을 뒤로하고 맛깔나게 먹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