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사거리에는 '푸주옥'이라는 큰 설렁탕 집이 있다. 출입구 안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어 뼈를 삶는 김이 늘 피어오르면서 좋은 뼈 국물을 우려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뼈를 삶는 증기가 아니라 허한 마음을 달래주고 채워주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 집 사거리의 푸주옥의 설렁탕이 그렇다.
독박육아로 힘들고 지쳤을 때 허겁지겁 먹어치우던 설렁탕 한 그릇은 허기 이상의 새로운 에너지원이었다.
뽀얀 국물처럼 내 뱃속부터 뭔가 뽀얗게 새롭게 차오르면서 다시 몽글몽글한 가마솥의 흰 연기처럼 다시 힘을 내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온기가 채워지는 것 같다. 뜨끈한 국물에 억울하고 지친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파김치다. 전라도가 고향인 우리 엄마가 만든 파김치. 파김치는 지치고 뭔가 입맛이 없을 때 신기하리만큼 나의 입맛을 돌아오게 만드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매콤하고 알싸한 파김치 특유의 향과 맛이 늘어졌던 나의 몸을 다시금 빠릿빠릿하게 돌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친정어머니는 돌아가셔서 시어머님이나 내가 좋아하는 남도반찬의 파김치로 대체하고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일방적으로 당한 날.
제대로 뒤통수를 한방 맞은 것 같은 정말 어이없고 황당한 그런 날.
50년 넘게 살았지만 여전히 생각하지 못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타격감은 여전히 힘들고 아프다.
다행히 내가 힘들고 아픈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채워줘야 할지를 조금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퇴근 후 요가를 가고,
남도 반찬가게의 파김치를 사서,
설렁탕을 포장해서
야무지게 한 상 차려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