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첫 공간을 만드는 일

with. 우수아 woosua

by taeinkim

브랜드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클라이언트가 의뢰를 하고, 첫 미팅을 준비하는 시간은 나에게 언제나 설렘으로 남는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공간이 앞으로 어떤 얼굴을 가지게 될지 상상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수아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다.

이곳의 주요 고객은 아이들과 엄마들이었고, 그 조합 자체가 나를 설레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엄마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자연스럽게 시각적인 요소와 안전성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고, 가구의 디테일 하나까지도 아이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유독 ‘첫 공간’을 많이 맡는 편이다.
브랜드의 첫 쇼룸, 신혼집, 혹은 운영을 이어오다 리브랜딩을 결심한 공간들.
되돌아보면 첫 시작을 알리는 공간을 함께 만든다는 일은 언제나 벅찬 감정을 남긴다.
공간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가 처음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수아는 이미 셀프 인테리어로 운영되고 있던 공간이었다.

교육 주제에 따라 수업이 바뀌는 구조라 소품이 많았고, 시간이 흐르며 바닥의 평탄도나 동선의 불편함이 눈에 띄기 시작한 상태였다.
특히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손을 씻기 위해 이동하는 복도는 좁았고, 그 작은 불편이 반복되며 공간의 흐름을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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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전 운영중의 우수아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수업 장면을 오래 관찰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게 공간을 사용한다.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뛰고, 어떤 지점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지.
그 행동 하나하나가 공간이 바뀌어야 할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우수아의 운영자는 밝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수업을 지켜보는 동안 나조차 참여하고 싶을 만큼 즐거운 분위기였고,
그 장면을 보며 이곳은 일반적인 미술학원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정과 상상을 존중하는 공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리브랜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메시지는
‘아이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자유로운 상상’이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그래픽 요소나 색감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직관적이면서도 아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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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아 그래픽 스토리텔링 영상




공간의 방향을 정하며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부모는 어떤 공간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할까?”
유치원 놀이방처럼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
자유로워 보이되, 은은하게 신뢰가 느껴지는 공간.
그 균형이 우수아의 첫 공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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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 역시 사용자 경험을 기준으로 재구성했다.
기존의 수업 공간은 유지하되,
수업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아이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대기 공간을 배치했다.
벽 쪽에는 수납 스툴을 두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했고,
입구에는 리셉션을 배치해 입·퇴장 시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마주칠 수 있도록 했다.
수업 후 손 씻기 동선의 문제는 수업 공간 내 세면대를 추가해 해결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공간의 리듬은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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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대기하시는 수납 스툴


색감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드와 화이트를 기본으로 한 따뜻한 바탕 위에 다양한 컬러를 더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했다.
미니멀하지만 단조롭지 않게, 아이의 감정과 부모의 시선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톤을 목표로 했다.


공간이 완성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설렘이었다.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래서 완공 이후 간단한 보수를 위해 방문할 때마다 나는 늘 수업 시간을 기다리며 그 장면을 지켜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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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는 이후 분점 확장을 이야기했고, 다음 공간도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그 한마디는 이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갔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우수아의 변화는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다.
방배동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멈췄고, “여기는 어떤 곳인가요?”라는 질문이 잦아졌다.
미술학원이라는 기능을 넘어,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기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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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당장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지는 ‘기억의 지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 가능성을 공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첫 공간은
큰 기획이나 화려한 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마음을 읽고,
그 결에 맞는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감정을 담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첫 공간을, 첫 문장을 만드는 마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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