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은 당신이 살기를 바란다.

상처입은 것들

by 기로긴

학교에 앉아있다. 옆자리에는 아는 친구가 앉아있다.

그 친구와 나는 커다란 접점은 없다. 그저 같은 반이었고, 고3인 지금도 같은 반인. 딱 그 정도.


친구는 늘 팔토시를 하고 다니는데, 오늘은 팔토시를 하지 않았다.

팔토시가 늘 덮고 있던 팔,

펜을 잡고 있는 오른손 맞은편에는 상처투성이인 왼쪽 손목이 있었다.


손 바로 아래부터 팔이 접히는 부분까지, 나이테처럼 그어진.

이제는 새살로 덮여 흰빛을 띠는 어스름한.

상처

가지런하면서도 폭력적인 느낌을 주는 상처.


나는 그 상처를 훔쳐보며, 너는 무엇이 그토록 고단했을까 생각한다.

그때는 분명 붉고 피투성이였을 그것이, 지금은 차분히 아물어 있다는 사실이 문득 어떤 깨달음처럼 다가온다.


너의 몸은 너를 살리고 싶었구나


살아 있는 것들은 때때로 상처 입고, 상처 주고, 휘청이며 주저앉는다.


그러나 그 속을 살아주는 생명이라는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지독한 회복이기에


당신은 또 한 번 아물고, 다시 일어서게 된다.


생명은 연약하지만 질기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며, 동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과 같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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