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20)

1. 몽골제국과 양자강

by van

아들의 부상


이번엔 왕칸이 자무카 편에 붙었다.


도무지 믿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는 자무카와 동맹을 맺고 반 테무친 전선을 형성했다. 애초부터 왕칸은 테무친과 자무카의 알력을 은근히 즐겼다. 세력이 약한 테무친 편에 서서 보다 강한 자무카를 견제했다. 하지만 테무친이 몽골 초원의 새 강자로 부상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테무친은 그와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보다 유화적 방식을 택했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국가 간 외교에서 가장 흔한 혼인 전략이었다. 성사만 되면 왕칸의 마음을 돌려놓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큰 아들 주치와 왕칸의 딸의 혼인을 추진했다. 왕칸은 테무친의 제안을 거절했다. 내부적으로 왕칸의 아들이 이 혼인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로써 테무친과 왕칸의 사이는 영영 멀어졌다.


테무친은 모욕을 당했다. 그의 부하들이 발끈했다. 테무친과 부하들 사이에 왕칸과의 전쟁 이야기가 오고갔다. 테무친은 신중을 기했다. 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왕칸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진심과 호의는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왕칸이 뒤늦게 승낙 의사를 전해왔다. 테무친의 맏아들 주치와 자신의 딸 혼인을 허락한 것이다. 왕칸으로부터 축하연부터 열자는 제안이 왔다.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석연치 않은 점이 느껴졌다. 테무친의 부하들은 축하연에 가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유방과 항우 사이에도 ‘홍문의 연’이라는 함정이 있었다. 유방이 살아 돌아오긴 했으나 아찔한 순간을 넘겨야 했다.


왕칸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테무친을 곤경에 빠트렸다. 그때마다 테무친은 사선(死線)을 넘나들어야 했다. 테무친은 왕칸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약간의 호위 병력만 대동한 채 길을 나섰다. 도중에 왕칸의 수하 하나가 몰래 테무친을 찾아 왔다. 하루면 왕칸과 만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축하연은 미끼고 실상 테무친을 해치기 위한 음모라는 정보를 일러주었다.

테무친은 서둘러 군사들을 모았다. 아군의 수는 적고, 적은 지척에 있었다. 강을 끼고 첫 전투가 벌어졌다. 테무친의 군대는 워낙 수적으로 열세였다. 테무친은 퇴각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셋째 아들 우구데이(나중에 2대 황제로 등극)와 장수 몇몇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나타났을 때 우구데이는 목에 화살을 맞아 부상당한 상태였다. 아들을 발견한 테무친은 눈물을 흘렸다. 테무친이 부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테무친은 죽을 때까지 다시는 울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