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몽골제국과 양자강
끝없는 도주
이런 아버지도 있었다.
부자지간의 고사 가운데 유방의 경우가 가장 흥미롭다. 유방은 항우를 누르고 한(漢)을 세운 한고조를 말한다. 진시황의 천하대업이 무너지면서 여기저기서 반란이 일어나자 시골 건달이었던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천하대란의 결승전은 항우와 유방의 대결로 압축됐다. 항우는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었다. 항우는 진과의 싸움에 앞서 강을 건넌 후 타고 온 배를 가라앉혔다. 밥 해먹을 솥마저 깨트려 버렸다.
이른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기다. 먹을 것도 돌아갈 배도 없어졌으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는 리더의 결단이었다. 항우는 늘 이겼고, 유방은 항상 그에게 쫓겨 다니는 고단한 삶이었다.
한 번은 도망 다니던 유방이 자신의 수레에 탄 아들을 밖으로 내던졌다. 수레의 무게를 줄이면 그만큼 빨리 달아날 수 있어서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랬다. 그때마다 수하들이 아들을 구해냈다.
자신의 아버지와도 웃지 못 할 일화를 남겼다. 항우가 유방의 아버지를 인질로 붙잡고 항복을 요구한 적 있었다. 너희 아버지를 삶아서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유방은 “아버지를 삶거든 국 한 사발만은 내게도 나눠주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로도 아들로도 영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천하를 얻었다.
테무친의 도주는 끝없이 계속됐다. 왕칸에게 테무친은 필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를 살려두면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다. 풀을 없애려면 당연히 뿌리 채 뽑아 버려야 한다. 자연의 엄연한 생존 원리를 추격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추격은 집요했다.
순서
1. 몽골제국과 양자강
2. 이스라엘과 요단강
3. 박정희와 한강
4. 로마제국과 루비콘강
5. 러시아혁명과 네바강
6. 1차 대전의 뫼즈강
7. 망각의 강 레테
테무친은 북으로, 북으로 달아났다. 기약 없는 도망자 신세였다. 십 여일이나 헤맸을까. 아득히 바이칼 호의 푸른 물결이 보였다. 지상에서 가장 많은 담수를 품은 거대한 호수다. 더 이상 달아날 곳은 없었다. 부대원들은 모두 흩어진 상태였다.
그의 곁에 남은 병력은 고작 19명. 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도모하겠나. 여기서 끝인가 싶었다. 모두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야생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오웬 라티모어가 말한 대로 딱 알맞은 시기에 등장한 상스러운 동물이었다.
위대한 텡그리(하늘)가 보내준 선물 아닐까. 테무친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선 배부터 채워야 했다. 전사들은 땅에 피를 적시지 않은 채 말을 잡았다. 배가 부르자 비로소 목이 마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에는 온통 흙탕물뿐이었다. 전사들은 일제히 몸을 숙여 그 물을 마셨다.
그런 다음 테무친은 일일이 부하들을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