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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 Apr 04.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51

2. 이스라엘과 요단강

믿음의 조상 

    

모든 것은 한 사람에게서 비롯됐다.   

   

저명한 유대교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는 “그에게는 신앙적 삶의 전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약성경에 나타난 그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많은 민족의 아버지’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 의해 공히 ‘믿음의 조상’으로 받들어진다. 서로 어울리기를 거부해온 세 종교의 같은 뿌리다. 절묘한 불일치가 아닐 수 없다. 


레비나스의 말처럼 그는 신앙적 삶을 살았다. 어떤 신앙 DNA가 그를 순정의 유전자로 인정받게 만들었을까. 믿음은 그곳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일단 받아들여지면 합리적 의심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철학자 로버트 피어시그가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펼친 주장은 흥미롭다. 

“한 사람이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 부른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 한다.”


아브라함의 인생은 모순에 가득 찼다. 그의 후손인 야곱, 모세, 다윗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브라함의 전반기 생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게 없다. 마치 30살 이전의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성서를 쓴 기자들은 굳이 기록해 두지 않아도 될 부문에 대해선 놀랄 정도로 냉담했다. 


고향 우르를 떠났을 때 그의 나이는 75세였다.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그의 삶은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유프라테스 강의 풍요로움을 간직한 우르는 지상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아브라함이 이 도시를 떠나는 순간부터 성서는 그의 삶을 추적했다.      

 

그의 목적지는 가나안이었다. 원래 목적지는 아닐 수도 있다. 사막을 떠돌다가 우연히 정착한 곳인 지도 모른다. 다만 창세기를 쓴 모세는 아브라함의 최초 목적지를 가나안이라고 못 박았다.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신명기 26:9’ 이다. 하지만 실제 가나안은 그렇지 않았다. 가나안은 오히려 척박한 땅이다. 아브라함이 떠나온 우르에 비하면 메마르기 그지없다. 노인은 뉴욕을 떠나 서부의 황야로 이주한 셈이다. 


아브라함은 318명의 종자를 거느린 꽤 유복한 히브리 족장이었다. 70대 노인이 왜 도시의 안락함을 떠나 광야로 향했을까. 70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정을 선택할 나이다. 


가나안에선 하늘만 올려다 봐야한다. 비는 애처롭도록 적게 내린다. 그가 떠나온 유프라테스 강 유역은 물이 넘쳐난다. 그곳이 상수(常水)라면 가나안은 천수(天水)다. 그런 점이 종교의 탄생과 성장에는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하늘에 의지하지 않으면 농사를 짓기 힘들었으니까. 


가나안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우기다. 그 시기에 충분히 비가 내리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 아브라함은 고난의 시기를 맞으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버리고 이집트로 내려갔다. 이집트는 우르나 다름없다. 비는 적게 내리지만 풍요로운 나일 강 덕분에 물 걱정은 하지 않았다.      

 

가나안 사람들은 아브라함 가족을 ‘히브리 사람(Hebrew)’이라고 불렀다. ‘강을 건너 온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강은 요단강을 의미한다. 신은 아브라함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명했고, 그는 군말 없이 따랐다. 


아브라함은 신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아들을 죽이라는 신의 명령에도 순순히 따랐다. 사도 바울은 그로 인해 “아브라함이 의로움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당초 아들을 그에게 약속한 쪽은 신이었다. 


그런데 도로 거두어가려 했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약속을 깬 쪽은 신이었다. 줬다가 빼앗는 것은 아니 준만 못하다. 이미 소유권은 넘어 왔다. 그런 다음 빼앗으면 약탈이다. 


신은 아브라함에게 “고향을 떠나 가나안으로 가면 너에게 복을 주어 큰 민족을 이루게 해 주겠다-창세기 12:1”고 약속했다. 민족을 이루려면 자식이 있어야 한다. 그의 아내는 이미 완경을 넘겼고 아직 아이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들을 낳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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