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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 Apr 14.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61

2. 이스라엘과 요단강

다윗과 골리앗 


다윗이라는 이름은 구약성서에 600번 이상, 신약성서에 60번 이상 나온다. 오늘 날 미국에서 가장 흔한 남자이름(David)이기도 하다. 원래 다윗이라는 이름에는 ‘사랑 받는 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름값을 제대로 한 셈이다. 


다윗은 복잡한 인물이었다. 이스라엘을 일으킨 왕으로, 또 메시아의 조상이라는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한편 감추고 싶은 추한 과거도 많았다. 그의 진면목은 첩첩산중이고 오리무중이다.

 

다윗은 원래 평범한 목동이었다. 다윗이라는 자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이 누구냐? -사무엘 상 25:10 이런 말이 나올 만큼 다윗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그가 “한 사람의 생애가 온 세계 문학의 소재가 된 것은 다윗이 처음이다(역사가 바루크 핼펀)”고 할 만큼 대단한 인물로 변신했다. 


한 유대교 랍비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다”고까지 말했다. 오직 신만이 그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윗의 인생은 고스란히 장편 드라마다. 한낱 목동에서 왕이 됐는가 하면 늘 쫓기는 신세였다. 그에게 아슬아슬한 추격전은 일상이었다. 끊임없이 살해 위협에 노출됐다. 협박범 가운데는 자신의 아들도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인물이다. 신을 찬미하는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긴 시인이었지만 부하의 여인을 빼앗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비정한 남자였다. 


그의 인생은 고단했다. 음모와 배신이 늘 주변을 맴돌았고, 상승과 추락의 혼돈이었다. 찬사와 비난은 그를 벗어난 적 없었다. 그래도 많은 미국 어머니들은 여전히 잠들기 전 아들에게 다윗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거인 골리앗만큼 다윗을 빛나게 만드는 배역은 없다.      

   

신학자 유진 피터슨은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위대한 동화다”고 말한다. 다윗의 동화에는 뛰어난 스토리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극적인 역전 플롯이 숨겨져 있다. 주인공 다윗은 형편없는 주인공이다. 도저히 상대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나약한 소년이다.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모습을 상상할 때 우리 뇌를 자극하는 연민은 몰입감과 카타르시스를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마치 복싱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과 챔피언의 차이 같다. 주인공 록키는 서른 살을 넘긴 무명 복서다. 

사채업자에 고용돼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삼류인생이다. 그의 상대인 챔피언은 근사한 무패의 핵주먹이다.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하는 관계)의 위세가 두드러질수록 독자는 더 깊이 자신을 이야기 속으로 빠트린다. 


다윗은 아직 소년이었고 골리앗의 신장은 2m를 넘겼다. 다윗은 성장 호르몬을 미처 다 소비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어머니가 이 둘의 신체조건을 맛깔나게 설명하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다윗 쪽으로 훅 기울어지고 만다. 


몇 가지 보조기구도 활용됐다. 다윗은 어른들의 갑옷조차 몸에 맞지 않아 맨 몸으로 출전했다. 상상해 보라.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자신의 처지와 쏙 빼닮은 한 소년과 그보다 두 배나 더 큰 거인이 마주서 싸우려 하고 있다. 


이때 또 하나의 숨겨 논 장치가 등장한다. 골리앗이 들고 있는 어마어마한 쇠로 만든 무기다. 블레셋 장수인 골리앗은 철제 칼을 들고 있었다. 아직 이스라엘에는 없는 무기였다. 


이스라엘은 고작 청동기 시대였고, 블레셋은 이미 철기를 받아들였다. 21세기 다윗과 골리앗의 후예들 무기는 정반대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팔레스타인의 돌팔매(사제 로켓포)를 쏙쏙 집어 삼킨다. 


지중해 크레타 섬에서 건너 온 블레셋 민족은 일찍 철제 문명을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의 무른 청동기 칼은 철제 칼을 제대로 막아낼 수 없었다. 많은 이스라엘 장수들이 나가 떨어졌다. 하물며 다윗의 손에 들린 무기는 돌이었다. 철기와 석기시대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승자는 석기시대였다. 다윗은 돌팔매질 한 번으로 보기 좋게 거인 골리앗을 꺼꾸러뜨렸다. 이스라엘 군사들의 앞에 서서 큰소리칠 때만해도 골리앗은 수 천 년 후 자신의 이름이 조선소의 거대한 기중기에나 쓰이게 될 줄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유대인 남성들의 돌팔매질 솜씨는 매우 뛰어났다. 성서에 ‘베냐민 지파 용사들은 돌을 던지면 조금도 헛되지 않았다 –사사기 20:16’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였다.   

   

이들의 대결은 허구일 수도 있다. 최소한 상당한 과장이 섞여 있을 것이다. 유대교 랍비 데이비드 울프는 골리앗 사건을 다윗을 소개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심오한 장치로 파악하고 있다. 


골리앗은 단지 도구로 쓰였다. 그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무기가 단단하고 날카로울수록 주인공 다윗은 돋보이게 된다. 그의 뛰어난 체격과 블레셋의 강력한 철제 무기는 결국 다윗이라는 주인공을 위한 밑밥에 불과했다.       


극적으로 무대에 등장한 다윗은 이스라엘을 바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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