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이번에는 세 번째 산업혁명을 촉발시키는데 있어 석기 시대 불의 존재처럼 없어선 안 될 컴퓨터의 등장과 그 급격한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80년대에 컴퓨터 학원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과 후 컴퓨터 학원에 가서 8비트나 16비트 컴퓨터로 도스(DOS) 작동법을 익히고, 간단한 프로그래밍도 해보고 또 학원을 가는 근본 목적이었던 게임도 해보고 했을 텐데요.(웃음) 그때 컴퓨터의 역사를 배우면서 하도 달달 외워 각인이 된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ENIAC)’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버전은 에드삭(EDSAC), 에드박(EDVAC), 유니박 I(UNIVAC-I) 순으로 이어지는 단순 암기용 지식을 그냥 의미 없이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쉬운 건 제게 이런 역사를 설명해주던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 모두 실은 본적도 없고 어떻게 구동되는지도 불확실한 가공의 지식을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진공관은 알겠는데 그것이 어떻게 컴퓨터로서 연산이 가능했는지를 알기를 원했지만 관련 자료도 없고, 아는 이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사진처럼 그저 엄청난 크기의 컴퓨터였다는 것과 전기를 무지하게 많이 소모했다는 것밖엔 지식의 확장을 기대하긴 어려웠죠.(웃음)
그러다 몇 년 전에 강의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유튜브에서 오랜 숙원을 풀 수 있게 되었는데,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개발해 운용 중이던 에니악의 영상을 드디어 보게 된 것이죠. 마치 게임속의 희귀 아이템을 획득한 것 마냥 저에겐 매우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면 프로그램 설계도로 보이는 문서를 확인하며 바쁘게 코드를 꼽았다 빼며 조합을 바꾸는 여성들이 보입니다. 이배치에 따라 진공관의 연산은 바뀌게 되고, 손으로 하던 작업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수식 연산이 가능하게 되죠. 이때 코드 꼽는 작업을 수행한 사람을 ‘코더(coder)’라 했고 여기서 현재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의미의 ‘코딩(coding)’이 유래되었지요. 또 진공관에 벌레가 자주 들어가 오류를 일으키면서 현재의 ‘버그(bug)’라는 프로그래밍 오류를 나타내는 것도 여기서 유래하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컴퓨터는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가정용 컴퓨터는 일반인들에게 주로 게임 말고는 크게 효용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었죠. 아, 플로피 디스크를 쓰던 시절 여기저기서 출처 불명의 게임 프로그램을 복사해 쓰다가 걸린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그 유명한 안철수 씨의 ‘백신(Vaccine)’을 사용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땐 참 구세주 같은 분이셨죠.
자, 컴퓨터가 등장하고 보급되는 사이 전 세계는 또 하나의 대변혁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인터넷(Internet)’이었습니다. 당시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인터넷은 인간이 발명해 놓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최초의 발명품이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실험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정보화 혁명, 즉 3차 산업혁명이 촉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969년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 목적으로 만든 UCLA와 스탠퍼드 대학교 등 4개 대학이 보유한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ARPANET이 그 시초였습니다. 하나의 작전 기지가 파괴될 경우 통신 체계를 유지하며 전력을 손실시키지 않고자 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입니다.
당시 대학에서 논문 등의 자료를 주고받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다가 점차 수많은 대학교들이 ARPANET에 연결되며 그 규모를 확장하였는데 이에 미 국방부는 ARPANET을 민간용으로 풀어 버리고 이것이 현재의 인터넷 환경의 기반을 갖추었다고 평가됩니다.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연구원인 영국의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 박사는 전 세계의 대학 및 연구소들끼리의 상호 연구를 잘 하려면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문서뿐만 아니라 소리, 동영상 등을 망라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전문 열람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 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월드 와이드 웹(WWW, World Wide Web)’의 탄생이었습니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하이퍼텍스트(Hypertext) 방식과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검색 시스템으로 이는 다음 세 가지 기능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통일된 웹 자원의 위치 지정 방법 예를 들면, URL이 그것이고 두 번째, 웹의 자원 이름에 접근하는 프로토콜(protocol) 예를 들면 HTTP가 해당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원들 사이를 쉽게 항해 할 수 있는 언어로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이 그것입니다. 여담으로 세계 최초로 인터넷에 업로드 된 이미지는 이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a href=“...”>text</a> 구조로 이루어진 HTML 하이퍼링크 명령어는 현재의 초 연결 사회를 있게 한 숨겨진 열쇠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넷이 물리적인 연결을 이뤄 하나의 가상공간을 만들었다면 이 하이퍼링크 기능으로 정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그 공간을 채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