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주인 5호
안녕하세요, 희선님. <우주인터뷰> 시즌2 첫 인터뷰이가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희선입니다. <우주인터뷰> 시즌1에서 인터뷰를 했던 돌범 님의 소개로 시즌2에 참여하게 됐어요. 좋은 기회로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뻐요. 돌범 님에게서 우연히 희선 님의 이야기를 듣고, 꼭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정말 멋져 보였어요. 간호장교로 오래 일하시다가 미국 취업을 준비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얼마 뒤에는 갑자기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네, 맞아요. 유튜브는 아직까지 소소하게 취미로 하고 있어요. 그래도 알고리즘의 은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포부가 있습니다. (웃음)
힘껏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나중에 유명해져도 저희 모른 체하지 말아 주세요. (웃음) 그럼, <우주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우주인터뷰>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이에요.
시그니처 질문
‘게으르고 열정 많은 공상주의자’라고 저를 표현하고 싶어요.
‘게으르고’와 ‘열정 많은’이 한 문장에 공존하는 게 시적인 표현 같아요. 게으르면서 열정이 많다는 게 가능한 걸까 싶은데요. (웃음) 희선 님이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열정이 많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평소 게으른 편이에요. 집에 들어오면 바로 씻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누워 있어도 세상이 망하지 않아’ 이런 마음으로 그냥 누워 있어요. 마감이 임박해서야 할 일을 끝내는 편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이런 미루는 습관은 자신을 너무 믿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감이 임박해 시작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미루는 거죠. (웃음) 오히려 하고 싶은 건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열정 많은 공상주의자’라고 표현했어요.
오, 게으르지만 열정 많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렇다면 희선 님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궁금해요. 주로 무얼 공상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걸 공상하는 편인데요. 최근에는 타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원도 알아봤어요. (웃음) 그림은 전공한 게 아니라서 그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 글씨는 잘 쓰거든요. 글씨 타투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타투를 배워서 수익으로 연결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원하는 친구들에게 작은 타투를 해주면 재밌을 것 같아요.
보통 타투를 하고 싶다는 말은 사람들이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타투를 배우고 싶다, 타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처음 들어봤어요.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워요!
맞아요. 희선 님의 남다른 열정이 느껴져요. 게다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학원까지 알아보는 추진력, 배우고 싶습니다. (웃음) 타투를 배우고 싶어진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갑자기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제가 꽤 즉흥적인 편입니다. (웃음) 이것 말고도 예전부터 생각 중인 게 있는데, 한인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아니면 방 하나로 에어비앤비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글이나 그림을 받아 월간지처럼 주기적으로 책을 내면 좋을 것 같아요. 참여하는 사람에게 숙소 할인을 해주면 참여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또 제가 사진 찍어 주는 걸 좋아하는데, 찍은 걸 보고 친구들이 인생샷 나왔다고 하면 정말 기쁘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온 여행객의 사진을 찍어주는 프로그램도 생각해 봤어요. 같이 다니면서 그 사람의 인생샷을 찍어주는 거죠. 또 외국인들에게는 우리나라 요리도 직접 만들어 주고 문화를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이런 것 외에도 숙소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지 상상해요. 아직 집도 없으면서요. (웃음) 이런 걸 공상하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
맞아요! 그런 걸 상상하는 게 제일 재밌죠! (웃음) 그래도 공상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 이루실 것 같아서 두근두근합니다. 숙박업을 생각 중이시라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시는 편인가요?
사실 두려워요. 두려운데… 만나고 싶어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건 여전히 어려워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은 아니어서, 실제로도 소수의 친구들과 깊게 관계 맺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한 곳에 머물면서 누군가를 맞이하고 도와주고 베푸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비스 마인드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도와주고 싶은 건가요?
맞아요. 그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건 자신 없지만, 경험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 일을 그만두고 나서 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다른 사람들을 맞이하고 도와주는 일을 하면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에 다니면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와, 구체적인 부분까지 고려하시는 걸 보니 나중에 정말 하실 것 같아요. 꼭 놀러 갈게요!!
네, 놀러 오세요! 예전에는 저도 <우주인터뷰>처럼 인터뷰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준비하다가 그만두긴 했지만요. (웃음)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죠? 머릿속에는 항상 다음 계획이 있고 상상만으로는 아주 멀리까지 가 있어요. 제 보석함에 쌓아둔 계획들이 아주 많답니다. 그런데 제가 동시에 여러 개를 하는 건 체력적으로도 힘들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일을 그르친 적 있으세요? ‘일을 그르쳤다’는 게 하루 정도 못하고 넘어갔다는 건지, 정말 일이 잘못됐다는 건지 궁금해요.
음… 생각해 보니 못한 건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건 결국 다 한 것 같네요? 대신 게을러서 남들보다 진행이 더디다는 느낌은 들어요.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자면서 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또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하나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있고요.
결국은 다 해내셨다는 걸 보면 희선 님은 게으른 게 아닌 것 같아요. (웃음) 희선 님이 생각하는 ‘게으르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게으르지 않은 사람은 꾸준히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매일매일 조금씩 시간을 분배해서 규칙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요. 저는 한껏 미뤄뒀다가 불이 붙었을 때야 끄는 사람이라서, 매번 불이 붙기 전에 미리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 게으른 사람들은 완벽주의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완벽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마감이 닥칠 때까지 미룬다고요. 맞는 말 같아요. (웃음)
저도 동의합니다. 저희 같은 ‘게으른’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이 사진은 수원 행궁동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궁을 좋아하는 데다 밤에 가면 불이 켜져서 야경도 예쁘거든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죠? 사진을 잘 보시면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어서 좋아하는 사진으로 꼽아 봤습니다.
와, 여기가 행궁동이었군요? 이 근처에 살고 계시죠?
맞아요. 이쪽에 도서관이 있어서 학생 때는 도서관을 다니던 골목이었어요. 지금은 동네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과 달리 카페도 많이 생기고, 주말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됐죠. 저도 여전히 좋아하는 곳이고요.
사진에서도 희선 님이 동네 자체를 애정하는 게 느껴져요!
이건 제주도 우도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바다 색깔 너무 예쁘죠? 생각해 보면 살면서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즐기기만 한 여행은 이때의 제주도 여행이지 않을까 싶어요. 빡센 일정이긴 했어요. 저와 친구 둘 다 계획파여서, 5일 동안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일정으로 계획을 짰거든요. 매일 숙소를 옮겨 다니면서 제주도 구석구석 다 보고, 우도까지 간 여행이었죠.
와, 5일 동안 제주도를 한 바퀴 돌다니! 이건 정말 계획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정이에요. 제주도가 생각보다 크잖아요.
맞아요. 저희를 과대평가했죠. 게다가 친구는 면허가 없고 저는 초보 운전이었는데 차를 렌트했어요. 혼자 운전을 하는데 사실 사고 날 뻔한 적도 있고 길을 잘못 든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 친구는 운전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해맑은 거예요. 창 밖의 제주도를 바라보면서 “아, 예쁘다~” 이런 반응인 거죠. 그래서 여행 끝나갈 때쯤 친구에게 얘기했어요. 조수석에 앉아서 조바심 내지 않아 줘서 너무 고맙고 다행이라고요. (웃음)
하하, 맞아요. 운전할 때 옆에서 괜히 말을 얹어서 힘들어질 때도 있죠. 두 분이 정말 잘 맞는 여행 메이트였네요. 사진 속 두 분이 무척 인상적인데, 일부러 옷을 맞춰 입은 건가요?
아니에요.
정말요? 비슷한 느낌이라 프렌즈룩으로 맞춰 입은 줄 알았어요!
여행 가기 전에 옷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는데, 가져간 옷 중에 둘 다 빨간 계열 옷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도에 들어갈 때는 맞춰 입긴 했어요.
우연의 결과로군요! 빨간 계열의 옷과 파란 바다와 하늘이 너무 잘 어우러져서, 사진을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어요.
맞아요. 뚱 님이 사진을 보자마자 엽서 같다고 감탄했답니다. 세 번째 사진도 무척 기대되는데, 소개해 주세요!
행궁동의 어느 카페에 ‘1년 뒤에 보내는 편지’라고 해서, 편지를 써서 넣어놓으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1년 뒤에 받을 편지를 썼는데요. 이 편지를 쓸 당시만 해도 저는 미국 취업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제가 미국에 있을 것 같아서, 저한테 쓰는 편지 외에 부모님께 드릴 편지도 한 장 썼죠. 쓰면서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1년 뒤에 이 편지를 받으면 오열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썼어요.
올봄에 편지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담담했어요. (웃음) ‘네가 지금 어디에 있을지 뭘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걱정할 필요 없고, 네가 선택한 거라면 후회할 게 없다’라고 단호하게 쓰여 있었어요. 제가 이렇게나 의연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모님한테 쓴 편지도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부끄러워서 제가 먼저 편지를 뜯어 읽었는데, ‘내가 미국에 있어서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걱정할 거 없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행복이므로 나는 행복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웃음) 다정하게 쓸 법도 한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부모님께 드리는 위로의 편지가 아니네요? 나는 행복하다는 선포의 편지인데요? (웃음)
그렇죠. 감성적으로 쓸 법도 한데 이렇게 썼다는 것에 정말 놀랐어요. 진심으로, 편지를 읽고 오열할 줄 알았거든요.
미래의 희선 님을 순하게 보셨군요. (웃음) 이 사진을 좋아하는 사진으로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편지를 읽으면서, 저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깨닫게 됐어요.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거라 고민과 불안이 많았는데요.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미국 취업을 포함해 그동안 세웠던 인생 계획이 다 흔들리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었어요. 마음이 불안하니까 현실에 안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커지더라고요. 여기까지 온 것도 제가 원한 게 아니라 주위에 휘둘리다 보니 오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 사이에서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이 편지가 도착했어요.
1년 전에 제가 쓴 편지를 읽으니, 이 모든 게 변명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요. 제가 가려던 길이 오래전부터 제가 원하던 길이라는 걸 재차 확인할 수 있었고, 역시나 저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사진을 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흔들렸던 제 마음을 잡아주는 사진이라 좋아하는 사진으로 꼽아 봤습니다.
과거의 희선 님이 지금의 희선 님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네요! 좋아하는 사진 3장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장소인 동네 사진과 좋았던 경험인 여행 사진, 그리고 내면을 다지는 사진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첫 번째로 안 좋은 사건은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생각이나 고민은 많지만 망각도 빨라서 버텨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두 번째는 어중간하지만 (웃음) 많은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으로 치면, 무난하게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가진 캐릭터라고 볼 수 있죠.
너무 멋있는데요?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 아닌가요?! 그래도 하나만 특출 나게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재다능하다는 것에서 오는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물론 있죠. 정말 아쉬워요. 어떤 유튜버가 다재다능한 걸 ‘저주받은 재능’이라고 표현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웃음) 정말 ‘저주받은’ 게 아닐까 할 때가 많아요. 저는 그림이나 손으로 만드는 것, 운동, 글쓰기 등 대체로 뭘 하든 평균 이상의 성취는 내는데, 어떤 능력이든 직업으로 삼기에는 애매할 정도로만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제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후보는 많아요. 그런데 딱히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가끔 능력에 대한 제 기준이 엄격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고요. 아니면 그냥 게으른 걸 수도 있죠. 또 제가 그동안 안정적인 틀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뭔가를 새롭게 시도할 때 한 발을 빼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핑계인가 하는 고민도 많이 해요.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기존의 것을 버리지 못하니, 결국 취미로 다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하게 느낄 때가 많아 희선 님의 말에 크게 공감이 됩니다. 직업으로서 성취를 이루려면 다른 걸 포기하고 하나에 미칠 듯이 몰두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하고 싶은 게 많고 관심사가 다양하니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쉽지 않죠.
맞아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희선 님이 가진 다재다능한 능력 중 이것 하나만큼은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으세요?
음… 글을 잘 쓰고 싶어요. 예전부터 ‘글쓰기’라는 것에 낭만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마 진짜로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주어져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 안 할 것 같아요. 여전히 제 글이 너무 부족하고 쓴 걸 읽을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고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역시나 능력에 대한 기준치가 매우 높군요!
네. 그래서 자신에게 관대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자본주의 시대에는 제때 출근해서 일하고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살다가도 또 갑자기 열심히 살아야 한다면서 마음을 다지기도 해요. 왔다 갔다 하는 거죠. 가끔 제가 이중인격 같기도 해요. (웃음)
그러게요. 항상 ‘난 괜찮아’와 ‘안 괜찮아’라는 사이클을 순환하는 것 같아요. 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제 자신이 너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웃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네요. 위로가 됩니다. 희선 님의 마지막 특별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능력이에요. 험한 세상 속에서 타인이 꺼내놓는 나쁜 말, 나쁜 감정을 모두 담아둘 필요가 없죠.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안 좋은 감정 섞인 행동이나 말을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편이에요. 저를 기분 나쁘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나’라고 믿고 살려고 합니다.
마지막 말은 정말 멋진 마인드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됐나요?
제가 우울하거나 힘이 들거나 슬플 때 왜 그런지 감정의 끝까지 파고들어 고민해 보니, 결국 제가 원하는 만큼 제가 이루지 못했을 때, 타인한테 해주고 싶은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에 스스로 못 미칠 때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게는 이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더 큰 스트레스였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든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생각’을 하는 게 ‘나’니까,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에게 엄격하신 편이군요. 그런데 저는 마지막 능력이 직업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간호사로 오래 일하셨으니, 다양한 진상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서요.
하하, 애초에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자신에게는 엄격한 편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없어요. 그런 기대를 할수록 제가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지니까요.
정말 누구나 가지고 싶은 특별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면 뭔가를 고르기가 힘든 것 같아요. 머리에 딱 떠오르는 건, 혼자 갔었던 발리 여행이에요. 가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거든요. 막상 가고 보니 혼자라고 쓸쓸할 틈도 없이 정말 알차게 보냈어요. 평소의 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여행 동행을 구해서 같이 다니기도 했고요. 다행히도 동행으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일정도 다니고 마지막 날까지 즐겁게 보냈고요. 서핑과 수영도 하고, 맛집 탐방도 다니고 쿠킹 클래스까지 들었어요.
와~ 발리에서 발리 음식을 만드는 클래스를 들은 거예요? 여행 방법도 남다른데요?!
네, 맞아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참여한 클래스였어요. 그 클래스에서 문화도 다르고 직종도 다르고 심지어 서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독일인 친구를 사귀게 됐어요.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때 제가 낯선 사람과 얘기하고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거나 그 사람이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새롭게 만나고 경험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 거죠. 발리에서의 경험들은 쫄보인 제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새로운 자신을 알게 된 여행이었군요. 발리에 또 가고 싶으신가요?
정말 다시 꼭 가고 싶어요. 다녀오고 나서 두세 달 지나니까 발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들더라고요. 흐지 님과 뚱 님에게도 발리 여행 추천드려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발리에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봅니다!!
★우주인 이희선의 두 번째 인터뷰는 7월 15일에 공개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