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지부지 May 27. 2021

[시즌1] 우주인 유애란의 두 번째 시간♡

2021년 우주인 1호

우쥬(Would-you) 질문은 자유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인터뷰보다 대화에 가깝습니다. "혹시, 이 질문에 답변해 주실 수 있나요…?"


우쥬 질문


제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요? 저만 재밌는 걸 수도 있지만요.


뭔데요? 궁금해요!


제가 잘 때 꿈을 꾸다가 인상 깊은 거나 웃긴 게 있으면 잠결에 일어나 휴대폰으로 그 내용을 녹음해 두거든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중얼중얼 녹음해 둬요. 안 그러면 꿈은 금방 잊어버리니까요. 그동안 녹음한 꿈 목록이 쭉 있어요. 이게 최근에 꾼 꿈을 녹음해 둔 건데, 나중에 다시 들어보니 너무 웃긴 거예요.

무슨 꿈이었냐면, 인기 있는 아이돌이 나왔는데 저랑 동급생인가 그랬어요. 그 친구가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온갖 장점 때문에 꿈에서도 인기가 많은 거예요. 근데 제일 마지막에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세요.


(녹음본 같이 듣는 중)


“나도 그래…”


푸하하, 나도 그래! 애란님도 꿈에서 예쁘고 공부 잘하고 착하고 인기가 많고.


별 꿈을 다 꾸죠? 저도 일어나서 녹음된 걸 듣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꿈을 녹음해 두시는 것도 너무 웃겨요! 잠깐 같이 있었지만 흐지님이 애란님을 좋아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시는 능력이 있고, 유머도 넘치시고요.


고마워요. 정식 인터뷰니까 이런 개그가 아니라, 멋진 말을 해야 하는데.



책 모임을 오랫동안 하셨잖아요. 애란님에게 독서란 무엇인가요? 자, 멋진 말을 할 기회예요.


하하, 제가 시그니처 질문에 답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도 꺼내지 않았는데요.


어? 그러게요? 얘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인가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아,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말 꺼낼 필요도 없다?!


그쵸. 독서는 뭐, 거의 숨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매일 밥 먹는 거와 똑같은 거 아닌가요? (웃음)


하하, 너무 웃겨요. 어떤 장르를 주로 읽으세요? 


문학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문학 전공이기도 해서 문학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특히 한국 작가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들의 작품을 많이 읽는데요. 지금은 20대 때의 꿈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저도 문학의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던 터라 더 애정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편향된 독서를 하다가 책 모임을 하면서 그 세계가 조금씩 넓어졌어요. 제가 참여하고 있는 책 모임에서는 각자 읽은 책을 가져와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모임이 주로 진행되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읽기 어려워하는 책을 읽고 얘기해 주니까 참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지 않던 장르에도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조금씩 읽어보려고 시도하게 됐어요. 그런 점이 책 모임을 하면서 얻는 장점 같아요.


책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나요?


그렇진 않아요. 어릴 때는 책을 잘 읽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오빠가 독서하는 모습을 늘 봐왔어서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대학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학생 때도 책을 읽긴 했지만, 남들만큼은 아니었어서 수업 때 난처한 적도 많았고요. 졸업하고 모교에서 행정조교로 일을 시작했는데, 교내에 도서관이 있잖아요. 학생 때는 도서관의 고마움을 몰랐는데 직장 안에 도서관이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도서관을 자주 다녔어요. 책을 읽다 보면 연결고리가 생겨서 점점 독서의 경험이 확장되잖아요.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도 여기 있으니, 책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좋아요. 책은 주로 집에서 읽으시나요?


네, 집에서 읽는 과정 자체를 좋아해요. 어떻게 읽어도 상관없으니까요.


어떻게 읽으시는데요?! ‘어떻게’라는 답변이 낯설어요.


소리 내어 읽어요, 하하. 놀란 표정이네요. 소리 내어 읽는 거, 재밌어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희곡을 소리 내어 읽으면 좋아요. 물론 모든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건 아니고요. 그 시간이 좋아요. 예를 들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강화길 작가의 장편소설과 단편집인데요. 단편집 소설 중의 하나가 상사가 주인공에게 ‘왜 너는 회사에 먼저 얘기하지 않고 게시글을 올려서 회사를 욕 먹이냐’ 하는 내용이에요. 이 말에는 주인공을 힐난하는 말투가 섞여 있어요. 이 상사에 빙의해서 연기 톤으로 읽으면 되게 재밌어요. 물론 독자로서는 이 주인공 여성의 편이지만요. 욕하면서도 소리 내어 읽는 거죠.


누군가에게 욕 하고 싶은 걸, 여기서 해소하는 건가요! 혹시 소리 내어 책 읽는 것도 꿈처럼 녹음해 놓나요?


아니요. 따로 녹음하진 않아요.


아까워요~! 애란님, 다음에 기회 되면 함께 책 낭독하는 모임 진행해 봐요!



제가 평소 애란님을 보면서 제일 좋다고 느끼는 게, 항상 여유가 있어요. 마음이 여유로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유 같아요. 계속 유머를 던질 수 있는 것도 여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요? 전 여유는 진짜 없는 인간인데. 항상 초조하고. 항상 머뭇거리고. 


애란님도 저렇게 대답하시는 게 너무 신기해요. 저도 흐지님 보면서 되게 여유가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얘기했더니 흐지님이 본인은 전혀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아, 저희가 습관처럼 자신을 낮추는 걸까요. 부지님이랑 얘기하는데, 저를 되게 좋게 보고 계셔서 엄청 놀랐거든요.


다 그런 걸까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의 인식과 남들이 보는 ‘나’는 다른가 봐요. 


정말 본인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봐요. 애란님이 저와 함께 책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 애란님을 인터뷰이 후보로 올리면서 제가 했던 얘기가 뭐였냐면, 애란님이 책 모임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를 가장 쉽게 꺼내는 사람이라고, 중도를 잘 잡는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제가요? 그냥 잘 몰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제가 느끼기엔 애란님의 행동과 말에 의도가 있다고 느꼈어요.


아, 저는 지금 약간 후회가 되네요. 흐지님이 나를 긍정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로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인터뷰한다고 해서 속마음 다 들키고. 인터뷰 끝나고 흐지님이 속으로 ‘잘못 봤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네’ 이럴 것 같아서 후회되기 시작했어요.


하하, 이게 진짜 공통된 마음인가 봐요. 저도 그 똑같은 마음을 부지님과 인터뷰할 때 느꼈어요. 저를 이렇게 찬양해주고 있는데, 괜히 속 얘기해서 기대치가 꺾이면 민망해지는 건 아닌가. 다행히 부지님이 수시로 아니라고 해줘요. 저도 수시로 얘기할게요. 

애란님이 책 모임 멤버 중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를 가장 쉽게 꺼내요. 정말 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애란님이 어떤 주제의 책을 가져와도 저는 아무 걱정이 안 돼요. 가끔 어떤 사람은 걱정될 때가 있거든요.



아, 흐지님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말하는지는 알 것 같아요. 그렇게 느꼈을 것 같은 모임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죠! 또 책에 관해 얘기를 할 때, 어떤 사람은 책을 무조건 찬양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무조건 비난하기도 하거든요. 저도 그럴 때가 있고요. 애란님은 항상 치우치지 않아요.


그렇게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요.


노력한다고 해서 그게 다 드러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항상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책 모임에서 애란님은 안심이 되는 사람인 거죠. 이 사람이 있으면 모임이 극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요.


와, 그 말 정말 너무 좋네요. 저는 흐지님이 모임장인 책 모임이 처음 참여해 본 책 모임이에요. 그러고 나서 제가 사는 지역에서 하는 다른 책 모임도 나가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제가 왜 이 모임에 계속 나오겠어요. 제가 사는 지역과 모임 활동 지역이 조금 거리가 있거든요. 말로는 금방 온다고 해도 사실 조금 더 에너지를 들여서 오는 거잖아요. 흐지님이 읽는 책들, 말하는 태도, 마음의 성정이라던가… 이 친구를 따라가면 다칠 일은 없겠다,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흐지님이 모임장인 게 저도 안심이 되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그렇게 느끼신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 건 많이 좀 얘기해 주세요. 


제가 모임을 매번 나가지 못하는데요. 나가지 않을 때도, 흐지님이 추천하는 책은 다는 아니더라도 따로 찾아보고 읽고 있거든요. 이 친구가 추천하는 책을 한 번이라도 더 살펴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 같아서요. 사실 독서에 있어서는 흐지님의 영향을 좀 받았어요. 저한테는 긍정적인 부분이죠.


저도 책 모임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애란님이에요. 애란님이 소개해 준 책은 나중에 한번 더 찾아보게 되고요. 아무튼 시리즈도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애란님이 제일 먼저 모임에 들고 와 소개해 주셔서 저도 읽기 시작했어요. 와~ 이렇게 대화를 나눠 보니 우리, 좋은 관계네요.


두 분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니 좋아 보여요. 관계라는 게 한 사람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그러게요. 사실 저희가 책 모임 내에서는 친하게 지내지만, 개인적으로도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쵸. 적당한 거리가 있죠.


그죠. 그래서 저는 확신이 없는 거예요. 저는 애란님이 좋아서 우주인터뷰도 제일 먼저 하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애란님이 나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고 계속 부지님한테 강조했어요.


고마워요. 앞으로도 책 모임을 열심히 할 원동력이 되는 말이네요. 친구들이 책 모임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요, 저는 항상 이 모임만 얘기해요. ‘서울에서 하는 모임이 있는데 모임장이 내가 어떤 주제를 가져와도 얘기할 수 있는, 스마트함을 갖고 있는 친구다, 그 친구가 해주는 책 얘기나 편견 없이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그 친구가 읽는 책만 따라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요.


으아, 감사해요. 정말 감동이에요. 제가 모임을 지속하는 데 힘이 되어요. 저도 애란님이 있으면 항상 안심이 돼요. 모임에 애란님이 오면 이미 반은 성공했다!


저도 감동이에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읽는 일이 괜찮은 일이었네, 제가 말하는 일이 좋은 일이었구나 싶은 거? 책 모임에서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2020년 연말에는 어떻게 보낼 예정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죠. 매년 연말은 항상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마무리했는데요,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어요. 너무 아쉬워요.


와, 오케스트라 공연!


제가 사는 지역의 지역 오케스트라 공연을 챙겨 보거든요. 한 10년 정도 됐어요.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제가 클래식 악기가 눈앞에서 연주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상반기, 하반기 공연을 패키지로 끊어서 꾸준히 보고 있어요. 항상 12월 말에 베토벤 합창으로 마무리하는데, 이번에는 취소됐어요. 연말 베토벤 합창을 못 보는 건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정말 아쉬울 것 같아요. 10년 동안 지켜오던 의식, 루틴 같은 건데.


네. 2020년 상반기 공연은 다 취소되었고, 하반기는 거리두기 살짝 풀렸을 때 공연 하나 봤어요. 모두 마스크 쓰고 연주하는데, 관악기 연주자들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은 누가 지켜주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지 못한 게 참 아쉬워요.


오케스트라 공연은 어떻게 보시게 된 거예요?


처음에 친오빠와 보기 시작했어요. 지역 오케스트라 공연이 싸더라고요. 공연장이 가깝기도 하고요. 아, 2019년 연말에는 웃긴 일이 있었어요. 오빠가 결혼하고 나서는 공연은 혼자 보러  다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공연 보러 갔더니 저 멀리 아는 꼬맹이가 있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꼬맹이요. 조카였어요. 서로 공연 보는지 모르고 갔다가 오빠네 가족이랑 마주친 거죠. 하하, 깜짝 놀랐어요.


와, 신기하다. 우연이네요. 오빠 분도 꾸준히 보고 계신가 봐요.


꾸준히는 못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오빠도 클래식 연주 보는 걸 즐기는 거죠. 저처럼요.



애란님의 2021년 계획은 뭔가요?


제 계획은… 일 시작하는 거요!


오, 일하는 거! 잘 되면 좋겠어요!


무리 없이 취업하면 좋겠어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거라 걱정이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어요.


다른 일로 아예 전직하신 거잖아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근데 신기한 게 이렇게 다른 일로 전직하신 분들은 대체로 비슷하게 대답하시더라고요.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다들 그 대답이 진심일 걸요? 저도 그렇고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인생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경계심을 갖고 살고자 하는 것이 오랜 목표예요. 매번 실패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은 아니겠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지구와 동물에게 해를 입히면서 살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것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해를 덜 끼치는 인간이고 싶어요. 먹고 마시고 읽고 행동하고 사유하는 모든 일이 그렇게 연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객관적 지표로 재고 따지자면 한없이 별 볼 일 없는 저 같은 인간일지라도 다양한 질문과 의심과 고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뭔가를 이루지는 못해도 꾸준히 좀 더 옳은 지점을 찾아가고 싶어요.


맞아요. 정말 공감되어요. 저도 최대한 덜 해로운 인간이고 싶어요!


이거 소박한데 되게 어렵죠.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 왜일까요?





   유애란의 소행성 A100 발견

오랫동안 수련하며 변화하는 요가‍인

책은 일상이죠, 소리 내어 읽어 보아요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와 동물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우주인


매거진의 이전글 [시즌1] 우주인 유애란을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