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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지부지 May 26. 2021

[시즌1] 우주인 유애란을 만나다♡

2021년 우주인 1호


인터뷰 가는 길


흐지님, 저희 첫 번째 인터뷰이는 어떤 분이세요?


저랑 책 모임을 오랫동안 같이 한 분인데요. 안 지 한 5년 정도 됐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책 모임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를 가장 쉽게 꺼내고, 말할 때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잘 지키는 분이에요.


5년이면 정말 친하시겠어요!


음… 저는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애란님이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하하, 일종의 짝사랑이죠. 저는 좋아하는데 애란님의 생각은 잘 모르겠네요. 이따 만났을 때 너무 당황하지 말아요, 부지님.


?? (부지의 혼란)


<우주인터뷰>는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그니처 질문


응답하라, 우주인! 지구인에게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유애란입니다. 어떻게 소개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네요. 저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차분한 건 아니에요. 내면의 평정을 잃고 싶지 않지만, 들쭉날쭉 생각도 염려도 많아요.


우주인터뷰 요청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저는 사실 보편적, 일반적 이런 문장과 단어 안에 편입되고 싶은 사람이에요. 이 시점에서 흐지부지님은 섭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할지도 모르겠어요. 안전해 보이는 요람 안에 안착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욕망입니다. 그런데 게을러서 그 문턱 근처에도 못 가고 있어요. 하루하루 게으르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현재의 나를 긍정하는 일은 몹시 어렵지만 애쓰고 있어요.


인터뷰이 정말 잘 섭외한 것 같은데요? 게으르게 열심히 산다는 거 너무 공감돼요.


사실 요즘은 정말 게으르게 지내고 있어요. 그냥 한번 멋있게 말해봤습니다.(웃음)


하하, 나를 긍정하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인데요. 애란님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긍정하나요? 저희도 그게 너무 어렵거든요. 마음속으로 파고들어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잦아요. 노하우를 나눠 주세요!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게 자책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뜻인가요?


네, 남에겐 한없이 관대한데 스스로에겐 엄격해요. 밤마다 “그런 말을 했어? 감히 네가?!” 이러면서.(웃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성숙하게 잘 살고 싶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니까 자책하는 거죠.


그냥… 나만큼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그뿐이에요. 흔히들 말하는 ‘스스로를 사랑하자’ 이런 건 아니에요. 저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요. 분명 스스로를 긍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인정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그 생각이 저를 단련시켰다고나 할까요. 스스로를 긍정하지 않으면, 긍정해줄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저도 당연히 스스로를 부정하고 혐오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건 스스로를 긍정하기 위해서 따라오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하,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찌질한 과정이 필요하다!!


네. 멋진 말로 바꾸어 주셨네요!!



‘현재’ 우주인이 꽂혀 있는 콘텐츠는?


유튜브로 요가를 주로 봐요. 영상으로 뭔가를 보고 따라 한다는 게 굉장히 어색한 거 아닌가 해서 딱히 볼 생각이 없었는데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다니던 운동 수업들이 장기 휴강을 해 할 수 없이 집에서라도 수련해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이것저것 보다가 현재는 <서리요가>와 <지음요가>로 정착했어요. 번갈아 보면서 열심히 따라 하고 있습니다. 두 채널이 주는 매력과 에너지가 달라서 만족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나름 진지하게 수련해요. 두 선생님들이 언젠가 오프라인 수업을 한다면 신청하고 싶네요.


애란님이 요가를 하는 줄 몰랐는데요?! 언제부터 했어요?


약 18년 정도 했어요.


정말 오래 하셨네요. 대단해요! 지금까지 왜 한 번도 얘기 안 했어요? 정말 몰랐어요!


오래 하긴 했지만, 잘 못해서요. 물론 요가라는 게 잘하고 못하고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20대 때는 선생님이 보여주는 동작을 어렵지 않게 곧잘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힘들기도 하고… 20대 때의 체력이 아니어서 그런가 내 몸이 내 맘대로 안 돼서 참 슬퍼요. 그때는 어떤 동작이든 잘 되니까,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지도사 과정을 알아본 적도 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싶을 정도로 너무 못해요. 20대 때 어렵지 않게 했던 동작들이 지금은 너무 안 나와요. 내 몸이 내 맘대로 안 돼서 참 슬퍼요.


그러게요. 같은 동작을 하기 위해서 옛날보다 수련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건가 봐요. 요가는 얼마나 자주 해요? 매일?


네. 요새는 집에서 매일 해요. 코로나 시국 전에 요가 수업은 일주일에 이틀 다녔어요. 요가 말고도 운동을 거의 매일 했죠. 요가 수업 있는 날 외에 나머지 날은 다른 운동 다니고, 주말에는 수영 다녔고요. 운동을 정말 좋아해요.


혹시 그럼 요가랑 수영 말고 하는 운동이 있나요?


스피닝이요!


와, 스피닝! 애란님, 운동신경이 있군요!


아니에요. 이 운동들의 공통점이 뭐게요? 혼자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남들과 같이하는 운동을 잘 못해요. 배드민턴은 진짜 못해서 10번 왔다 갔다 하는 게 소원일 정도예요. 스쿼시도 못하고요. 이런 운동을 하면 제가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운동을 찾은 게 지금 제가 하는 운동들이에요. 수영도 1년 반 정도 강습을 받았는데, 배영을 제가 너무 못하더라고요. 같이 강습받기가 좀 그래서 이제는 자유수영만 다녀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영법을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맞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수업을 같이할 정도로는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배영을 하면 속도도 너무 느리고 똑바로 못 가고 다른 방향으로 가고 그래서요. 차라리 일대일 강습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굉장히 싫어하신다는 느낌이 들어요.


네.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고 싶어요. 일종의 예민함과 소심함의 결합이랄까요? 누구나 얼마간의 폐를 주고받으며 서로 부대끼고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그게 좀 두려워요.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닌데 '내가 폐가 되면 어쩌지' 하고 미리 염려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난 왜 이러지?’ 하며 혼자 자책하고 창피해하는 시간이 많아요. 

수영 강습의 경우에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하면서 느린 속도로라도 좋아지면 되는 일일 텐데 '아, 나 배영이 너무 뒤처져서 다른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 하며 강습을 접게 되고, 배드민턴처럼 함께 하는 운동은 '내가 못하니 상대방이 얼마나 답답하고 재미없을까' 걱정하며 도전도 못 하게 되고요. 흑흑, 완전 소심해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늘 소심하고 쓸데없이 예민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인간이란 결국 서로 ‘민폐’를 끼치면서 관계가 깊어지는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요. 정말 공감합니다.


공감해 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아, 요가 말고 또 꽂혀 있는 콘텐츠 있어요!


궁금해요, 알려주세요!


남씨(namsee) 작가의 인스타그램, 도대체 작가의 웹툰 <태수는 큰형님> 중 고양이 장군이, 유니유니작가 인스타그램 자주 보고 있어요. 유니유니작가는 저랑 비슷한 성격인 것 같아 공감이 많이 돼요.


애란님과 비슷하다니 더 궁금해지는데요? 애란님의 Pick, 찾아봐야겠어요.



‘현재’의 우주인을 설명할 수 있는 물건은?


요가타월! 요가 할 때 신는 요가삭스 한 켤레를 가져올까 하다가 그래도 신던 양말을 가져오기가 좀 그래서 요가타월을 가져왔어요. 흐지부지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요. 하, 나란 사람… 배려하는 도시인….


따뜻한 배려 감사합니다(웃음) 근데 요가타월은 뭐예요?


요가 수련할 때 바닥에 까는 타월이에요. 집에서 수련할 때는 이 타월을 깔고 하고, 학원에서는 매트 위에 이걸 깔고 해요.



요가타월이란 걸 처음 알았어요. 요가 전용인가요? 패턴이 정말 예뻐요. 


네, 요가 전용이에요. 산 지 한 4년 정도 됐어요.


와, 오랫동안 아껴 쓰신 거군요. 요가를 오래도록 꾸준히 하는 게 정말 멋져요. 


생존 체력과 정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거죠, 하하.


요가에 대해서 더 물어보고 싶은데, 애란님이 이 주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약간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요.


사실 부끄러움이 익숙해서 그래요. 음… 꽤 오랜 기간 수련해 왔다고 하면,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런 반응이 꽤 많아요. 몸이 엄청 예쁘겠다거나 티 안 나게 훑으면서 근데 너는 몸이 왜… 라는 물음 섞인 표정들이요.


예?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요?


특정 운동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니, 나는 잘하지도 못하고 몸도 딱히…”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괜히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취미로 요가를 하지만 몸은 평범하다”며 선고백을 하기도 해요. 좋은 취미지만 드러내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여기게 됐어요. 흐지부지님에게 오랜 취미를 소개할 수 있는 건 고정된 틀에 갇힌 시선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지요.


저희를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해요. 애란님에게 요가는 어떤 의미인가요?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 요가 수련 시간이에요. 생각해보면 늘 몸을 그냥 내버려 둔 것 같아요. 정성스럽게 호흡하려 애쓰고 몸에 집중하는 태도를 가진 게 몇 년 안 돼요. 오히려 동작들이 잘 나오고 몸의 가동 범위가 좋았던 20대에는 수련에 임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신체는 더 유연했고 보기에 좋았을 수는 있겠으나 30대에 수련을 대하는 태도와는 분명 다른 지점이 있었어요. 그때는 호흡이고 뭐고 동작만 비슷하게 휙휙 해내면 될 것 같았고, 막연한 목표에는 꼭 다이어트라는 산 같은 게 있었어요. 강사님 같은 몸을 만드는 것만이 수련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절대 가치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죠.

지금은 다행히도 다양한 몸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고 강사님 같은 몸이 아니어도 충분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강사님들도 다양한 개인의 몸을 갖고 있죠. 개미허리, 애플힙 등으로 수식되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몸만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지 않는 거, 이제 우리는 알잖아요.


정말 멋진 말이에요. 수련에 임하는 태도와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게 정말 좋아 보여요. 요가 수련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접근성이 좋고 비교적 할만해요. 그렇다고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고요. 혼자 할 수 있는 수련이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들여다보게 돼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 전에는 일단 수강을 하면 가게 되는 것도 원동력이었죠. 등록했다면 나가라!


애란님 덕분에 요가에 관심이 가네요!



우주인을 기분 좋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 세 가지는?


가장 즉각적인 것으로는 털친구들 사진과 영상 보기. 귀여움은 옳으니까요. 제가 뭔가를 보면서 미소 짓고 있다면 100% 털친구를 보는 중입니다. 밖에서도 무표정하게 걷다가 웃는다면 그 시선 끝에는 동물친구가 있죠. 나머지 두 개는 맛있는 음식과 샤워입니다! 거의 기본적인 욕망이라서 제가 너무 일차원적인 인간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본만 되어도 되는 단순한 인간이구나.


역시 털친구들…♡


동물 친구들을 좋아한 지 얼마 안 됐어요. 한 3년, 4년? 친구네 집에 가서 실제로 고양이를 영접하는 순간 사랑이 시작됐어요. 이 귀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정말 귀여우려고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기 시작하니 다른 동물도 보이더라고요. 근데 그런 거 있잖아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사랑까지 하게 되면 마음이 아프지 않아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잖아요. 좋아할수록 그 사람이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신경 쓰이고, 아플까 봐 걱정되고 그런 마음이요.



맞아요. 그런 거 있죠. 안 좋은 소식이나 사건·사고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요.


네. 길애들이 사람을 안 피하면 너무 걱정되고, 비 와도 걱정되고. 그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제 길 급식소도 눈에 띄고 그러더라고요. 급식소에 밥 없으면 걱정되고, 비둘기가 그거 먹고 있으면 쓰읍-하고. 관심이 없었다면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 이게 좋다고 해야 할지 싫다고 해야 할지… 맘이 참 그래요.

최근에 강아지 한 마리를 보호소에 보낸 적 있거든요.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어떤 강아지가 계속 배회하고 있었어요. 한참 지켜봐도 주인이 없고, 강아지가 계속 차로 뛰어들어서 어쩔 수 없이 붙잡았는데 가만히 있더라고요. 떨면서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분명 사람 손을 탄 거 같았어요. 그런데 유기견을 구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전화를 여러 번 돌린 뒤에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전달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어요.


무사히 구조됐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떤 게 더 최악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 강아지를 내버려 뒀을 때 최악은 차에 치여 죽거나 나쁜 사람에게 나쁜 짓을 당하거나… 겠죠. 근데 보호소에 가더라도 주인을 못 찾거나 입양을 못 가면… 그 끝도 알고 있거든요. 보호소에 가는 게 덜 최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구조 후에는 그 강아지가 걱정돼서 며칠 동안 계속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들락날락했어요. 그런데 정말 상상도 못 한 다양한 동물이 유실·유기되어 있어서, 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러게요. 최근에 누가 뱀을 버렸다는 기사도 본 것 같아요. 그 강아지는 꼭 주인을 찾았길!


그때 그 고양이를 알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저도 이런 아픔을 몰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심 걱정이 없는 시절로 돌아가는 게 나을까요? 모르겠어요.


그래도… 무지에 의한 나쁨보다는 아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우주인 유애란의 인터뷰는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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