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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지부지 May 25. 2021

팀 흐지부지를소개합니다_부지 편 ②

우주인 부지의 두 번째 시간♡

우쥬(Would-you) 질문은 자유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인터뷰보다 대화에 가깝습니다. "혹시, 이 질문에 답변해 주실 수 있나요…?"


우쥬 질문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그동안 실행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던 일에는 어떤 게 있나요?


어… 갑자기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없긴 하네요. 저는 순간순간 어떤 일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하는데, 그 생각들이 금방 흩어져 버리는 것 같아요.


아아, 정말 아깝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걸 완벽하게 실행하지 못할 것 같으면 금세 잊어버려요.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고, 경비는 어느 정도가 들고, 시간은 어느 정도 써야 하지… 그래, 그만두자 해요.


한번 시작하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이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의 기억인데 전 시험 전날에 항상 펑펑 울었어요.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는데 시험을 봐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요.


아… 시험을 잘 보고 싶은데 시험을 망칠 것 같으니까?


그것보다도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끝났는데 시간이 됐으니 무조건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에요. 엄마 아빠가 제가 우는 모습을 보고 항상 안타까워하셨어요. 


너무 힘들었겠어요. 어린 나이에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했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고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압박감에 시달렸었는데요. 지금은 예전보다는 조금 내려놓은 상태예요. 편해진 상태죠. 물론 지금도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어요.


만약 그 어린 부지님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인생 모든 일에 있어서 완벽한 시작은 없다는 사악한 말도 해주고 싶고요…(웃음)


저도 부지님 그동안 애썼다고, 괜찮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부지님은 어떤 칭찬을 들을 때 기분이 좋나요?


저는 칭찬이면 다 좋아요.


아? 그렇군요…? 질문이 잘못되었군.


그래도 어떤 칭찬이 가장 좋았나 생각해보면… “너랑 같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남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좋은 관계에서 오는 행복함이 저를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네요.


그런 말 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네요. 평소에 그런 말은 사실 약간 오글거리잖아요. 그러고 보니 부지님은 솔직하고 감정 표현을 엄청 잘하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비결이 뭘까요… 아, 어머니 영향이 큰 것 같기는 하네요. 저희 엄마가 감정 표현을 정말 잘하시거든요. 함께 있는 사람의 감정까지 충만해질 만큼요.




와, 가정교육의 영향이군요. 사랑을 많이 받으셨던 걸까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엔 반대였어요. 사랑을 오히려 갈구했었죠. 가정불화가 좀 있었거든요. 저는 원래도 내성적인 아이였는데요. 그때 마음을 더 굳게 걸어 잠그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땐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가 굉장히 좋은 분이에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기도 한데요.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감정 표현이 솔직한 엄마를 따라 저도 표현을 많이 하게 된 거죠. 엄마가 속 얘기를 먼저 꺼내서 보여주면, 저도 따라서 속마음을 꺼냈던 기억이 많이 나요. 그러면서 서로를 위로했던 기억이요. 그렇게 감정 표현이 편해졌어요, 점점.




정말 좋은 영향을 받았네요. 어머니께서 들으시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는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타입이라서,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요. 그래서 참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최근엔 제 감정을 너무 다 말해버리는 게 걱정이 되기도 해요. 내밀한 내 마음까지 다 까발리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상대방에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중용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중간점을 유지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근데 또 너무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말하고 나서 집 와서 이불 차고...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하고요.


맞아요. 맞아, 맞아.



부지님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나요?


제가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도 잘은 모르겠어요.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하나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산책인 것 같아요. 도림천 걷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날씨에 상관없이 에어팟 끼고 도림천을 걸어요. 집에서 출발해 도림천 길을 따라 보라매공원을 돌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한 시간 반 조금 넘게 걸리는데요. 보통은 그 안에 스트레스가 해소돼서 샤워할 때는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곤 해요.


맞아요. 저도 산책 정말 좋아해요.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잖아요. 어쨌든 부지님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거군요.


네. 제 20대를 돌아보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냥 견디며 지나간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도 그걸 해소하는 시간을 갖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졌거든요. 30대에 접어들면서 이제야 내가 이럴 때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어떤 걸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구나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낸 것 같아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익숙하지만 낯선 나….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제 40% 정도 알았으려나요.


앞으로 스스로의 어떤 점을 더 알고 싶나요?


제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을 편하게 느끼고 어떤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는지 이런 모든 것들을 면밀하게 돌아보려고 해요.



응원할게요! 마지막으로 조금 재밌는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흥 빼면 시체인 흥부지님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흥이 나면 어떤 행동을 하세요?


행동이요…? 아, 혹시 제가 저도 모르게 춤을 추고 그랬나요? 죄송해요.


사실… <우주인터뷰>에 실릴 사진 찍으러 같이 다니면서 느낀 건데 표정도, 동작도 엄청 다양하고 재밌으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편인데 부지님은 정말…!



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어요. 저는 표정이나 행동에 제 감정이 쉽게 투영되는 타입인가 봐요. 게다가 키도 크고 몸집도 좀 크다 보니 제 반응이 더 크게 크게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흥이 나면, 게다가 술이 들어가면… 혼자 두둠칫 두둠칫 춤을 춰요. 그래서 질문하셨을 때 정말 놀랐어요. 제가 저도 모르게 춤을 췄었나 해서요.


다행히도 춤을 추지는 않으셨어요.


휴, 정말 다행이군요. 사실 회사에서도 어깨춤을 몰래 춘 적 많거든요.


오호, 앞으로 매의 눈으로 어깨춤 현장을 검거해 보겠습니다.





   부지의 소행성 S222 발견

인생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우주인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만 진짜 ‘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아가는 중

흥 빼면 시체, 흥부자 흥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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