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떤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글을 하나 보았다 "개발자 면접 보는 자리에 정장을 입고 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담은 글이었는데, 그 밑에 달린 글들은 생각보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직군의 대한 이해 부족","정장은 부족한 실력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인다"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부터 "예의가 모자란 것보다는 약간 과하게 차리는 편이 훨씬 낫다","면접관이 개발자가 아닐수도 있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개발자 면접을 볼때 굳이 정장에 넥타이까지 착용하고 가는 편이다. 위의 부정적 의견을 낸 사람들이 내 차림을 본다면 기겁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장을 입은 사람이 멋져 보이는건 사실이다. 한 혹자는 정장을 이렇게 정의한다 "남자에게 정장은 과학의 옷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이상적인 멋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해주며 외모의 한계도 상당히 커버가 가능하다." 약간 과장되어 있지만 뜻 자체는 맞는 말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정장을 입으면 꽤 달라 보이는건 사실이 맞으니깐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정장을 입었을 때의 심리 상태와 캐주얼한 복장을 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무의식적으로 달라진다. 정장을 착용하면 왠지 모르게 좀 더 진중해지고, 자연스럽게 허리와 어깨를 펴게 된다. 마치 '격식'이라는 옷에 걸맞은 태도를 스스로 갖추려는 무의식적인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정장을 떡하니 차려입고 경박한 행동을 하거나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딘가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무의식이 인지하고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리라.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정장은 유연성을 제공한다. 면접장에 도착해서 정장이 지나치게 격식 차린 느낌이라면, 블레이저와 넥타이를 벗고 윗 단추 하나를 풀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캐주얼하게 입고 가면,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선택지의 유무는 개인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상술했듯, 면접관이 반드시 개발자 출신이라는 보장은 없다. 고위 경영진이나 정장을 자주 입는 부서의 담당자가 면접관으로 참여했을 때, 면접관은 정장을 입었는데 지원자는 캐주얼한 복장이라면, 설령 면접관 본인은 개의치 않더라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어색함과 불편함이 감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앞서 솔직하게 밝혔듯이, 정장이 멋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보수적인 회사가 아니고서야 직장인들이 굳이 정장을 갖춰 입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평사원부터 회장님까지 모두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정장 자체가 사람에게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하고, 시각적으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나의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 <킹스맨>을 감상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콜린 퍼스의 완벽한 수트핏은 그 어떤 논쟁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지닐 테니 말이다. 혹 외국 영화가 취향이 아니라면 <신세계>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주변의 걸림돌을 전부 제거하고 마침내 최상층에 다다른 이자성이 고층 빌딩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마지막 장면은 정장이 주는 묵직한 존재감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내 의견은 "본인이 가장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옷"을 입으면 된다 정도겠다. 캐주얼복이 좋으면 캐주얼하게 입고 가고 포멀하게 입고 싶으면 포멀하게 입으면 된다. 위에서 줄창 정장의 장점을 설명하긴 했지만 그건 필자 개인의 느낌에 불과하며,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느낄수 있다. 사실 개발자 문화가 정장과 거리가 먼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니깐. 애초에 타인의 패션을 가지고 논쟁을 삼는것 자체가 매우 무례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 캐주얼하게 입는 사람들도 면접날 만큼은 옷장 깊이 잠들어 있는 정장을 진중하게 입어보는걸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다.(멋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