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완벽이라는 환상

by 초이스 시가

초년생 시절에 여러 면접을 거치면서 느낀 면접관의 이미지는 마치 "모든 사회생활과 세상이치를 깨달은 마스터"정도의 이미지였다. 지원자를 알아가기 위해 편안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지원자의 답변들을 들으며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캐치하는 사람, 아마 이것이 과거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이 갖는 면접관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대표님과 함께 마케팅 담당 채용 관련한 면접에 같이 동석한 적이 있었다. 사실 면접 과정에서 내 역할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면접 내용을 정리하고, 면접이 끝난 후에 지원자에 대한 평가를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궁금해하니 대표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돈을 주고 쓰는 대표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사람만 찾게 되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대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팀장을 맡고있는 너도 같이 동석해서 판단하는 것이 낫다" 라는 의견이었다.


여러 생각이 드는 말이었다. 당연히 완벽한 직원을 뽑는게 맞는거 아닌가?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사냥꾼"의 모습도 떠올랐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장점이 있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단점도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때 면접에서의 나의 역할은 모든 토끼 가죽을 얻으려는(완벽한 지원자를 찾는) 사냥꾼에게 현재 필요한 가죽의 색(우리 회사에게 필요한 능력을 가진 지원자)을 가진 토끼를 가리키는 역할 정도였다고 볼 수 있겠다. 지금 하얀색 가죽이 필요한데 최고급 검은색 가죽을 가져와봐야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면접관을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여겼다. 하지만 실제 면접 과정은 '완벽함'이라는 이상을 좇기보다는, '필요'라는 현실적인 목표에 더욱 가까웠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필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별하는 '선별자'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는 지원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 가운데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이 회사를 고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완벽한 직원이 존재하지 않듯 완벽한 회사 또한 존재하지 않는 법이니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토끼 가죽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만약 완벽해 보이는 회사를 발견했다면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사기이거나 비정상적인 회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의 면접 방식이 면접관의 일방적인 질문과 답변이 아닌, 서로 궁금한 점을 편하게 나누는 '커피챗'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만 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에게도 회사를 알아갈 기회를 제공해야 서로에게 적합한 관계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면접을 통해 채용된 직원이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회사 전체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접관은 직원을 '판단'하는 위치이지만, 동시에 지원자 또한 면접관을 통해 회사를 '판단'한다.


만약 회사에서 개발자를 채용한다면 그 면접에서는 내가 주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의 나는 지원자의 역량을 잘 선별할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능력은 어디서 배우거나 글로 정리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을 보는 입장과 면접을 진행하는 입장, 언뜻 보기에는 완전히 상반된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의 필요에 부합하는 직원/회사를 선별하는 점은 같다는 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나서 면접을 어렵지 않게 느낄수 있었다. 서로에게 일치되는 직원과 회사라면 마치 모래밭 위의 다이아몬드처럼 선명하게 알아볼수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Gemini와의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