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신논현에 있는 교보문고를 갔다. 보통 책은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편이지만, 뭔가에 이끌린 건지 서점으로 직접 가보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서점 특유의 종이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점은 참 신기한 공간이다. 들어가기만 해도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며, 방대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지식의 보고라는 표현이 과분하지 않다.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할때는 보통 특정 책을 이미 정한 상태로 검색을 한다. 하지만 서점은 그런 게 없다. 물론 서점에도 검색 장치는 있지만, 결국 자신이 직접 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다름이 없다.
책장과 책장, 책과 책 사이를 넘나들며 수많은 제목과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그 중에 마음이 가는 책이 있으면 꺼내서 책 표지를 본다. 책이 주는 묵직한 지식의 무게와 그 무게들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책표지는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프라인 서점만이 주는 매력이다.
물론 요즘은 온라인 사이트도 잘 되어 있어서, 책 검색뿐 아닌 구매내역을 바탕으로 새로운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방대한 책들 사이에서 마음에 끌리는 책을 "발견"하기에는 아직까지 서점이 더 나은 것 같다. 아마 모니터에 띄워진 추천 도서 양보다, 서점에서 인간의 시야에 들어오는 책의 양이 더 크기 때문이리라,
강남의 심장부인 신논현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매일같이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무대이다. 퇴근 시간 무렵이면 모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기 바쁠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점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저마다 서점을 찾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고된 하루를 위로해줄 따뜻한 글귀를 찾기 위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혹은 나처럼 퇴근길의 지옥철을 피하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특징도 다양하다, 젊은 신입사원 같아 보이는 사람과, 열정 넘치는 스타트업 창업가, 강남 성형외과 의사, 고민 많아 보이는 중년의 회사원(아마 부장 내지는 임원급일 것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분명한 것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서점이라는 공간만큼은 누구에게나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해준다는 사실이다. 마치 목적 없는 산책을 하듯 발길 닿는 대로 거닐며 뜻밖의 책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소소한 즐거움. 그것이 바로 신논현 교보문고에서 내가 발견한 뜻밖의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