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Jul 11. 2024

 학교 안 절도범.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지인이 연락이 와서는 글이 점점 무거워지는데 무슨 일이 있냐고 한다.

아닌데...., 난 지금 너무 행복하고 평화로운데?

글은 쓰는 이의 마음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현재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학교 이야기를 떠올릴 때는 힘들었던 때, 경악스러웠던 순간이 자꾸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기억과 감정의 반응인가 보다.

돌이켜보면 좋았고 보람 있던 시간도 많았는데.....,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쓸데없이 커져서 오히려 힘든 일만 뇌리에 박히진 않았나 싶기도 하다. 지금도 현장에서 안간힘을 쓰며 일하고 있는 후배들의 연락을 받을 땐 그래도 현장의 상황과 분위기를 자유롭게 말할 형편인 내가 나서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어 오늘도 심각한 제목으로 글을 써 본다.



 학생 지도 중에서 가장 어렵고 애매한 것이 절도이다.

절도범은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범죄이다.  

오래전 교도소 수감 중 출산을 한 미혼모가 18개월이 된 아이를 직접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큐로 방송하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적이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교도소 안에서 그렇게 힘든 상황들을 겪어야 했던 죄목이 바로 절도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학업을 중단하여 학생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형사 처벌을 받고 복역까지 하게 된 것이다. 사회에서 절도는 매우 중한 범죄로 다루지만 학교 생활에서의 절도는 자주 일어나는 교내 사건 중 하나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여러 가지 상황들을 참작하여 상, 중, 하로 나눈 후 10점, 20점, 30점의 벌점을 부과하는 것으로 처리를 하게 된다.

학생 중에 가끔은 절도 전과를 가진 아이가 입학을 하기도 하지만 학교는 그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사전 단속을 하거나 지도를 할 수 없어 사건이 발생한 후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생긴다. 사건이 일어났을 시 법적으로는 전과가 추가되는 상황이지만 모든 절차는 교칙에 따라 해결하게 된다. 오히려 엄격하게 가르쳐야 할 학교가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생기면서 범죄의 안전지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적 모순 때문에  도난 사건을 조사하고 처벌을 할 때에는 항상 생각이 복잡하고 마음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절도 사건은 대부분 아는 인물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이 친구를 의심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가 작은 절도사건이 심각한 학폭으로 이어지며 연쇄 사건이 되는 때도 종종 있어 절도 사건은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방에 힘을 써야 한다.

스마트 기기가 없을 시절에는 도난 품목이 돈 몇 푼이나 학용품 몇 개 정도로 설령 범인을 잡지 못했을 때도 치명적인 손해는 없었기에 수사가 그렇게 압박을 주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도둑맞았어요' 하면 수십만 원이 넘는 물건일 때가 많다. 풍족한 시절이라 그런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자신의 물건을 야무지게 관리하는 아이들은 점점 드물어지고 반면 충동적인 성향을 가지  아이들은 많아지다 보니 크고 작은 절도 사건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장의 실상이다.

그중 몇 가지 사건은 아직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 뻔뻔한 도둑놈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70만 원 상당의 삼성 스마트패드를 순차적으로 학생들에게 대여를 했다. 절차가 급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수급 부족으로 스마트 기기 구하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물건이 귀하다 보니 이것을 훔치는 아이가 생기면서 학교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월요일 아침 남학생 둘이 선도실을 찾아왔다. 2학년 김지환(가명)의 진술에 의하면 같은 반 우재경(가명)이 자기 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간 후 자신의 패드가 없어졌는데 자신은 모른다고 했던 우재경이 오늘 중고사이트에 스마트패드를 매물로 내어 놓았다고 했다. 상황을 묻자 우재경은 매물로 올린 패드는 자기가 강당 화장실에 주운 것이며 김지환과 상관이 없는 것인데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주운 것이면 본인 것은 아닌데 그럼 주인을 찾아 주어야 되는 것이 상식 아니냐 하자 어차피 주인을 찾기가 힘들 텐데 자기가 알아서 처리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당당하게 따졌다. 그 표정에 너무 확신이 있어 나조차도 어안이 벙벙했다. 근데 덧붙이는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자기 엄마도 주운 사람이 임자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팔든지 쓰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단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를 끌어들여 자신이 주운 것이 맞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을 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주운 사람이 임자라니..... 한두 푼짜리 물건도 아니고 70만 원에 달하는 기기를 어떻게 가지라고 말을 하는지 그 부모의 인격이 의심스러웠다. 부모도 데려다가 가르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더니 별 부모가 다 있다. 참나.

 몇 시간의 조사 중 기기의 일련번호가 관리 대장에 기록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련번호를 대조해 본 결과 그 기기가 김지환의 것으로 판명되면서 우재경이 팔려고 매물로 올린 기기가 김지환 것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재경이는 끝까지  강당 화장실에서 주운 것이 맞다고 끝까지 우겼다. 눈앞에서 사실을 확인해 주었는데도 눈물까지 흘리며 억지를 부리는데 마음이 약한 김지환이는 일단 찾았으니 신고를 취소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담임한테 상황을 전달하고 부모와 상담해 주도록 요청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당사자가 신고를 취소했기 때문에 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었지만 화가 났다. 훔친 것과 주운 것의 구분도 못하는 아이. 게다가 주운 것은 임자가 따로 있으니 가져도 된다고 가르치는 부모......,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이 오고 많은 것이 변화한다고 하지만 부모의 역할만큼은 스스로가 배우고 잘 감당하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학교를 들었다 놨다 했던 노스페이스

아마도 1990년대 생의 10대들은  '노스페이스 바람막이'의 열풍을 기억할 것이다. 제2의 교복이라 불릴 만큼 그 인기가 선풍적이었는데 당시에도 20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제품이어서 열풍만큼 도난 사고도 잦은 아이템이었다.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았던 우리 큰 애도 사달라고 졸랐을 정도니 그 인기가 대단했던 것은 기억들을 할 것이다. 덕분에 선도실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은 수사를 했던 품목도 '노스페이스 바람막이'이다. 초기에는 웬 등산복을 학교에 입고 오느냐며 단속을 하기도 했지만 뉴스에서도 그 유행 이유를 분석할 만큼 인기가 선풍적이어서 우리도 곧 허용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장에 옷을 가지지 못한 센 놈들은 약한 아이의 옷을 일방적으로 빌리고는 자기 옷처럼 하루 종일 입고 다녀서 담임에 의해 학폭으로 신고 경우도 있었고, 과감히 훔쳐서 가지는 아이도 생겼다. 일주일 한 두건은 꼭 등장했던 사건으로 지금은 특별한 추억으로 되새김질하지만 그때는 참 쓸데없이 일거리를 던져주는 골치 아픈 물건이었다.  


#경찰과 공조 

목돈이 사라졌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없어진 돈은 200만 원이었는데 벌써 15년도 더 된 일이니 그때의 200만 원은 지금보다 훨씬 큰돈이었을 것이다. 수업 재료를 공동구매 하면서 회장이 현금을 직접 걷어서 보관했는데 그 돈이 사라졌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cms시스템이 원활치 않아서, 대부분은 회장이 그 일을 도맡아 했었다. 하지만 그 돈이 사라졌다고 회장이 신고를 하였고 선도실 교사 전체가 들어가서 수색을 하고 진술도 받았다. 하지만 의심 정황도 전혀 없고 목격자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교무실은 발칵 뒤집혔고 행정가 출신의 교장선생님은 아는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수사는 조용히 진행되었지만 상황은 매우 엄중해서 현장 출입을 금하고 보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나는 노란 테이프로 교실을 뱅 둘러가며 폴리스라인이라는 것을 설치해 보았다. 학교 안에서 이렇게 까지 할 일이냐며 언성을 높이는 선생님 들고 계셨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수사를 계속했지만 교내 CCTV도 없던 때여서 단서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 면담을 모두 마치고 귀가를 시키면서 학생부장은 내일 아침까지 자발적으로 교탁에 갖다 두면 용서를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교실에 가보니 변한 것은 없었다. 돈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회장 엄마의 전화가 왔다. 아이가 어젯밤 가방을 정리하면서 보니 돈을 거둔 봉투가 가방 바닥에 깔려 있었다나 뭐라나 하며 호호거리며 웃는다. 아이가 덤벙거려서 어쩌나 하는 말까지 궁색하게 덧붙이면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지만 우리는 아이의 실수라고 믿고 싶은 상태에서 심각하게, 오래,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학생이 고 3학년인 점. 어머니가 상황을 파악하고 수습을 했다는 점. 등등을 이유로 회장이 학급 아이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공개 사과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지금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한데 어머니가 부디 잘 가르치셔서 공금을 탐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레알 도둑놈

이 아이는 절도 전과자인데 우리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사이 수 십 대의 휴대폰을 훔쳐서 팔아먹었다. 고등학교 1학년 9월 달, 퇴학을 당하기 전까지 친구와 교사의 휴대폰을 훔쳤는데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족히 1000만 원은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조회 시간에 휴대폰을 정해진 수거 가방에 넣어 담임이 보관을 하다가 종례 때 학급 회장이나 담당자가 가져가서 교탁에서 나눠주었는데 그날 휴대폰 한 대가 비었다. 선도실 교사가 동원되어 대조하고 확인하고 추궁했지만 사라진 휴대폰은 찾을 수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휴대폰 절도는 잊을만하면 터졌다. 새로 산 아이폰인데 충전기에 잠깐 꽂아 둔 게 사라졌다. 올려놓고 잠들었는데 없어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cctv도 없고 당장의 단서를 찾을 수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리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아이들의 제보 가운데 공통적으로 거론된 이름이 있었다.

박진혁.

나는 이 아이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차근차근 탐문을 해 나갔다. 평소 친분이 있는 아이, 같은 학교 출신, 이러한 음지의 상황을 알만한 아이 등. 정보가 나올만한 곳은 다 챙겨서 알게 된 정보는 촘촘히 찾아서 정리를 해 보았다.  

- 중고폰이 중국으로 많이 넘어갈 때라 돈이 되는데 특정 업종의 어른들이 거점을 만들어 수거해서 팔아넘기고 있다. 인맥이 닿은 아이들이 훔치거나 주워서 가지고 온 휴대폰을 필드라는 거점에 갖다 주면 5만 원 정도를 받는다. 사실 중고에 직접 파는 게 더 많이 벌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한 게 흠이긴 하다. 필드에 묶인 애들은 계속 열심히 주우러 다닌다. -라는 내용이었다. 박진혁도 아주 센 축은 아니라 똘마니처럼 심부름을 하고 있을 것 같단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아이들의 말 뿐인데 어찌할 도리가 없어 선도실은 계속 그 아이를 주시하며 관찰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전교생 대상 행사라 아이들이 모두 강당으로 간 상황에서 순찰을 하던 중 불 꺼진 교실 뒷 문에서 나오는 박진혁과 딱 마주쳤다. 심지어 자기 교실도 아닌데.  순간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다리가 달달 떨렸다. '뭐냐 왜 거기서 나와? 너 이 반도 아니잖아?' '아, 친구한테 뭐 받을 게 있어 가지고요' '받을 거 뭐? 친구가 누군데?' 하니 말문이 막히는지 씩 웃는다. 웃어?  나는 바로 선도실에 요청을 했고 선생님들이 현장으로 달려왔다.

추궁을 하니 휴대폰을 훔친 것이 맞고 문단속이 허술한 교실들을 찾아다니다 꼭 담임 말 안 듣고 몰래 충전하고 있던 휴대폰을 딱 발견하고는 바로 행동에 들어간 것인데 재수 없이 걸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이 열린 반에 휴대폰이 있었다니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지만 아이가 자퇴하겠다고 하자 학교에서는 앓던 이를 뽑아내는 심정으로 바로 처리를 해주었다.  나는 이 아이를 경찰에 넘겨서 여죄를 추궁하고 그동안 사라지 휴대폰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장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이것으로 마무리를 하자고 했다. 결국 놈은 자기 뜻대로 자퇴를 하였고 무거운 절도 행각과는 달리 가볍게 학교를 떠나 버렸다.


10대가 금은방을 털다가 붙잡혔다.

10대들이 차량을 절도한 후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이를 추격하던 경찰에 위해 전원 체포됐다.  

이런 뉴스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해서 다시 한번 더 보게 된다.

혹시 뉴스 속 인물이 박진혁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성경 십계명 중 여덟 번째 계명으로 도둑질하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인간이 저지르는 많은 죄 가운데 도둑질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성경에는 도둑질을 인류 최초의 죄로 기록하고 있는데 바로 아담과 하와가 주인인 하나님 명령을 어기고기고 선악과를 따 먹은 것을 가리킨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죄를 지으면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기본 본성이다. 하지만 요즘은 절도를 통해 쾌락을 느끼고 죄의식은커녕 그것을 팔아먹는 즐거움에 중독되어 앞뒤 판단이 안 되는 나쁜 사람이 많다. 제발 더 타락하지 말고 교육과 자기 훈련에 힘쓰며 소박하지만 성실하게 살아내기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전 08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