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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Jul 18. 2024

 욕을 달고 사는 녀석들

입만 열면 욕!

"야, 씨~발× (여자)아!"

누군가 복도가 떠나갈  큰소리로 욕을 하며 뛰어간다. '누구야?' '아이고' 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나가서 복도로 달려갔다. 남학생 두 명이 빠른 속도로 복도 끝에서 사라진다.

" 야! 학생! 야,야!"

하고 불렀지만 못 들었는지 아무도 돌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로 돌아와 앉으니 자리 체육이 히히 웃으며

 " 아, 이제 신경 좀 꺼세요. 맨날 가르쳐도 안되는걸 때마다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시면 병나요" 한다.

" 나도 알아. 그래도 너무 하잖아? 학교 안에서 저리 심하게 욕을 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듣고만 있냐? 근데 남자한테 왜  '년'이라고 해? 너~무 듣기 싫어. 섬찟하다니까"

" 그게요, 남자한테 '놈'이라 하는 것보다 '년'이라 하는 게 더 심하게 욕하는 거래요. 그렇게 세게 모욕적인 욕을 하고 나면 쾌감이 느껴진다더라고요".

"어이구,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큰일이다  큰일." 

" 개소리??ㅋㅋㅋ"

선배의 신박한 한마디에 후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욕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너 지금 씨!! 음이라고 했니?'  미친 엑스라고 욕했잖아' 이렇게 애들이 하는 욕을 옮길 일이 생겨도 완성된 욕을 못한다. 하지만 요즘 애들은 욕을 못쓰게 하면 대화가 진행이 안 된다고 하니 참 난감한 현실이다.

또래의 영어선생애들이 욕을 하도 하길래 자신도 똑같이 욕을 해주었더니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이제는 멈출 수가 없다고 킥킥대기도 했다. 참, 자랑이다. 혼자서 쯧쯧거리게 된다. 

내가 너무 유난한 건지....,

하긴 요즘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할 것 없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수치심도 모르고 욕을 해대니 애들도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수도 있겠다. 그래도 말은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맞다. 내가 이만큼 살아보니 확실히 그렇다. 주변을 보면 말이 점잖은 사람은 행동도 품위가 있었다. 그러니 대세가 그렇다고 인정하면 안 되지.

 '얘들아. 안 되는 건 되는 거다.'


내가 욕에 대해 예민해진 건 어려서 욕을 하다 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났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말잘하는 동네 명물이었다.  대 여섯 살 밖에 안된 꼬맹이가 어른처럼 말을 받아치니까 어른들이 모이면 나를 가운데 놓고 얘기를 자주 시켰는데 내가 거칠게  대꾸를 할수록 다들 웃어주고 기분 좋은 리액션을 해주었기에 나에게 있어 비속어는 일종의 개인기였다. 멋도 모르고 욕에 익숙해져 살 즈음 낮잠을 깨웠단 이유로 스무 살이 넘은 이모에게 닥치는 대로 욕을 해대고 있는데 이 광경을 아버지가 보시게 되었고 태어나서 가장 무섭게 꾸중을 들었다. 이후 나는 '욕 = 나쁜 짓' 임을 알게 되면서 절대 욕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듯 어린 시절에 교정된 나쁜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삶 깊숙이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애들도 가정교육을 통해 바른 말과 욕에 대한 구분을 하도록 배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입에서는 연신 '졸라', '씨발', '씨발 ×', '엠창', '미친놈', '지랄' , '개~'등 듣기에도 거북한 욕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애들에게 욕은 그냥 습관적 일상 언어이며 쉬운 감탄사인 것 같다.  




 청소년의 욕설 문화에 대한 심각성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거론이 되었다.

당시 한국교총에서 조사한 학생들의 언어 실태를 보면 학생 65%가 매일 거친 욕을 하고 있으며 욕하는 빈도는 1시간에 49번. 75초당 한번씩 욕을 한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더 심각해져서 최근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학생 99%가 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욕을 할 때마다 엄마한테 한 대씩 맞기로 했는데 숨도 못 쉬고 맞았다고 말하여 모두가 웃은 적이 있는데 정말 이건 웃을 일만은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유난히 상처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소년기의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모두가 다 실종되고 망가진 결과”라고 문화의 원인을 분석했다.

내가 들은 욕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엄창'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의 뜻을 듣고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면 많은 설명과 예시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엄마+창녀' 라니....., 엄마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꼭꼭 눌러 담은 악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감정이 왜 이렇게 공격적이 된 것인지....., 아이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하는 애한테 왜 욕하냐고 물으면 상대가 욕 처먹을 짓을 한다고 하니......, 행동한 이가 잘못된 것인지, 욕하는 아이가 잘못된 건지......, 하여간 '욕이라는 건 결국 돌고 도는 것이라 본인부터 자중해야 욕먹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얘들아, 욕 좀 하지 마라~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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