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리의 힘

팀 마샬 <Prisoners of Geography>를 읽고...

by 하늘

책의 제목을 굳이 영문으로 <Prisoners of Geography>라고 적어 놓은 이유는, 한글 번역판의 제목이 작가가 담고자 하는 책의 내용을 좀 과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꿈보다 해몽'이랄까? 예를 들어, 강대국의 대표격인 '미국'이 지리적인 장점때문에 그렇게 부유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가? 그에 반해, 약소국들의 처지는 지리적인 한계로 인하여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책의 겉표지나 풍기고자 하는 뉘앙스는 '땅'을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베스트셀러'니까 유행에 뒤쳐지지 말고 읽어봐야 하지 않겠어? 하며 충동질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부류의 책을 접해 보지 않았던 나는 'main요리만 먹어서야 되겠어? 어디 한번 side dish도 같이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더랬다. 1/3만큼을 읽어 가는 중에, '과연 끝까지 읽을 만한 걸까?'하는 실망감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한다. 마치, 이미 잘 살고 또는 못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하여, 이런 지리적 강점 또는 저런 약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끼워 맞추려는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기며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는 지리적 설명과는 상관없이 그 나라의 역사-해당 국가의 홍보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나올 법한 내용들- 혹은 종교 갈등, 내전 등을 다루고 있기에 왜 '지리의 힘'일까 하는 의아함을 갖기도 한다. 여러분도 '물길(강)', '산맥', '사막', '지형' 등의 기본적인 지리학적 분석으로 한 나라를 설명하라면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책의 중반을 향해 읽어가고 있고, 마침 눈오는 날이라 하루를 쉬게 되니 '에잇, 남은 하루만에 모두 읽어 치우리라.' 마음을 다잡고 Google Map과 함께 다시 정진하기로 한다.




인내를 갖고, Google Map과 Google Earth를 번갈아 가며, 여기를 짚어보고, 저기를 찾아보면서 세계의 각 나라의 위치들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본다. 작가가 얘기하는 강은 어디고, 산맥은 어디고, 그래서 이런 것이 생겼구나 하며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런 기본적 배경을 훓고나면, 이전까지 각종 국제뉴스의 겉만 보고 넘어가던 내게 조금이나마 생각의 폭을 넓혀 주지는 않을까하는 긍정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책이 발간된 해가 2016년인 것을 보면 지금으로부터 어언 10년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지금의 일어나고 있는 지정학적 뉴스를 해석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적어도 국가간의 외교에 대하여, 아래의 문장들을 만들어 내게서 떠나지 않고 있기에, 여기에 남겨 놓기로 한다. 이런 것들이 비단 외교에서만 뿐이겠는가?

1. 국가간의 외교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2. 자신의 배를 먼저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3. 나중에 통째로 먹기 위해 지금부터 미리 조금씩 주고 본다.

4. 결국은 있는 놈이 준비하는 놈이 될 수 있고, 그런 놈이 더 먹기 마련이다.

5. 기득권 혹은 패권을 쥐려는 싸움이다. 왜? 자신은 조커를 쥐고 포커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다.

6. 어떤 지역을 갖기 위해서는 무력으로 쟁취할 수도 있지만, 자국민 이주시켜 놓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강력한 것도 없다.




인간은 끝없이 넓은 우주의 아주 작은 푸른 점(Pale Blue Dot)에 살고 있다. 그 별에 있는 '육지'라는 작은 부분에서 '티끌'과 같은 존재로 산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그 육지에서 끝없는 투쟁의 바퀴를 굴려가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더 큰 것처럼 집착하며 말이다. 이런 관점으로 <지리의 힘> 아니, <Prisoners of Geography: 지리의 수감자들>를 보면 책의 내용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들의 땅따먹기 게임은 인간이 말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