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한다는 감각

질문 세 개

by 이재원

올해를 돌아보면
잘했다는 말보다
고민을 많이 했던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는 무언가 대단한 변화를 만들기보다
매일 반복되던 일들 속에서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조금 더 자주 던졌던 것 같다.

그 질문들이 쌓여
일하는 방식이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질문 하나.

야간이나 주말에도
늘 켜져 있던 설비들이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아무도 몰랐고,
“혹시 모르니까”라는 말만 남아 있었다.


“이 설비, 밤에 안 돌리면 바로 문제 생길까요?”


솔직히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대신 조건을 나눠서 보자고 했다.

생산과 직접 연관된 경우,
완전히 대기 상태인 경우,
기온이나 외기 조건에 따라.

결국 일부는 멈췄고,
일부는 그대로 유지됐다.
다시 켰다가, 다시 조정한 것도 있었다.

완벽한 답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그냥 돌린다”는 선택지는
사라졌다.


질문 둘.

“이건 예전부터 이렇게 했던 건데요…
혹시 안 해본 이유가 있었나요?”

괜히 일을 키우는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질문 덕분에
우리는 처음으로
그 업무의 목적부터 다시 보게 됐다.

법규 때문인지,
품질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관행인지.

결론은 단순했다.
“이제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답보다 질문이
조금 더 많아졌다.


질문 셋.

모든 결정이 빠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결정을 못 내린 날들의 기억이 더 많다.

한 가지 방안을 두고
팀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효율은 좋아 보였지만,
리스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날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조금 더 보자”는 말로.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다.
리더로서, 선배로서
결정도 못하고 미루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뒤,
현장에서 나온 작은 정보 하나에
그 판단은 달라졌다. “해보자”

돌이켜보면
그때의 선택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함께 고민한 결정이었다.


이 세 가지는
올해 우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어느 현장에나 있을 법한 장면들이다.

설비를 멈출지 말지 고민하고,
관행을 의심해 보고,
결정을 잠시 미뤄보는 일.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면,
그 고민을
혼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는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하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방식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

즐겁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며
성취감 속에서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완벽한 결과는 아니지만
함께 이루어 가는 과정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혼자 판단하고,
혼자 책임지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같이 고민할 사람이 옆에 있에 있다고.


함께 성장하는 팀,
함께 이뤄온 시간.

이 말이
올해를 정리하는
가장 감사한 문장이다.

작가의 이전글현장의 속도와 회사의 절차 사이에서 길을 찾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