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깊어질수록, 기준은 선명해진다

Audit

by 이재원

어제와 오늘, 공장은 조금 다른 긴장감 속에 있었다. 우리공장에 대한 제품 구입업체의 실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사(Audit)는 원료(재료)가 적절한 시설과 설비에서 생산되고 실험실에서 품질 검증을 거쳐 포장 및 라벨링되는 제조 전 공정의 무결성과 일관성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생산 현장뿐 아니라 시설과 설비, 장비를 책임지는 엔지니어링 팀에도 질문이 집중되었다는 점에서 체감되는 무게는 더 컸다.


공조설비 내부의 청소상태와 청소주기, 수처리설비의 로그북 체크형식, 알람 발생 시 절차와 기록물 같은 답답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고,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점점 늪에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용매 이송 시스템으로 넘어가자 질문은 더 날카로워졌다. 유량 검증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수행했는지. 일정용량외의 고용량 운전 시에도 정확성이 유지된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단순히 ‘문제가 없었다’는 경험담이 아니라, 수치와 기록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요구했다.


돌이켜보면, 엔지니어링 팀이 이렇게 집중적인 실사 대상이 된 건 꽤 오랜만이다. 그동안 큰 문제없이 지나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무디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늘 하던 대로”라는 말이 어느 순간 기준이 되어 성장이 멈추었던건 아닌지, 이번 실사는 그 안이함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짚어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PM과 OQ에 대한 질의였다.


‘예방보전(PM:Prevnetive Maintenance)’과 ‘장비의 정기적인 운전 적격성평가(OQ:Operating Qualification)’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PM은 설비를 고장 나지 않게 유지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OQ는 그 설비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활동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도 시선도 다르다. 이번 실사를 통해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사는 늘 피곤하고, 때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질문이 깊어질수록 기준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무엇을 당연하게 여겨왔고, 무엇을 더 완성 시켜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실사는 우리에게 과거의 부족함을 들춰내기 위한 자리라기보다, 미래의 많은 일을 잘 감당하기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다시 정렬하는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물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