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교체
오늘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인데도 온도계는 영하 6도를 가리킨다.
밝은 실내는 따뜻한데, 밖의 공기는 날카롭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느낌이다.
오전 내내 우리는 장비를 멈추고 공압을 차단한 후 에어가 빠지기를 기다렸다. 밸브 하나를 교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네 명이 고장 난 공압 밸브 교체를 위해 밸브 앞에 모였다.
양방향 공압밸브, 100A, 20 bar, 후렌지 타입.
볼트는 24mm 여덟 개, 밸브 무게는 약 20kg. 무릎 정도 높이에 설치된 밸브라 시작 전에는 별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동 드릴로 첫 볼트를 푸는 순간, 일이 쉽지 않겠다는 걸 모두가 알아차렸다.
장비는 셧다운 된 상태였고, 밸브도 닫힌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네 시간이나 방치한 장비 안쪽 탱크에는 여전히 압력이 남아 있었다. 분리하려면 결국 후렌지 볼트를 풀어, 후렌지 사이로 에어를 그대로 받아내며 압력을 빼는 수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에어 배출 소음이 귀를 때렸고, 그 시간은 한 시간이나 걸렸다.
수그린 자세로 8개의 볼트를 풀고, 반대편에서도 다시 8개, 총 16개의 볼트를 풀어 밸브를 빼내고 새 밸브를 같은 자리로 밀어 넣었다. 후렌지 사이에 있던 테프론 시트는 후렌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대로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새 시트로 교체하고, 다시 조립.
결국 밸브 분해와 재조립, 가동 테스트까지 모두 마치는 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에어 빠지는 부담스러운 소리, 무거운 밸브 핸들링, 녹슨 볼트 풀고 조이기.
좁은 공간에서 서로 옹기종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리고 한낮의 냉기에 손가락과 발가락 감각이 없다. 추워...
전날 담당자가 밸브 이상으로 수리가 필요하다며, “인건비랑 시트 교체 비용으로 80만 원 정도 한답니다.”
순간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비싸?”, “밸브도 있고, 우리가 그냥 하자.”
작업을 마치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그냥 돈 주고 해야겠다.’
작업장으로 고장 난 밸브를 가져와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일반적인 밸브와 구조가 많이 다른 스페셜 타입의 밸브로 모양부터 멋져 보인다. 분해해 보기로 하였다.
작년부터 작업장 한쪽에는 이렇게 교체하고 가져온 밸브, 스팀 기구류, 부식된 펌프 임펠러, 오래된 자동 컨트롤러들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예전 같으면 모두 폐기했을 것들로 지금은 교보재로 직접 만지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보며 서로 지식을 나눈다. 1년 사이 꽤 많은 것들이 렉을 채웠다.
오늘 가져온 이 밸브도 곧 우리 손으로 헤쳐졌다가 다시 조립될 것이다.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즐거운 나날을 상상해 본다. 이 추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