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솟는 폐수 맨홀
공장은 많은 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물을 버린다.
사람이 사용하는 물은 오수가 되어 하수처리장으로 향하고,
공장에서 사용된 물은 폐수가 되어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 둘은 철저히 구분되어야 한다.
만약 관리되지 않은 폐수가 우수로 흘러간다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공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고가 된다.
그래서 물은 공장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대상 중 하나다.
저번 주부터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질소발생장치에서 나오는 응축수를 모으는 폐수 맨홀이
자꾸 넘칠 듯 차오르는 것이었다.
이 맨홀은 평소라면 여름철에도 이틀에 한 번 정도 확인하면
절반 정도 차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가득 차 있었다.
폐수 담당 팀과 함께 점검을 시작했다.
혹시 다른 라인에서 유입되는 것은 없는지,
어딘가 배관이 잘못 연결된 것은 아닌지 하나씩 확인했다.
특이사항은 없었다.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질소발생장치 응축수가 늘어난 것 같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질소발생장치를 반나절 동안 꺼놓고 지켜봤다.
유입되는 물은 거의 없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다음 날.
다시 맨홀은 가득 차 있었다.
이상했다. 우물물도 아니고.
그리고 오늘 질소발생장치가 가동되지 않는 날이다.
맨홀을 열고 확인하는 순간,
아래에서 물이 스멀스멀 솟구치고 있었다.
그 장면 하나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맨홀 내부에는 배수펌프가 잠겨 있고,
그 펌프의 토출 배관 상부에는 체크밸브가 설치되어 있다.
펌프가 작동하면 물을 위쪽 파이프랙까지 밀어 올려 폐수처리장으로 보내고,
펌프가 멈추면 역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체크밸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이프랙 위에서는 다른 동의 폐수 라인이 같은 배관으로 연결되어 있어 결국,
다른 곳의 폐수가 역류하여 맨홀을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동일 모델의 체크밸브를 준비해 교체를 진행했다.
분리된 밸브를 확인하는 순간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안에 끼어 있던 것은
생수병뚜껑이었다.
그것도 크기가 딱 맞았고, 너무도 정확하게 걸려 있었다.
이렇게 정확히 맞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누가 넣었을까.
맨홀은 사각 커버로 덮여 있고 쉽게 열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의도였을까, 아니면 우연이었을까. 결국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건 이 작은 이물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맨홀이 자꾸 차오른다”라는 단순한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
작업을 마친 뒤
펌프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이물 유입을 막기 위한 구조가 필요해 보였다.
간단한 보호 케이스 하나만 있어도 이번과 같은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물 방지망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장비는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관리, 그리고 반복되는 점검으로 유지된다.
공장은 거대한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대부분 아주 작은 것들이다.
작은 것들을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넘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넘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