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산동에서 필터드라이어 챔버 온도값이 HMI 터치패널과 레코더 사이에서 오차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API 원료의약품에서 필터드라이어는 반응기에서 결정화된 제품을 여과하고, 정해진 온도와 시간으로 건조하는 마지막 공정의 핵심 장비로 그만큼 온도센서는 제품 품질을 결정하는 ‘눈’이며, 레코더는 그 품질을 증명하는 ‘기억’이다.
매년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정기적인 검교정(Calibration)을 받고 있고, 다음 검정 주기까지는 한참이 남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왜 오차가 발생하지?”
생산팀의 요청에 담당자는 지체 없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오후 늦게 진행될 건조공정을 앞두고, 작업자들이 오전부터 장비 점검을 하며 발견한 문제였다.
가장 먼저 전원 공급 상태를 확인하였다. HMI 터치패널과 레코더, 그리고 전기 패널의 단자대까지 전압은 안정적이었다.
약 5도의 온도 차이를 제외하면, 전기적 문제는 없어 보였다.
결국 남은 의심 지점은 하나 방폭 온도센서.
장비에 부착된 무거운 센서의 뒷마개를 돌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뚝 두둑.
센서 내부에 물이 가득했다.
PT100 센서는 온도를 저항값으로 변환해 신호를 만드는 방식이기에, 내부에 스며든 물은 그 저항값을 흐트러뜨릴 충분한 이유였다. 센서는 두 채널을 사용해 각각 터치패널과 레코더로 연결되는데, 채널 간 편차는 결국 물이 만들어낸 ‘가짜 온도’였다.
즉시 내부의 물을 제거하고, 단자와 케이블을 말린 뒤 상태가 좋지 않은 터미널을 잘라내고 재압착하였다.
그리고 다시 전원을 넣자 현재의 온도 값과 두 장비의 온도값이 정확히 일치했다.
문제는 해결됐지만, 센서 내부의 부식 정도는 이미 교체를 말하고 있었다.
새 센서를 발주하고, 교체 후 최종 검교정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해 보면 해답은 현장에 있었다.
필터드라이어는 건조를 끝내면 작업자는 파우더 형태의 제품을 회수하고, 다음 생산을 위해 장비 청소를 진행한다. 이때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방폭 후렉시블을 타고 흘러, 미세한 틈을 통해 센서 내부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센서 캡의 오링(O-ring)은 멀쩡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기술적 착각을 마주하게 된다. ‘방폭(Explosion-proof)’ 구조는 내부의 폭발 압력을 견디는 것이지, ‘방수(Waterproof)’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일이 다행히 누전이나 단락 같은 전기적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방폭 기구라 할지라도 물이나 습기가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설치 시 배선의 연결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만약 이러한 장소에 방폭 후렉시블 케이블이 위에서 아래로 꽂히는 구조가 아니라, U자로 아래에서 위로 연결되는 구조였다면 물은 센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센서를 복구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 작업자에게 물 세척 시 위험성을 교육하였다.
팀 내부에서도 방폭기계기구 선정과 설치 방식을 재점검하기로 하고, 새로운 방폭공사를 진행할 때는 작업자의 동선과 실제 작업행태를 더 잘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교훈도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