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그전까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제티는 가끔 타 먹을 때가 있었지만 그것조차 먹을 것이 귀하던 군 복무 시절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는 딱히 향이 첨가된 우유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때는 유난히 딸기 우유가 먹고 싶었을까. 더운 날씨에 목을 축일 만한 음료수를 고르러 들어간 편의점에서 난 별 고민 없이 딸기 우유를 골랐다. 아마 색감이라고 할까… 분위기가 비슷해서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첨가물이 들어간 우유를 먹고 싶었던 것이라면 초코나 바나나 우유에서는 그러한 욕구가 느껴지지 않은 것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홍색 분위기가 딸기 우유와 비슷했던 너는 그런 내게 헛구역질 흉내를 내며 무슨 그런 걸 먹냐며 비아냥거렸다. 오기가 생긴 난 생전 먹어본 적도 없는 딸기 우유의 변호인이 되어 이 달콤한 우유를 고른 이유에 대한 일장 연설을 하려고 했지만, 시작과 동시에 반대 진영에서 백기를 들었기에 난 그대로 딸기우유를 들고 나왔고 표정에 불만이 가득한 너의 손에는 시원한 콜라가 들려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우린 각자의 음료 뚜껑을 땄다. 음료를 마시기 위해 고개를 젖히니 너무나 밝은 태양 빛이 눈을 찔러 힘주어 인상을 찌푸려 눈을 막았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딸기 우유의 맛은 아주 달았다. 너무 달아서 딸기 맛은 거의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편의점 에어컨 아래 시원한 냉장고 안에 살던 딸기 우유는 더운 여름 안에 살아가던 내게 감동적인 첫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딸기 우유를 음해하는 목소리는 그 달콤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들려왔다. 너무나도 인공적인 맛이 그쪽의 주된 주장이었다. 생과일은 좋지만, 그 과일만의 고유함을 화학 약품으로 어정쩡하게 따라 하려는 속셈이 너무나도 괘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바나나 우유를 골랐어도 이런 억지스러운 질타를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처음에는 미식가도 아니고 무슨 그런 디테일한 맛의 차이까지 따지냐고 비웃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그 디테일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갈증이 해결되고 체온이 내려갔으니 처음만큼의 감동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살짝 더위를 먹은 상태에서 바로 옆에서 그런 헛소리를 나불대는 것을 듣고 있자니 그 헛소리가 참말로 들렸다. 그렇게 감동적이었던 첫 만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딸기 우유와의 첫 헤어짐은 찝찝한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먹지 않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했기에 나는 그간 딸기 우유를 비롯한 첨가물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지 않고 있었다. 딸기 우유를 싫어하던 사람과 연락을 안 하게 된 지도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다. 무슨 이유로 연락을 안 하게 된 지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날 정도의 시간이. 그러다 며칠 전, 너무 더워서 잠시 더위를 식히러 들어간 편의점 안에서 우연히 딸기 우유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딸기 우유보다는 딸기 우유가 눈에 들어오자 처음 그것을 목으로 넘겼을 때 느꼈던 감동이 갑자기 머리로 쏟아져 들어왔다. 딸기 우유 결제는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그 이후 첫 목 넘김까지도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달았다. 이전에 먹었던 때보다 더 더위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한 팩을 다 먹을 때까지도 질리지 않았다. 방금 나온 편의점에서 겨우 가로수 한 그루 지나칠 정도만 걸어왔기 때문에, 내친김에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 똑같은 딸기 우유를 하나 더 사서 나왔다. 바로 뚜껑을 따고 마셨다. 처음만큼의 강렬한 감동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 팩도 다 비울 때까지 꽤나 만족스럽게 마셨다. 그리고 확신했다. 나는 딸기 우유를 좋아한다. 이를 알고 나니 그간 딸기 우유를 마시지 않고 지내온 시간이 억울해졌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어딘가. 하루 날 잡고 내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도 사소한 오해로 향유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지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