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이 되는 법

—시리즈 성적표 대신, 진짜 인생이야기 1

by 아빠쌤

그날, 제게는 참 뜻밖의 선물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습니다. 남학교 교사로 지내며 쉽게 마주하지 못하는 순간,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이었지요. 그 고마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무언가를 더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올해의 마지막 수업이었고, 저는 성적표 대신 ‘지금의 나를 만든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진짜 교재

교실에 가져간 것들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한 권,
아침 식탁에서 아내와 나눈 따뜻한 대화,
가방 속 먼슬리 플래너에 적어 둔 짧은 생각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 인생은 언제나 그런 것들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 반복되는 선택과 태도가 결국 한 사람을 완성시킨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게 다 선생님의 하루야.”

그렇게 말하며 제 일상의 솔직한 단면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였습니다.


'오십의 기술'과 교실에 번진 웃음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말했을 때, 교실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곧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십의 기술이야.”


“선생님, 우리는 아직 33년이나 남았잖아요!”


아이들의 웃음에는 계산이 없었습니다. 그저 솔직했고, 맑았고, 생기가 있었습니다.


“그럼 같은 작가의 마흔의 기술도 있어.”라고 덧붙이자, 웃음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그 웃음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지금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시간 자체를 배우고 있구나.


감탄할 줄 아는 사람

책 속의 한 문장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오십이 넘은 사람들 중 가장 멋진 사람은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래.

그리고 제 마음을 덧붙였습니다.


“선생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데 요즘은 너희 덕분에 더 자주 감탄하게 된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닿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희가 내 인생에 들어와 주었기 때문에 선생님도 계속 배우고 있다.”

그 말은 아이들에게 전하는 고백이자 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습니다.


잔소리가 사라지는 나이

아이들에게 책 속 문장 하나를 더 꺼냈습니다.

“오십이 넘으면, 아무도 나에게 조언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말이 귀찮게 느껴질 때가 많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이 잔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제야 깨닫게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그래서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의 오십은 너희의 이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만, 서로 다른 시간 위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금은, 모든 것이 공짜인 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금의 일상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습니다. 학교급식, 빵빵한 에어컨과 히터, 체험학습, 스카 같은 자습실 공간.


“지금 이건 다 공짜야.”
아이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두 해 뒤, 스무 살이 되면 이 모든 것에는 가격표가 붙어. 돈을 낸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을 함께 지는 거야. 선택의 자유와 함께 책임을 떠안는다는 뜻이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평범함은 나중에 가장 그리운 장면이 된다는 말을 조용히 남겼습니다.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

수업의 끝에서 아이들에게 약속 하나를 건넸습니다.

“어른이 되고, 세상이 조금 버거워질 때 언제든 찾아와도 돼.”

“선생님은 너희가 잠시 쉬면서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줄게.”


그날, 교실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르침이라고 믿어왔던 시간들이 사실은 함께 성장해 온 시간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스물두 명의 아이들 덕분에 올해도 저는 한 뼘, 조용히 자라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멋진 사람이 되는 법’을 이야기하던 그날, 아침에 출근길에 아내에게서 들었던 짧은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열세 살이 되면 어른의 문 앞에서 세 가지 선물을 건네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의미를

그날,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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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에는 적히지 않는 진짜 인생 이야기 ②]
열세 살에게 건네는 세 가지 인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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