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서프라이즈 영상
겨울방학 전 우리 반 마지막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복도를 걸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평소보다 약간 더 밝아 보였습니다. '역시나 방학이 좋은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기며 가방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순간, 전자칠판 화면이 갑자기 켜지고 교실 전등이 하나둘 꺼졌습니다. 어두운 교실에 전자칠판 화면만이 환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화면 속 영상에는 우리 반의 지난 1년이 예쁜 노래와 함께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첫 장면이 흐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실 우리 반 아이들은 전형적인 남자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속은 누구보다 깊지만 표현이 어색하고 어려운,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서툰 그런 남고 아이들이요.
그런 아이들이 모여서 이런 영상을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충격이라기보다는 뜻밖의 선물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놀라움은 화면에 흐르는 아이들과의 소중한 장면들 속에서 온전한 감동으로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처럼 찾아왔던 축구 시합 결승골 장면, 수학여행 때 함께 찍은 우스꽝스럽지만 행복했던 사진들, 땀을 흘리며 산을 함께 올랐던 숨 가빴던 그 순간, 야간자율학습 시간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잠든 평화로운 얼굴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힘들게 책상을 지켰던 그 진지한 순간들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지나갈 때마다, 저는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시간을 다시 만났습니다.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있던 저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지난 한 해를 조용히, 그러나 진하게 추억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장면과 자막들을 보고 영상이 마무리될 무렵,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카메라 앞에서 조심스럽게 건네는 멘트를 들으며 정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부끄러워하며, 그러면서도 진심을 담아 전하는 그 말들이 제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았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1년을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제가 화면 앞으로 다가가기 위해 천천히 몸을 돌렸는데, 어두운 교실 끝에서 작은 촛불이 흔들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한 아이가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들고, 촛불을 지키며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남고에서 가능하다고?^^
촛불을 끄고 박수를 치는 아이들 앞에서, 저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아니, 마음이 벅찼습니다.
어떤 말로 이 감동과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할까요?
어떤 언어로 이 순간의 따뜻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이 마음을 전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