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에세이
오늘은 창가 자리로 간다.
오랜만에 혼자 카페에 왔다.
이곳으로 올까, 도서관으로 갈까 잠시 망설였다.
머리는 도서관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향했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았던 토요일 아침.
그럼에도 나는 내 시간의 최대 사치를
이곳에서 누리기로 했다.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어깨에 지고 있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나에게 사치란
어쩌면 이곳에서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카페 문을 열자
익숙한 이곳만의 향기가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커피 향만으로
이곳을 설명할 수는 없다.
나에게 이곳은
커피보다 ‘생각의 향기’,
그리고 ‘자유의 향기’가 더 강하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이 좋다.
무심한 듯 대화를 이어가는
노부부의 목소리가 정답다.
영어 회화를 연습하며
서로를 의식하는 이들의 소리도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다.
아침의 이곳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생각과 자유를
조용히 누리고 있다.
오늘은 카페 직원이 유난히 친절하다.
얼음물을 먼저 챙겨주고
내가 시킨 커피를 기다리게 한다.
늘 챙겨 오는 텀블러에 담길 라떼는
오늘 어떤 모습일까,
괜히 기대하게 된다.
역시나.
하트 아트가 담겨 있다.
작은 것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것 하나에 기분이 상한다.
크고 좋은 것들은 자주 작게 보이고,
작고 불편한 것들은 괜히 크게 보이는 날들이 많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작고 좋은 것이 유난히 크게 보이는 하루.
아마도
이른 아침,
이곳에 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늘 앉던 구석진 1인용 자리에 앉으려다
문득 다른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조금 달라지고 싶었다.
양쪽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벗어나
시선에서 살짝 벗어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때,
계단을 등진 창가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왜 그동안
이 자리가 있다는 걸 몰랐을까.
티 나지 않게 빠른 척 이동했지만
어눌한 내 발걸음은 여전히 티가 난다.
그 모습이 웃겨 혼자 피식 웃어본다.
오늘은 창가 자리에 앉는다.
늘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그 자리에.
이곳에서는
통창 하나를 오롯이 가질 수 있어서 좋다.
계단을 등지고 있어
노트북 화면도 자연스럽게 보호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콘센트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엔
있었던 것 같은데.
아!
그래서 내가 늘
이 자리를 스쳐 지나갔구나.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돌아가지 않기로 한다.
콘센트가 없는 불편함보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조금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트북 배터리는 백 퍼센트다.
라떼 위의 하트는 아직 선명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혼자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마주 앉은 아주머니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오늘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오늘은
콘센트가 없는 것도,
나를 묶어두던 생각들도,
다른 사람의 시선도
모두 무시하기로 한다.
작은 슬픔이
유난히 크게 보이는 날,
큰 기쁨이
괜히 작게 느껴지는 날,
그럴 땐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보길 권하고 싶다.
가까이서야 보이는
창가의 거미줄이 있고,
콘센트 하나 없는 불편함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창가 자리에 앉아보길.
창가 자리에서는
통창 하나를 온전히 가질 수 있고,
내 시간을 통째로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비로소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의 속도를
조용히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