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는 단 한 사람

부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 아이 옆을 지키는 한 사람입니다.

by 아빠쌤
ㅡ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소년이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왕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열여섯 살의 나이에 그는 왕좌에서 쫓겨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왕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단종.

그러나 왕위에서 쫓겨난 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단종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는 노산군이었습니다.

왕이었던 소년은 강원도 영월로 유배됩니다.

왕궁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신하들이 있었고 궁녀들이 있었고

그를 지켜주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월에 도착했을 때

그 모든 사람들은 사라졌습니다.

소년은 이제 혼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머물게 된 영월의 작은 마을,

광산골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식재료를 모았습니다.

누군가는 산딸기를 가져오고

누군가는 산나물을 내어놓고

누군가는 생선을 내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재료들을 모아

한 사람이 상을 차려 들고 갔습니다.

마을의 촌장이었던 엄흥도입니다.

엄흥도는 조심스럽게 상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빈 상을 들고 다시 나왔습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묻습니다.

조심스럽게.

걱정스럽게.

“촌장 어른…”

“나리는 오늘 식사를 하셨나요?”


왕도 아니고 권력도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 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여전히

지켜주어야 할 ‘나리’였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그가 밥을 먹었는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때로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챙겨주는 마음 하나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는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됩니다.

하와이의 작은 섬

카우아이 섬에서 자란 아이들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한 연구였습니다.


가난, 가정 문제, 폭력.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연구자들은

그 아이들 대부분이

힘든 삶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그 아이들 곁에는 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좋아해 주는 사람.
그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할머니일 수도 있었고

부모일 수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일 수도 있었고

친척 어른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그 어른은 늘

그 아이를 믿어주었습니다.


교사로 일하다 보면

이 사실을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던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낯선 언어와 환경 속에서

그 아이는 늘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야구부에서 운동만 하다가

뒤늦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 공부를 시작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오래 외로움을 겪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공부법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네 편이다.

그 말은

아이에게 이렇게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직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말 한마디가

아이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반드시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끝까지 옆에 있는 사람.
잘할 때 칭찬하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도 떠나지 않는 사람.

영월의 광산골 사람들이

노산군에게 그랬던 것처럼.

빈 상을 들고 나오는 촌장에게

조심스럽게 묻던 그 사람들처럼.

“나리는 오늘 식사를 하셨나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닙니다.

대단한 교육법도 아닙니다.

대신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오늘 괜찮았니?, 나는 언제는 네 편이야.

라고 말해 줄 사람.


그래서 가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우리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 되어주고 있을까.


아이를 살리는

바로

그 한 사람말이죠.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창가 자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