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생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 2편]

제주도의 밤, 선생님들의 진심이 흘렀다

by 아빠쌤

제주도 수학여행 둘째 날 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늦은 시간이었고, 야간 근무 교대로 제가 나설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앞 근무를 맡았던 선생님 세 분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제가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죠.


“선생님들, 이제 들어가셔도 돼요. 이제 제가 맡을게요.”


그러자 선생님들께서 조용히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점호 시간도 다 돼 가는데요. 그냥 조금 더 같이 있다 들어갈게요.”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의 조용한 밤공기 아래,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 이야기였습니다.

학교 이야기로 이어졌고,

곧이어 집에 두고 온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한 사람으로서의 고민들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교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

어린 두 아이를 둔 워킹맘 선생님,

늘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정작 자신의 속마음은 꺼내지 못하던 선생님,
고등학생 앞에서 여전히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신규 선생님.


그날 밤, 저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동료 교사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선생님, 제 욕심에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아이 둘을 키우며 육아만 하다가 제 인생이 거기서 끝날까 봐 무서웠거든요.”

“지금은 다시 교실로 돌아와서 하루하루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예전보다 화도 덜 내고, 아이들이 더 예뻐 보여요.”


“그런데 몸이 너무 피곤하면 그 사랑스러운 애들에게도 못할 말이 나가요. 그러면 또 재우고 나서 울어요.”


“반 아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때로는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한 날도 있어요. 아이들이 아프면 온 집안이 비상이고요. 일을 시작한 뒤 아버지 건강도 안

좋아지셨는데, 그것도 왠지 저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요.”


그 말 끝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묻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저도 그 옆에서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겉으로는 강해 보였지만, 속은 누구보다

조심스러운 마음.


그 선생님은 학생 지도에 있어선 베테랑이었고,
동료들 사이에선 언제나 배려 깊은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밤,
한 사람의 마음속 무게를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지금 이대로도 정말 멋지게 하고 계세요.


“빈말 아니에요. 지난 3개월간 함께 생활하면서 저는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수없이 느꼈어요.”


그 말과 함께, 제가 종종 꺼내 쓰는 오래된 말 하나를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 그림자 보고 자란다.”


시대가 달라지고, 교육 방식이 바뀌어도 교사의 관심과 사랑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가장 큰 울타리이자 등불입니다. 선생님들 반 아이들, 학기 초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훨씬 더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성적표의 숫자가 다 말해주지는 않지만, 함께한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지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향해 걸은 걸음만큼, 아이들도 선생님들을 향해 마음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매일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이 수업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들어섭니다.


정말 마지막은 아니더라도, 그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그게 바로 제가 믿는 ‘행복’입니다.


그래서 그날 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선생님들이 하고 있는 고민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 무게는 때로 힘들 수 있지만, 동시에 인생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선물이기도 해요.”


저 역시 완벽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저도 때로는 고민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먼저 겨울을 밟아본 사람으로서, 이 길을 따라 걷는 후배 선생님들에게 덜 외롭고, 조금 덜 낯선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절대 혼자 끌어안지 마세요.
필요할 땐 꼭 용기 내서 말해주세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교사의 능력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날 밤 제 핸드폰 배경화면에 있던 문구를 조심스레 보여드렸습니다.

행복이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으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말이 그날의 대화를 따뜻하게 마무리해주었습니다.


다음 편 예고
[3편] 함께 있어주는 시간, 그 이상의 위로
말보다 더 깊은 위로는, 같은 시간에 함께 서 있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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