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해서(6)

- 통화는 짧게, 용건은 간단히

by 영쓰

월요일 점심, 잠깐의 통화


이번 주말은 좀 바쁜데

다음주 오전 8시요?

음~ 얘기해보고 말씀드릴게


외부 거래처와 미팅 일정을 잡듯

아버지와 주말 약속을 잡는다


떨어져산지 3년 째

점점 더 짧아지는 통화


캘린더엔

이번 주 업무 스케쥴 업데이트와 함께

'아버지 집 방문'이라고 적어 놓는다


가족을 만나는 일이

주말 스케쥴이 된다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다

'귀찮음'을 공감하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

"가족은 행복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이 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분명히 좋다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고

빵과 커피를 먹고

3시간이 훌쩍

왠지 별 건 없지만

빨리 가야만 할 것 같아 들썩이는 엉덩이


가족 식사에 '용건만 간단히'라는 말이 적용 돼 버린다.

"얼른 먹고 가서 쉬어야지"라는 어른들의 말을

넙죽 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집에 가는 차에 올라타서야

오늘의 가족 식사 스케쥴이 끝난다.


그러고나면, 우리는 또 다시

두 가족이 된다.


"그래도 오늘 다 같이 만나니까 좋다!"

"그래, 뵐 수 있을 때 봬야지~"

"근데 다음주는 또 어쩌지?"

"내가 말씀드려볼게, 다음주는 좀 쉬어야지"


알면서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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