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해서(5)

걱정도 팔자다

by 영쓰

나에겐 병이 있다.

걱정병.


걱정없이 하루를 보낸 날이면

마치 생각없이 하루를 보낸 것만 같아서

잠자기 전 오늘 하루를, 다가올 내일을

의무적으로 걱정한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누군가는 코인으로 미래를 사고

누군가는 좋은 사업아이템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몸테크로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동안

난 오늘 볼 넷플릭스를 뒤적거리고 있다.


41년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두 번째 은퇴 번복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나

내용이 어려운 영화, 심오한 드라마는 쏙쏙 피해서

되도록 킬링타임용 예능으로.


오늘 출근한 나를 위해

치킨도 하나 주문하고


잠자기 전엔 걱정까지 잠재워 줄

유튜브와 게임 동영상


그리고 다시 걱정과 함께 출근.




출근을 하면, 새로운 회의가 시작된다.

주제는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요즘 사람들은 가르치는 메시지를 싫어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거 말야.”

물론이다!


“뭐든 그냥 해봐! JUST DO IT!”

그래서, 뭘 해야되는건데?


한 땐 울림을 주고, 동기부여 시키던 메시지들이

요즘엔 부담으로 다가 올 수 있으니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해야할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할까?

나도 어떻게 살고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잘 사는 것에 대해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어떤 선배가 말했다.


"너무 멀리보면 지쳐, 오늘을 잘 보내면 돼.

오늘 감사했던 일, 행복했던 일을 매일 10가지씩만 써봐.

꽃이 예뻐서, 날씨가 좋아서, 잠을 잘 자서, 점심이 맛있어서.

아주 사소한 거여도 괜찮아."


그러니까, 오늘의 나는

수 십년 뒤의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을 충분히 잘 보냈음에도,

오늘 출근을 잘 했고, 퇴근 후 맛있는 걸 잘 먹었음에도.




되돌아보면, 내가 했던 걱정의 크기에 비해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다.

잘 해냈고, 그때마다 조금씩 성장했다.


작게나마 행복했던 것들, 잘 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 할 일.

오늘 볼 예능.

오늘 먹을 저녁.

오늘 함께할 사람.


너무 먼 걱정을 앞세우기엔,

오늘이 꽤나 좋은 일들로 꽉 차 있다.


그러니, 언젠가 또 다시 나타날

걱정병과 싸우고 있을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길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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