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팔자다
나에겐 병이 있다.
걱정병.
걱정없이 하루를 보낸 날이면
마치 생각없이 하루를 보낸 것만 같아서
잠자기 전 오늘 하루를, 다가올 내일을
의무적으로 걱정한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누군가는 코인으로 미래를 사고
누군가는 좋은 사업아이템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몸테크로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동안
난 오늘 볼 넷플릭스를 뒤적거리고 있다.
41년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두 번째 은퇴 번복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나
내용이 어려운 영화, 심오한 드라마는 쏙쏙 피해서
되도록 킬링타임용 예능으로.
오늘 출근한 나를 위해
치킨도 하나 주문하고
잠자기 전엔 걱정까지 잠재워 줄
유튜브와 게임 동영상
그리고 다시 걱정과 함께 출근.
출근을 하면, 새로운 회의가 시작된다.
주제는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요즘 사람들은 가르치는 메시지를 싫어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거 말야.”
물론이다!
“뭐든 그냥 해봐! JUST DO IT!”
그래서, 뭘 해야되는건데?
한 땐 울림을 주고, 동기부여 시키던 메시지들이
요즘엔 부담으로 다가 올 수 있으니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해야할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할까?
나도 어떻게 살고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잘 사는 것에 대해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어떤 선배가 말했다.
"너무 멀리보면 지쳐, 오늘을 잘 보내면 돼.
오늘 감사했던 일, 행복했던 일을 매일 10가지씩만 써봐.
꽃이 예뻐서, 날씨가 좋아서, 잠을 잘 자서, 점심이 맛있어서.
아주 사소한 거여도 괜찮아."
그러니까, 오늘의 나는
수 십년 뒤의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을 충분히 잘 보냈음에도,
오늘 출근을 잘 했고, 퇴근 후 맛있는 걸 잘 먹었음에도.
되돌아보면, 내가 했던 걱정의 크기에 비해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다.
잘 해냈고, 그때마다 조금씩 성장했다.
작게나마 행복했던 것들, 잘 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 할 일.
오늘 볼 예능.
오늘 먹을 저녁.
오늘 함께할 사람.
너무 먼 걱정을 앞세우기엔,
오늘이 꽤나 좋은 일들로 꽉 차 있다.
그러니, 언젠가 또 다시 나타날
걱정병과 싸우고 있을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길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