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의 '비범함'이 나를 깨울 때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1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흑과 백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구도, 넷플릭스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미션들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 역시 그 열풍에 동참했고, 지금은 이어지는 시즌 2를 보며 여전히 그 긴장감과 몰입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맛있는 요리'나 '화려한 볼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실리콘밸리에 사는 테크 워커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일종의 '작은 버블' 안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매일 소통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테크 기업 종사자들이고, 우리의 대화는 늘 비슷한 비즈니스 로직과 알고리즘 안에서 공전한다. 심지어 소통하는 방식도 빅테크 특유의 화법, 문화에 많이 젖어들어있다. 또한 안타깝게도 다른 업을 가진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았다.
그런 의미에서 <흑백요리사>는 내게 아주 특별한 창구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고, 심지어 재능조차 없는 '요리'라는 분야에서 정점에 선 마스터들의 철학과 일하는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자신의 일을 지독하게 잘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다고들 한다. 경연의 매 순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요리사들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게도 모니터 앞의 내 일상에 더 큰 동기부여가 차오른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에 온 초기 몇 년간, 나는 NBA, 특히 Golden State Warriors의 경기에 완전히 매료되었었다. 농구에 큰 관심이 없던 내가 Steph Curry의 광팬이 되었던 것이다. 코트 위에서 그가 보여주는 진심과 집요함, 그리고 그 '비범함(Extraordinary)'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쏟았을 무수한 시간이 중계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한동안은 밤늦게까의 그의 과거 경기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가 불가능해 보이는 거리에서 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나는 내 업무에서 마주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묘한 자신감까지 얻었다.
자신의 일에서 동기부여가 예전 같지 않다면, 아예 다른 도메인에서 정점에 선 전문가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의외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분야는 달라도 '명장'이라 불리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공통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1. 기본기에 대한 집착: 최고의 요리사는 재료 손질 하나에 목숨을 걸고, Curry는 매일 수천 번의 단순 슛 연습을 반복한다. 비범함은 결국 평범한 기본기를 비범한 수준으로 반복했을 때 탄생한다.
2. 자신만의 철학(Identity): 그들은 단순히 기술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에 '나'라는 사람을 투영한다.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드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결과물로 답한다.
3. 실패를 대하는 회복 탄력성: 경연의 압박과 경기 중의 위기 속에서도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몰입하는 그들의 모습은, 테크 현장에서 잦은 변화와, 늘 피봇을 해야 하는 나에게 큰 귀감이 된다.
타 분야의 거장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에너지는 우리를 깨운다. 그들의 비범함을 동경하는 마음은, 결국 '나 또한 나의 분야에서 비범해지고 싶다'는 내 안의 열망을 건드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조금 지쳐있다면, 잠시 눈을 돌려 다른 분야 마스터들의 열정에 전염되어 보는 건 어떨까. 그들의 에너지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다시 'Extraordinary'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