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길, 병원 PD가 되기까지

by 편집자H

1.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 정직원이 됐다


대학 4학년, 코로나 시절.

강의, 시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때.

그냥 시간이 남아 도는게 아까워 전공이던 '보건 행정'을 살리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다 종합병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오류 검수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게 시작이었어요.


단순 개발 오류를 잡는 일이었음에도 제 전공과 관련이 있는 일이다보니 아쉬운 점과 더 생겼으면 하는 기능 등 시키지도 않은 피드백까지 꼬박 꼬박 적어내고 있었죠.


병원 입장에서는 제가 다른 아르바이트생들과 조금 다르게 보였나 봅니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개선점을 이야기하고 자료를 만들어 오니 “이 친구는 뭔가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면접 기회를 주셨고, 그 자리에서 정직원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사업팀에 들어가 앱 기획과 콘텐츠 기획, 정부지원사업까지 맡게 됐습니다.


스케치로 앱 기획을 하던 모습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을 시각화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더군요. 그래서 흡연자인 디자이너 동료에게 전자담배 액상을 수업료로 주고 퇴근 후 한 시간씩 스케치(앱 기획 프로그램),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우며 조금씩 디자인의 세계를 알게 됐습니다.




2. 병원 안 쪽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의료 앱 개발을 하는 병원의 IT 부서였지만, 사실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병원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병원 안에서 직접 경험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학병원 홍보팀 영상 담당자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습니다.


영상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어도비 프로그램이 다 비슷하니 난 금방 할 수 있다."

"독학으로라도 완벽하게 해내겠다.”


약속 하나로 면접을 통과했고, 업무 적응 기간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습니다.


대학병원 재직 당시 행사 유튜브 라이브 송출 중인 모습


첫 영상을 완성해 송출했을 때 “재미있다”는 피드백을 받던 그 순간이 저를 병원 PD라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3.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다. 병원 밖으로.


하지만 길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대학병원 계약직 근무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규직 전환은 능력도, 운도, 때도 따라줘야 합니다.


중간에 전환이 한 번 무산되었지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생길 것이란 희망 하나로 버텼고 계약 만료 후 정규직 전환을 앞둔 시점,


그냥 갑자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내가 여기서 남은 인생 평생을 일 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병원 하나 경험했는데 이게 내 경험의 끝이라고?"


모두가 "대학병원 정규직이라는 꿀같은 자리를 마다하고 왜 나가냐" "다시 생각해봐라" 만류했지만 결국 저는 정규직을 포기하고 IT 중견기업의 마케팅 팀으로 이직합니다.


나와보니 알겠더군요.

저는 병원 일을 가장 잘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때마침 운 좋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 저를 좋게 보셨던 교수님이 개원을 하면서 홍보팀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주셨고, 약 1년 동안 영상 기획, 촬영, 편집, 인쇄물 디자인, SNS 운영, 언론 대응

모두 혼자 해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운 좋게 1,2,3차 의료기관을 다 경험해볼 수 있었고

이 경험들이 제 커리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4. 브런치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


현재는 한 종합병원에서 유튜브 채널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을 맡고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순간도 많습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병원 PD로서 겪은 생생한 경험,

병원 유튜브를 만들어가며 알게 된 이야기들,

그리고 이 일을 꿈꾸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팁들을 조금씩 꺼내놓으려 합니다.


병원 현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것들을 솔직하게 기록해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며,

유익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