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해도 승진이 되나요?

우리 회사 뒷담화.

by 서치호

온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는 사건으로 육아휴직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기대하고 고대했던 준이의 초등학교 입학식과 민이의 유치원 첫 등원마저 좌절되면서 다시 일주일간 집에서 꼼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었다. 지금은 드디어 격리가 해제되었고 지난주부터는 두 아이 모두 각각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등교하기 시작했다. 첫째 준이는 누가 봐도 여리고 순한 성격인데 정작 결정적일 때 도전정신과 적극성을 보여주며 의외의 대범한 면모가 드러나고는 한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면 조금은 두렵고 위축될 만도 한데 우리 준이는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릴수록 더욱더 기대감에 부풀어 미지의 세계에 하루라도 빨리 마주하고 싶어 했다. 반면에 막내 민이는 집에서는 큰소리치고 형에게 대들기나 하면서 꼬장꼬장 한 성격을 과시하고는 하는데 실상 밖에 나가서는 샌님도 이런 샌님이 없을 정도로 수줍어하며 낯을 가릴 때가 많다. 두 녀석 다 저마다 학교며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어린 민이는 아침마다 "유치원에 안 갈 거야~" 라며 떼쓰며 일어나서는 겨우 어르고 달래어 유치원 앞에 도착할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는데, 어제부터는 다행히 울음은 그쳤지만, 축 처져서 자포자기했다는 듯한 자세로 선생님께 들쳐 안긴 채 유치원 문에 들어섰다.


이렇듯 저렇듯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아침에 제 몸하나 일으켜 휙 하고 출근해서는 그날 할 일을 상기하고 계획한 뒤 그 하루를 알차게 사용하여 계획했던 일들만 잘 완수하고 마무리하면 되던 일상이 아니었던가. 그때가 참으로 그립고 하루를 살아가기에는 그만큼 더 수월한 적이 있었나 싶다. 요즈음의 나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아이들 걱정만 가득하다. 아침에는 무얼 먹이나. 안 먹으면 어떡하지? 오늘 바깥 기온은 몇 도? 어떤 옷을 입히는 게 낮 활동까지 고려하여 적절하려나. 오후에는 각각 몇 시에 아이들을 하교 및 하원 시키면 될는지. 그다음 스케줄은 또 어떻게 되는지.. 마치 임원 두 분을 모시는 비서실장이라도 된 듯 두 사람의 일정을 요일별로 정확히 꿰고 그날그날의 동선까지 파악하며 움직이려다 보니 몸만 바쁜 게 아니라 머리까지 지끈거릴 지경이다. 실제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편두통을 앓기 시작하였다.


어쨌든 신분이 바뀐 나는 고민거리의 종류와 스케일도 낯설 만큼 달라져버린 일상을 살게 되었다.


이러한 삶 속에서 본래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성취할 수 있을지 갑작스레 의문이 든다. 먼저 본격적인 육아휴직 스토리를 풀어내기에 앞서 나에 대한 이야기, 우리 회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육아휴직을 마음먹으면서 계획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나는 올해로 41살. 외국계 자동차 회사 연구소에서 소음진동 성능 개발 분야의 업무를 수행했던 NVH 엔지니어다. 아니, 1년을 쉬기로 했으니까 '~였다.' 소위 'Fast Track' 이라고하여 잘 나가는 핵심인재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안팎에서 인정받으며 보람 있는 회사생활을 해왔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좋아하는 관심분야에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나는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무척이나 좋아해 왔고 또 동경해왔다. 그 꼬마가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말하자면 그 사연이 길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풀어보기로 하겠다. 어쨌든 어떤 기회와 용기를 통해 내 관심사를 쫓아 자동차 회사로 이직할 수 있게 되었고, 자동차의 디자인에도 매료되어 있었던 나는 그 야말로 운이 좋게 이공계 졸업자였음에도 디자인센터로 입사하여 디자인 분야에서 그 경력을 시작할 수 있데 되었다. 하지만 자동차란 뭐니 뭐니 해도 Performance 를 빼놓을 수 없지 않던가. 멋지고 빠르게 달리고 또 정확하게 돌고, 때로는 조용하지만 기호에 따라 가슴을 울리는 엔진 폭발음을 들으면서 주행하는 그 순간, 자동차만이 운전자에게 줄 수 있는 그 쾌감이 자동차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꽂혀 있을 때쯤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와 나는 성능개발 자리연구소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Career 를 쌓아가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우리 회사를 좋아한다. 내 개인적인 호기심과 탐구욕을 채워가며 성과도 내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요, 평생을 서울 경기 생활권에서 살아왔는데 생활권을 바꾸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자동차 산업군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점이 둘 째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다는 점. 그보다 더 좋은 이유를 댈 수는 없다. 사실 나는 지금 있는 팀에서 막내다. 입사 11년 차인데 후배 사원을 받아보지 못했다. 당연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나보다 선배이고, 동기가 한 명 있는데 그 역시 석사라서 호봉으로는 내 위다. 하지만 일하면서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다. 모두가 서로를 형 동생이라 부르면서 직급을 우선으로 두기보다 마치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업무라는 것을 하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위계질서가 틀어질 만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형이라고 부를지언정 그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 선배 역시 후배 사원만 부려먹거나 하는 법이 없다. 늘 함께 고생하면서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선배가 솔선수범하는 문화가 신기하리만치 우리 조직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팀장님도 내게는 좀 더 나이 많은 형과 같은 느낌이었다. 친한 삼촌 정도라고 생각하면 적절할 것 같다. 내 Career 에 관해서든 업무에 관해서든 무엇이든 말하기가 편했다. 지금 사용 중인 육아휴직 이야기를 2년 전부터 슬쩍 이야기한 것도, 팀장님이 나를 믿고 존중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나 역시도 팀 운영에 있어서 팀장님을 곤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심지어 복직 후에는 내가 선망하는 다른 분야로 팀을 옮겨달라는 부탁까지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물론 팀장님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지만, "팀장님, 이렇게 휴직까지 Support 해 주셨는데, 돌아가면 팀마저 바꿔달라 하니 섭섭하시죠?"라고 여쭈어보았을 때, "뭐 본인 경력을 본인이 찾아간다는데 섭섭하긴 뭐가 섭섭해. 그래도 내 생각에는 지금 Career 가 나쁘지 않으니 옮기는 것보다는 여기에서 자리 잡는 게 본인한테 훨씬 더 유리하다니까." 이런 식의 대답이 오고 갈 뿐이다.


임원 분들 역시 다른 국내 대기업 임원들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내가 입사 전 거쳤던 국내 모 대기업에서는 임원이 평소 움직일 때마다 그 뒤로 뭔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붙는지 사또님 행차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또 식사라도 하기 위해 구내식당에 갈라치면 줄 안 서고 들어가서 누가 또 언제 미리 영양사에 귀띔을 해 준건지 그들이 미리 다 차려 놓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고는 바로 자리를 뜨는 걸 당연시했다. 나도 그때는 그게 자연스러워 보였고 당연한 일 같았다. 명색이 임원인데 그 정도 대우는 당연한 거 아냐하면서..

하지만 우리 회사는 아니다. 사장 아닌 회장이 와도 긴 줄 끝에 서서 차례대로 대기했다가 식판 들고 수저 꺼내고 배식받아 빈자리를 찾아다니다가 겨우 난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퇴식구에 식기 반납까지 스스로 하고 나간다. 비아냥거리는 건 절대 아니지만, 국내 대기업에서는 사내 기사나 방송 촬영이 잡히면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콘셉트 삼아 설정했을 법한 보여주기 식 이벤트 때나 그렇지 않나 싶다.


업무보고 조차도 막말 따위는 거의 없다. 간혹 꾸중이나 심각한 목소리가 나와서 분위기가 싸해질지언정 재떨이가 날아다니거나 소새끼 말 새끼 같은 말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외국인 임원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부터 영어로 욕설까지 난무할 만큼 언어가 능통하지 않은 탓에 회의문화 반강제적으로 점잖을 수밖에 없게 되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회사인데 지금부터 치명적인 단점이 시작된다. 우리 회사는 한국에 세워져 직원들도 주로 한국인 직원으로 구성된 한국법인인데 사장이 주로 미국 본사에서 발령한 외국인 사장이 임명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한국 정세 파악이 부족하고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온도차가 크다. 아무리 젠틀한 말로 직원들을 추켜세우며 어르고 달래지만 모두 하나같이 허울 좋은 말뿐이었다. 결정적으로 직원들을 위하고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하여 임명된 사장이라기보다는 본사의 명령을 집행하고 한국법인보다는 본사를 위한 큰 그림에 우리 회사를 활용하려는 목적 심어진 인사임이 분명하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실제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짧게 짧게 수도 없이 왔다가 사라진 외국인 사장 및 핵심 인사들은 확실히 우리 회사에 득 보다 실을 더 많이 가져다주었다. 얼핏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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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세대 뒤처져 경쟁력을 잃어버린 제품의 국내 출시 및 시장이 원하는 모델의 수입이 지지부진

: 우리 회사가 출시하는 제품들에게서 언제부터인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한국인 Chief Engineer (이하 CE) 가 이끄는 Program 은 성공할 때가 많고 심지어 해외 시장 전용 판매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Program 조차도 한국인 CE 가 맡은 Program 은 그 Contents 가 미래지향적이면서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데, 외국인 CE 가 맡은 Program 들은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때면 이미 시장추종형

제품이 되어버릴 때가 많다. 수입 제품군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이 열광하는 Model 은 어떻게 해서라도 방

법을 찾아 국내에 들여와야 시장과의 신뢰가 형성되고 브랜드 충성도가 형성됨이 당연한 일인데 우리 회사

는 시장이 우리 제품에 열광하면 어째서인지 야속하다 싶을 정도로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많다. 혹여

국내에 들여오더라도 너무 오래 뜸 들이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후

에나 출시하고는 한다.


자동차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회사가 이런 식으로 Business 하다 보니 수익성이 좋을 리가 없다. 갈수록 Market Share 도 줄어들어 이제는 내수 판매량은 예전에 괜찮은 단일 차종 판매량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는 회사의 재정난 악화를 야기시킨다.


2)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직원들의 연봉 삭감을 감행

: 사태가 이지경이 되기 전까지 우리 회사의 사정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일개 직원이 못 보고 모르는 속

사정이 많을 테지만, 우리도 예전에는 국내 자동차 산업군을 통틀어 최다 수출 판매 모델이 있었고, Cash

Cow 도 적잖이 존재했었다.

사정이 안 좋았던 건 오히려 당시의 본사였고, 한국법인에서 이것저것 팔아다 미국 본사나 타 지사 살림을

거들면서 회사의 회계처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우리에게 공개되는 재무보고는 늘 적자였다. 사정이

좋지 않다던지 회사가 어렵다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는 이윽고 전 직원 연봉 삭감까지 감행하였다. 한 번 삭

삭감된 연봉이 아직까지 회복 되질 않고 있으니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3) 진급 없음 / 임금동결 ▶ 희박한 진급률 / 물가상승률 반도 못 따라가는 임금인상

▶ 최악의 진급 적체 / 바닥 치는 직원 평균 연봉

: 직원들 입장에서 악재는 연봉 삭감으로 그치지 않았다. 몇 년간 승진이 없었던 것이 연봉 삭감보다 더욱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놓았다. 두 해 정도를 모두 누락시키더니 그 뒤부터는 진급 예산을 기존 평년의 1/3

이하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50명 정도 되는 조직에 해마다 10명 정도는 진급을 했는데 이제는

해마다 진급자가 3~4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원래 진급해야 하는 인원은 해마다 제 때에 진

급하지 못하는 적체 인원이 두 배 이상씩 늘어나는 격이 되었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 특히 우리 조직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요시하다 보니 진급도 보통 순번대로 차례차례 시켜주었다. 사실 사람들의 성과도 대동소이한 편이라서 순서대로 하더라도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업무상 눈에 띄는 Ace 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많이 뒤처지는 사람도 없으니 조직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았았었다. 하지만 진급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진급 대상자가 모두 진급되지 못하고 반 이상이 누락되어가는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싫어하고 잡음을 싫어하시는 우리 어르신들은 현행을 유지하였다가 결국 입사가 고작 1년 차이인 선후배가 각각 다음 직급으로 넘어가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차가 크게는 4년까지도 벌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속된 말로 '앞에 똥차가 빠져야 내가 지나가지.' 라고 말하지 않던가. 순서대로 하나하나 모두 보내고 나니 나는 나이 41에 아직까지도 대리다. 전후 사정 전혀 모르는 바깥에서 보면 정말 일 못하고 조직에서 낙인찍히고 성과도 바닥이라 능력 없는 만년대리가 된 것으로 보이기에 딱 좋다. 실제로 대학 동기나 전 직장에서 친했던 지인들이라도 만나면 아무 이유 없이 위축되는 건 기본이요, 혹시 "넌 이제 직급이 뭐냐?" 라는 질문이라도 받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다 좀처럼 당당하게 '나는 오래된 대리요.' 라고 대놓고 공개하는 스스로가 놀랍다. 마치 여기 Brunch 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에 나오는 대나무 숲이라도 된 것 마냥 크게 떠들어 놓고는 속마저 시원해져 버렸다.


그런데 과연 이런 내가 육아휴직을 써버리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솔직히 육아휴직을 결정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야 꽉 막혀있던 입사 선배들은 거의 다 진급했고 드디어 우리 동기들의 순서가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쓴다는 말에 승진 협상 테이블에서 나를 떼어두고 논의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1년을 쓴다고 하니 올해 하던 내년에 하던 그게 그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간적으로도 어차피 1년 동안은 얼굴 안 봐도 되니 그만큼 덜 미안해도 되고 또 구시대적 생각이긴 해도 육아휴직이라는 특혜를 누리니 진급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덜 억울하겠지 라며 말도 안 되는 누락 사유를 들이댈 것만 같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회사의 승진 적체난은 극심한 심각 수준이라서 우리 직급 말고도 부장을 제외한 사원이나 차장 직급에서도 누구나 진급 누락 1년 배지는 달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우리 회사는 부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진급 Case 라는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게 꼬여버린 역대급 인사 재난이다.


그렇든 말든 나는 내가 시행하기로 마음먹은 육아휴직을 이제 와서 되물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도 믿고 따랐던 나의 팀장님을 믿고 담당 임원들을 인간적으로 믿어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락된다 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번 더 회사를 욕하고 한 번 더 회사에 실망할지언정 지금의 나는 가족이 최우선이고 사랑하는 두 아들의 아빠 노릇을 일 년 동안 제대로 마음먹고 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외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盡人事待天命 [진인사대천명] 이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작년 한 해 나는 내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올해의 육아휴직은 미리 계획한 것이었고 팀장님과도 공유된 사항이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Program 은 작년에 최대한 마무리 짓고 올해에는 어떤 일도 남겨진 것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맡은 분야의 성능은 이미 개발 완료해 놓은 상태다. 예상컨데 올해 나의 육아휴직 중 내 분야에서 일이 발생한다면 품질문제 대응 및 관리 정도뿐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은 이해 못 하실 수도 있겠다. 우리 쪽 일은 그렇다. 업무가 Program Base 로 흘러가기 때문에 바쁠 땐 일이 엄청 몰리고 한가할 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는 분야이다. 물론 한가할 땐 다른 분야의 업무를 돕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행히 작년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시기를 보냈고 올해는 때마침 농번기와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갑자기 내 자랑 같지만 나는 작년에 바쁜 한 해를 보내면서 괜찮은 Out put 이 나왔고 그 결과 고과도 A 를 받았다. AA 는 아니지만, A 라면 그래도 만족할 만한 점수다. 팀 내에서는 최고점이기 때문이다. 재작년 고과도 A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급에서 누락되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못해서 만년대리인게 아니라고,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상기와 같은 이유로 나는 이번에도 진급에서 밀릴 이유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누락이 된다면 그건 육아휴직 때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어차피 실시간으로 써 내려가고 있는 연재 글이며 나의 현재는 이러한 상황이다라고 알리고 싶다. 또한 독자들과의 약속대로 육아휴직의 궁금증과 걱정 고민거리 또 민낯을 속속들이 공유하기로 하였으므로 나의 진급 향방 또한 공유할 예정이다.


내가 진급을 하게 된다면, 육아휴직을 고민하시는 독자 여러분 중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망설이는 분들께 (바록 처한 상황이 다르고,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정책 또한 다를지언정)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반면 내가 진급에서 누락이 된다면, 앞서 설명한 회사에서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조차 누락이 되었으니 독자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그 부분은 어느 정도 감수하시고 육아휴직을 결정하시라. 라며 한 번 더 고민해 볼 기회를 드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덧 3월이다. 슬슬 우리 회사의 진급자가 발표되는 시기이다. 앞으로 며칠 후 패가 나온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는지 나 또한 궁금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육아에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또한 나의 육아휴직이 시작된지도 벌써 2주가 넘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느낀 점이 꽤나 많고 그 하나하나의 의미가 생각보다 깊다. 그렇기 때문에 진급이 되던 안되던, 지금 나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한 나의 결정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직은 보여줄 것 하나 없고, 계획한 일들도 이제 겨우 준비 단계이지만, 앞으로 이곳에 펼쳐놓을 이야기 들이 방금 말했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근거로써 제시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