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병으로의 전환
젠장. 코로나에 감염되어 버렸다. 바야흐로 코로나의 시대. 금방이라도 종식될 줄 알았던 이 질병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이 2019년 11월 부터 2022년 3월이 지나고 있으니까 벌써 4년차. 그럼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라고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정부와 민간의 온도차가 크다. 반정부주의자는 아니지만, 정부 정책은 늘 내 생각과는 반대로 가는 것만 같다.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되었던 무렵 1번 확진자부터 14번 확진자를 지나 31번 확진자로 확산되던 무렵에는 그들의 동선 하나하나 파악해가며 이게 저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었었는데 지금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웃돌고 있음에도 코로나 확진자조차 격리 없이 치료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코로나는 걸렸을 때의 "IMPACT" 가 다르다고는 하나 내 기억에는 그때도 무증상 감염자는 있었을 만큼 죽을병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3년을 무사히 버텨오던 내가 코로나의 풍토병 화 선언과도 다름없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완화에 맞물려 기어이 그 병에 걸리고 말았다. 준이의 유치원 졸업식, 초등학교 입학식에 맞추어 개시했던 나의 육아휴직이 아니던가. 그 계획조차 이번 감염에 의하여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발단은 둘째 민이었다. 확진 판정 삼 일 전까지만 해도 잘 놀던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았더니 열은 이미 39℃ 를 훌쩍 넘어서 있었고, 병간호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았더니 이내 체온이 40℃ 까지도 넘어버렸다. 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의 심각한 고열이었다. 그럼에도 잘 놀던 아이가 괜찮은 건지 어떤 건지. 혹시나 열경기라도 올라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밤새 따듯한 물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닦아주며 열을 내리는 응급 처치로 간신히 밤을 버텼다. 이런 식으로 이틀 내내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48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정상체온이 돌아왔다. 그렇게 둘째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 두었더니 갑자기 나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토요일 저녁에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면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다가 평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뜨겁게 달구어지는 느낌이 나더니 입은 바싹 마르고 타는 듯한 갈증에 잠에서 깨어난 시각은 새벽 네시 경, 딱 봐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게 심상찮은 열감이 느껴졌다. 체온을 재보니 39.2℃ 였고 COVID-19 에 감염되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서 PCR 검사가 필요했는데 집에 있던 자가진단 키트로는 몇 번을 쑤셔보아도 양성반응이 나오질 않았다. 요즘엔 확진자 폭증으로 검사소마다 검사 대기줄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혼잡하다는데 어떻게 하는 게 가장 간단히 빠르게 검사를 하고 오는 방법일까 고민하면서 절로 날이 샜다. 7시도 안 된 시간, 지금이라도 나가서 그냥 줄을 설까?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가족들에게 동선만 더 겹치므로 가족들마저 감염의 위험에 빠뜨릴 위기였다. 그대로 자리를 뜨는 것이 좋겠다 싶어 새벽 7시 반에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서 보건소로 향했다. 이 이른 시각임에도 네댓 명 정도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분들은 다소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 어른들로 PCR 검사 줄에 서 계셨고 나는 60세 미만에 자가진단 양성반응도 없었으니 신속항원검사 대기줄에 맨 처음으로 줄을 서게 외었다. 9시까지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실시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안내원은 나를 바로 PCR 검사를 대기열 중간에 넣어주었다. 15분가량 대기 한 뒤 PCR 검사까지 마친 후 9시 반쯤 귀가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근육통이 점차 심해졌고, 오한 등 몸살기가 돋았다. 12년 전 나는 신종플루에도 감염된 적이 있었다. 지금 걸린 COVID-19 의 느낌은 딱 그 정도의 질병감이었다. 독감에 걸려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얘기로는 독감보다는 약간 약한 수준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도 치명률이 높은 독감보다는 견디기에 더 수월한 수준으로 보였다. 딱 신종플루 정도니까 심한 몸살감기보다는 좀 더 괴롭고 독감보다는 괜찮은 그 어딘가에 COVID-19 의 질병감이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면 적절할 것 같다. 그렇게 하루를 재택 격리 치료로 버티고 그다음 날 내 체온은 40.5℃ 까지 치솟았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열이었다. 이쯤 되니 슬슬 뭔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든다. 근육통이 더 심해졌고 이제 슬슬 목도 따끔한 것 같았다. 오한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9시 10분쯤 COVID-19 검체검사 결과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확진 판정이 된 것이다.
나의 확진으로 결국 아내와 두 아들은 서둘러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그들을 고양 종합운동장 Drive Through 검사소로 보냈다. 아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차 안에서 대기하게 하는 게 더 수월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9시 반에 도착한 그들은 앞에 70여 대의 대기열을 다 보내고 난 한 시간 반 정도의 대기 끝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아내도 그즈음부터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내는 고열보다는 인후통을 더 호소했다. 그날 우리 가족은 따로 각각의 방에서 격리 요양에 들어갔다. 어린 두 아들은 그냥 거실에서 YouTube Party 를 신나게 즐겼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 뒤 결국 우리 가족은 온 가족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정말 무서운 전파력이다. 우리가 무엇에 감염되었는지까지는 질병관리청에서 알려주질 않았지만 아마도 오미크론일 터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 혹시라도 참고하시라는 뜻에서 우리 가족 개개인의 질병관리 Sheet 를 작성 요약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은 비교적 짧고 강하게 치고 빠지는 느낌으로 지나간다는 것이다. 40℃ 에 육박하는 고열을 48시간 정도 버텨내면 빠르게 정상체온을 찾아 돌아간다. 8세 준이는 고열 외에는 기침조차 없었다. 5세 민이는 고열이 지나간 뒤 목이 좀 쉰 채로 일주일 정도를 지낸 것 같았다. 고열을 버티는 시간 동안 다소 처져있었지만 크게 보채거나 괴로워하지는 않았고 고열이 지나가면 목이 쉬었을지언정 평소와 다름없이 잘 놀고 잘 지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어른은 질병 치레가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길다. 72시간, 만 3일 정도를 고열과 근육통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주변에 걸렸던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증상이었지만 다행히 아내는 근육통은 없었지만 38℃ 정도의 열과 오한이 있었고 기침과 인후통이 특징적으로 두드러졌다. 또한 미각과 후각을 상실했다.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잔기침과 미각 후각 상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가족의 병치레 이후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 중 두 가족이 추가로 온 가족 확진이 되었다. 이들의 증상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훨씬 많은 이들이 코로나에 감염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코로나를 풍토병 화 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 보인다. 그럴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앞으로 감염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Tip 을 드리자면 비대면 진료를 적극 활용하시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 '닥터나우'라는 앱을 활용했다. 아직은 버그나 오류가 많긴 하지만 아쉬운 대로 쓸만했다. 아래 Link 를 첨부한다.
닥터나우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순서를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았다.
◎ 닥터나우 사용 방법
1) 어플 설치
2) 카드 등록 : 코로나 확진 이후에는 '코로나 진료' 메뉴에서 진료부터 처방, 약 제조, 택배로 약 배송까지
무료로 가능하며 등록한 카드로 결제하는 절차는 있지만 결재금액이 0원이다.
3) 코로나 확진 문자 통보
4) 아침 9시 : 진료 시작 시간에 맞추어 어플에 접속하여 빠르게 진료예약을 진행
- 9시 30분이 지나면 '대기 초과' 혹은 '진료 종료' 로 상태가 바뀌면서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
5) 진료예약에 성공했다면 대기
6) 예약한 병원의 의사에게서 전화가 오면 비대면 진찰을 받음
7) 의사가 처방전을 제휴 약국에 전달
: 가끔 오류가 발생되면 내가 직접 내 말림 메뉴에서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해야 함
8) 처방전을 받은 약국에서 약을 제조한 뒤 택배나 퀵서비스 등으로 약을 집까지 배송해 줌
나는 닥터나우를 처음 사용했던 시간이 11시쯤이었고 앞서 말한 대로 그 시간에는 모든 의사의 대기 인원이 30명 초과로 진료 예약 버튼이 비활성화되어있었거나 심지어 진료 종료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동네 병원에 전화하여 비대면 진료를 직접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 절차 역시 아래와 같다.
◎ 코로나 재택진료 중 비대면 진료 방법 (코로나 확진 시 진료부터 약 배송까지 전부 무료)
1) 자주 가는 동네 병원에 전화 : 물론 사전에 진료받은 적이 있어서 환자등록이 되어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됨
2) 비대면 진료 신청 : 전화로 간호사에게 "코로나에 확진되어 비대면 진료 요청드립니다." 라고 구두로 전달
3) 대기
4) 의사에게 전화가 비대면 진찰을 받음 : 전화로 증상을 설명
5)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하고 그 건물의 (보통 가는) 약국에 처방전을 전달해 줌
6) 자주 가는 동네 약국에서 전달받은 처방전으로 약을 조제
7) 조제약을 퀵으로 집까지 배송
※ 7) 의 조건은 동거가족 모두가 확진되어 전원 격리 상태로 약을 대신 수령할 가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
확진 이전의 동거가족이 있다면 가족이 대리 수령해야 함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들 중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와 같은 설명을 하였고, 필자는 닥터나우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히며 광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이렇듯 코로나의 확산세를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금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며 혹시라도 감염되었을 경우 조금이라도 편하게 질병을 극복하고 모두가 무사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가 코로나를 풍토병으로써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뚜렷해진 지금, 개개인이 현명하게 이 질병을 극복해야 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경험자로서 우리들 대부분은 무사히 이 질병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사람마다 기저질환이 다르고 개인차가 물론 존재함으로 이렇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위와 같은 정보로 미리 대비한다면 조금이나마 이 질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풍토병 화 시키고 결국은 한 번씩 격고 난 후 집단면역이 생성되면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그나마 작은 위안으로 삼길 바란다. 하지만 어제 접한 보도에 의하면 지금의 코로나를 앓고 지나가면 성인의 80% 정도는 항체가 생성되어 면역이 생기지만 영유아의 경우 항체 생성률이 20% 미만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앞서 우리 가족의 경험에 미루어보면 우리 아이들은 질병을 짧고 굵게 흘려보내는 느낌이다. 보도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 아이들은 코로나에 싸우는 능력이 성인보다 강하다고 한다.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강해서 항체를 생성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시 걸릴 확률은 성인보다 높지만 그래도 또 잘 싸워서 이겨낼 능력이 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를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려는 입장에서 찝찝함이 없지 않다.
아무튼 우리 인류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낸 결과 여기까지 왔고 이제 다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할 때인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 모두가 굳세고 현명하게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며, 모두가 무사히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