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이사 도전기

7년 만에 돌아갈 서울, 그 이사의 첫 번째 여정. Step 1.

by 서치호

한동안 찾지 않았던, 아니 찾지 못햇던 나만의 서재였던 이곳 Brunch Cafe 에 한 달여 만에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어차피 지금은 누구하나 별로 찾아주지 않는 곳이지만, 나만의 독백을 늘여놓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이면서 동시에 글을 쓰는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었기에 이 따듯하고 새하얀 바탕지가 여간 그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이 곳을 찾지 못했던 이유는 그 한 달이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날들 보내고왔기 때문이었는데요. 다른 이유도 아니고 정말 시간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며 하루를 한끼 식사로 버티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체력이 바닥나기 직전에서야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내 생각을 적어내려가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죠.


제 육야휴직 기간동안 제가 반드시! 제대로! 해내야만 할 일이 몇 개 있는데요. 그 중 중요도가 높은 Task 중 하나로 "이사"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그 "이사"를 잘 해내는 데에 여념이 없었고, 지금 그것이 완료되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여기에 제 이사 Project 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누군가에게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제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사' 하면 어떤 장면을 떠올리시나요? 아마도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사를 할 때면 으레 이삿짐센터에 의뢰하여 이사를 진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 되었죠. 그도 그럴 것이 주거 형태가 거의 아파트가 많아 사다리차의 사용빈도가 높아졌고, 무엇보다 편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지난 수 차례의 이사때마다 매번 포장이사를 이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째서인지 제가 어렸을 적 우리집 이삿날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왠지모를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했답니다.

그 당시엔 '응답하라 1988' 의 쌍문동과 같은 골목길이 흔했고 그 골목길 안에 자리잡은 수많은 비슷한 집들 중 어딘가에 자리잡고있던 우리집에서 적당히 떨어진 어딘가에 위치한 채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다른 동네에 있는 비슷한 어떤 다른 집으로 이사를 옮겨다니곤 했죠.

이삿날이 되면 아버지께서는 친구들을 죄다 불러모으셨는데 어디선가 1톤 트럭도 구해서 달달달 끌고 오시곤 했습니다. 집에는 이미 수일 전부터 어머니께서 손수 그 많은 짐들을 하나하나 싸고 묶어둔 찜꾸러미가 집안을 가득 채워둔 상황. 이삿날이 되면 아버지께서 불러모으신 친구분들께서 으쌰으쌰 짐들을 들쳐 메고 날라 트럭에 한 차 가득 싣고는 2~30분 쯤 갔을텐데 그때마다 저는 그 용달차 뒤에 짐짝들 사이에 끼어앉아 덜컹이는 용달차 짐칸에서 호루도 없어 훤히 보이던 하늘을 보면서 바람을 신나게 맞고 일탈했던 기억에 피식 웃곤 했습니다. 꼬맹이었던 저야 뭐 힘들일은 없었지만 이사를 직접 진행하셨던 부모님에게 이사란 큰 맘먹고 이악물고 해내야했던 무시무시한 집안일로써 힘들기로 따지자면 어떤 중노동보다도 몇 배는 힘드셨을 테죠.

직접 해본 적 없다고 제가 너무 개념이 없는 걸까요? 그 당시의 이사란 힘들긴 했어도 뭔지모를 로망 같은 게 있었다고 추억됩니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그 죽을 것 같이 힘든 그 이사를 수도 없이 하시면서 매번 손수 하나하나 해오셨음에도 각각의 이사 하나에는 온 마음과 노력을 다해 해내셨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요즘의 우리 모습은 어떤가요? 아침에 출근하면 이삿짐센터에서 알아서 내 짐을 전부 싸고 옮겨다 새집에다 옮겨 놓고 쓱삭쓱삭 대충 청소도 해놓으면 그저 저녁엔 옮겨간 그 집으로 퇴근하는 호사가 적어도 저에게는 왠지 모르게 죄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부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전국민이 다 하시는 포장이사를 비난하는 건 절대 아니고 여기에 올고 그름을 논하자는 것도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제 주관적인 느낌일 뿐, 기분상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그동안 수차례의 이사를 할때마다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했고, 포장이사의 편리함에 늘 엄지를 치켜세우곤 했었죠. 그런데 제 아무리 편리한 포장이사라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100이면 100 그 결과물이 제 마음같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들이 해 놓은 형식적인 정리며 청소는 어차피 죄다 내가 다시 제대로 해야만하는 일이 되어 돌아왔기에 매번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저도 제 집으로 옮겨갈 이사 한 번은 꼭 우리 부모님처럼 내 스스로 직접 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차곡 차곡 다져왔고 지금 그 다짐이 이렇게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10년을 기다려 온 재개발아파트.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입주! 이보다 더 효율적인 선택은 좀처럼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는 오랫동안 다짐했던 일을 감행합니다. 어차피 한 번은 하기로 했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형사고를 치게 됩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셀.프.이.사!!!

그 과정을 표현하자면 한 마디로 '죽을 뻔 했다.' 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무사히 완료했을때, 스스로 해낸 이사가 더없이 뿌듯했고, 무엇보다 새 집에 대한 애착이 더 샘솟는 것 같았습니다. 의도했던 바가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죠. 셀프이사를 한 이유는 단지 어릴 적 향수때문 만은 아니었습니다. 신혼 초기에 살던 빌라가 재개발이 되면서 7년 전 철거를 시작해서 지금에야 그 대규모 재개발공사가 완료되었고 드디어 진정한 내 집으로 입주한 것이기에 마음먹었던 셀프이사를 할 이유가 충분했죠.

그동안 남의 집에 전세로 세들어 산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설움도 꽤 컷었고, 우리에겐 입주라는 목표가 있었으니 신혼때 장만한 혼수들로 버티며 최대한 살림을 늘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그동안 조금은 빈곤하게 살아오기도 한 탓에, '나중에 우리 집으로 입주만 해봐라. 제대로 멋지게 차려놓고 살아줄테다.' 라는 각오같은 것이 우리 부부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해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이사는 기존 짐은 모두 버리고 새집에는 모든 것을 새로 채워넣는 처분이사의 성격이 컷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장이사 몇 군데에 견적을 넣어보았더니, 모든 짐을 꾸려 옮겨다녔던 지난 네 차례의 이사때와 비용이 같았던것이죠. 이럴꺼면 견적은 뭐하러 보는지.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사 견적이란 형식적이거나 더 추가될 비용이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일 뿐 대개 이사 비용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이 옮길 것이 거의 없는 이사임에도 그 비용이 동일하니 말이죠.


결국 이러한 이유들마저 더해져 저는 이번 이사 만큼은 제 힘으로 직접 해보기로 결정합니다. 이번 이사를 직접 진행하면서 작업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그 방법이 어느정도 효율적이었다고 생각되어, 누구라도 생각해 낼 수 있는 별거아닌 노하우지만 한 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ㆍStep 1 : 짐의 구분 및 처분

ㆍStep 2 : 입주할 집의 Inteior Design Make up

ㆍStep 3 : 가구 및 짐 들이기


제가 Planning 한 이사의 세 단계 중 첫 번째인 Step 1 에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짐에 대한 분류로 정의할 수 있어요. 보통의 가정에서 이사 정도의 Event 가 아니면 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는 것 쯤은 누구라도 공감하시겠죠. 그래서 되도록 "이사" 정도의 Big Event 가 있을 때 쓸모없는 것 또는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 역시나 애물단지가 될 것들을 과감히 처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단계에 대한 Tip 은 신애라씨가 진행했던 "신박한 정리" 라는 Program 을 통해 많이 얻을 수 있었는데요,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이번 이사는 정말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 거의 몸 만 가다시피 하는 처분이사의 성격이 컷기 때문에 저는 지난 몇 개월간 마음먹은 '짐의 처분' 을 단칼에 더욱 과감히 감행할 수 있었고 그 중 8할 이상은 당근마켓을 활용하였습니다. 시대를 잘 타고나 지금은 대중에게 활발하게 애용되고 있는 당근마켓이라는 앱을 통해 처분해야 할 대부분의 짐들을 나누거나 팔 수 있었죠. 이 번 이사 동안 제 당근마켓 계정의 체온이 5ºC 이상은 올라간 것 같습니다. ★제가 파는 기술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근마켓 거래의 Tip 아닌 Tip 을 공유하자면 내가 성공한 대부분의 판매는 새 상품의 10~20% 정도 선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여 중고 물품을 팔고자 한다면 너무 높은 값을 불러서는 하염없이 기다리게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렇게 아직 쓸만한 것들을 처분하고나니 너무 낡아서 더이상은 쓰기 힘든 책상, 침대, 거실장 등등의 크고 무거운 가구들이 집안 곳곳에 버티고 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이럴 때, 형제만큼 의지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죠ㅋㅋ 동생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하였더니 이 녀석, 회사에 월차까지 내고는 선뜻 도와주겠다며 와주었어요. 역시 피는 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그 동안 내내 제 마음을 짖눌러왔던 덩치들을 동생의 도움으로 가뿐하게 빼 낼 수 있었습니다. 동생에게는 감사의 뜻으로 맛있는 짜장면을 대접하였고 이번의 모든 이사과정 중 혼자서 불가능했을 파트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다시 한 번 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Brunch Cafe 에 오랜만에 돌아오니 무언가 마음에 안정이 되찾아지는 느낌이네요. 바빴던 그 동안의 일상을 마저 천천히 정리하면서 다시 나만의 독백을 꾸준히 써 내려가 보려합니다.

다시 재회한 첫 날이니 만큼 오늘의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혹시 있을 독자들의 피로감을 위해..)

다음 화에서는 이사의 High light 였던 Step 2 에 대하여 충분히 길게. 그리고 멋진 사진들을 곁들여가면서 작성해 볼 생각입니다.

그럼, 누구인지모를 당신을 다음 화에서 다시만날 수 있기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