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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부장 Mar 01. 2021

28년차_직장 일기

극과 극 성과급

일부 대기업에서 성과급 차등 지불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기사를 최근 들어 자주 접한다.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자들이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의 위치에서 보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있듯이 분명히 회사원 그들 나름의 어려움도 있기 마련이다. 마냥 부정의 눈초리로 보아선 안 된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되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 언론사가 기사화한 어느 전자회사를 보면 십분 이해가 간다.  

    

매출액 및 영업이익 기준으로 10대 기업 과장 연봉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 회사 직원의 연봉은 최하위인 10위였다. 그러나 그에 비해 그 회사의 임원 연봉은 2위였다. 이번에 이 회사 직원들의 감정이 폭발한 이유도 결코 타 회사와 단순히 임금 격차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불합리한 임금 구조에 더 화가 났던 것이다. 그 과정에 뿔난 직원들의 가슴에 기름을 부은 것은 극과 극 성과급 발표였다. 연봉 8000만 원 기준으로 봤을 때 평택 공장 근무 직원은 100만 원을 받는데 반해 창원공장 근무 직원은 최대 3000만 원까지 받는다. 무려 30배 차이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인 회사이고 성과가 많은 공장 소속 직원들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지불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더라고 이건 아닌 것 같다. 필자 또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지만, 같은 해에 입사하더라도 개인의 의사보다 회사의 정책에 따라 근무지역이 결정되고 부서가 결정된다. 물론 최근에는 경력 위주로 채용하다 보니 본인이 강하게 가고 싶은 근무지역과 부서를 주장하면 그렇게 될 수 도 있다. 이렇게 지역 및 부서로 배치된 후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조금 반영이 될 수 있겠지만 그가 속한 곳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당시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좌지우지된다. 이 회사의 경우 창원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평택에서 근무하는 직원과의 성과급 차이가 너무 극과 극인 상황에서 직원들의 내재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창원 지역의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더 길 수는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시간을 봤을 때 하루는 24시간이고 주 52시간으로 국가에서 정한 시간 내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성과급 기준으로 보면 창원 쪽 직원들이 평택 쪽 직원보다 하루 35배를 더 근무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경영진들은 이 발표로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을 예측 못했을까 적어도 이 회사의 경영진들은 최소 20년 이상을 이 회사에 근무했을 텐데 그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의아심이 든다.

필자 나름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을 해봤다.    


첫째는, 경영층은 여전히 직원들이 수년간 회사에서 늘 그래 왔듯이 성과주의에 입각해서 영업 이익이 많은 부서에 많은 성과급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 공지된 산출 로직에 의해 성과급이 결정되었기에 비록 많은 성과급 차이가 나더라도 기존처럼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둘째는, 경영층 입장에서 향후 회사의 미래를 예측했을 때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해야

회사가 보다 큰 성장을 할 수 있고 그러한 성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고 그 자금을 선 확보하는 차원에서 당장 직원들에게 후한 성과급을 주는 것보다 비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이런 차등화된 성과급을 지불했을 것이다 라 고 추측도 해본다.

작고하신 국내 최고 기업 회장님은 “인사가 만사” 라 고 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해도 결국은 사람에 의해 기업은 운영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직원들의 능력과 사기가 그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갑자기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황산벌 전투가 생각난다. 오천의 백제 군사가 오만의 신라 군사를 황산벌 전투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대등한 전투를 벌였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군사들의 마음가짐이었다. 백제는 이 전투에서 지면 나의 가족과 나라가 망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죽음을 각오하고 그 전투에 임했다. 그에 비해 신라군은 숫적 우세로 백제 군사를 우습게 보고 전투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결국은 신라가 한 병사의 목숨을 바친 희생으로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사례만 보더라고 어떤 상황에서 비록 물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더라도 구성원이 일심동체가 되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기업 이야기로 돌아가면 구성원들의 사기를 돈 몇 푼으로 꺾어놓으면 결국 그 기업의 미래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도태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소탐대실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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