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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마끼끼 Sep 05. 2024

[잡동사니]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시애틀과 뉴욕은 퍼시픽오션과 애틀랜틱오션에 접한, 다시 말해 미국의 큰 땅덩어리의 양끝에 위치해 있다. 물리적 거리의 거대한 차이만큼이나 전혀 만날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살다가 같은 시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 두 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해 가는 과정은 우연이라고 치부해 버리긴 아쉽지만 운명이라고 덮어두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결국 너무나 순정만화틱한 여주인공의 이해 못 할 행동에 쉽게 공감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사소한 것에서도 옛 추억을 느끼며 아직도 먼저 가버린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는 분명 여자들의 감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캐릭터일 것이다.(물론 꽃미남 스타일은 아님) 매번 같은 영화의 같은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여자 또한 남자들에게 순진함과 청순함을 어필하는 감성적 캐릭터이다. 게다가 맥 라이언 특유의 귀여움까지 가미되었으니 오죽하랴.

  노라 애프런은 이 작품에서 여성특유의 감성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원래 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미친 짓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자신들이 꿈꿔왔던 로맨틱한 사랑을 택한다.

  여자들의 로맨틱한 상상력은 영화곳곳에서 잘 나타난다. 가령 라디오의 음성을 통해 자신들의 왕자님을 만든다거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마치 실제인양 눈물 흘리거나, 러브어페어에서 했던 것처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꼭대기에서 약속을 정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로맨틱한 상상력은 거창하기보다는 정말 귀엽다. 그만큼 여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말 사소함 속에서 나오는 진실된 모습이었나 아니었나 한다.

  누구든지 여자들이 원하는 로맨틱한 남자가 될 수 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같이 눈물 흘려주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나타나 가벼운 선물을 준다던지, 사소한 추억을 가끔 기억해 주면 그것으로 여자들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게 영화를 보면 느낀 점이다. 물론 이것도 힘들긴 하다. 어찌 보면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정말 힘든 일이다. 어쩌면 이것은 선택된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카를 힐티의 저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는 낭만적인 제목 자체로 인해 한번쯤 읽어보거나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게 되면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성경책 비숫한 것임을 알게 된다. 슬립리스 인 시애틀!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달라서 낭만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착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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