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인가요?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놀아주다가 몸이 따뜻하다고 느껴서 열을 재본 적이 있습니다. 38도가 넘는 열이 있었고 또 한번 심한 감기에 걸려서 약을 달고 사는 일이 있었죠. 심한 기침 탓에 먹는 것도 다 토할 때도 있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날이 며칠 이어졌습니다.
약을 먹는 마지막 날 즈음된 요즘 기침도 거의 다 나았고 기침 때문에 쉬었던 목소리도 돌아온 아이와 주말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보러 만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부모님을 만나러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3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아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할아버지랑 할머니 만나는 길이 왜 이렇게 먼거야?"
차를 오래 타는 것이 불편해서인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루함을 '만나러 가는 길이 멀다'로 표현하는 것을 듣곤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만해도 '언제 오냐', '차 오래타서 힘들다', '불편하다' 정도로만 말했는데 조금 더 깊어진 어휘를 쓰더군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만나서 식사와 커피까지 마신 뒤 저희 가족은 동네에 있는 작은 키즈 카페로 향했습니다. 낮잠을 오래 안 잔만큼 빠르게 체력을 소진시키고 저녁에 일찍 재우려는 의도였죠. 키즈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한참을 놀다 저녁을 먹기 위해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됐습니다. 집에 가자하면 절대 바로 가는 법이 없는 것은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이겠죠. 관심도 안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집어들고는 아직 다 안놀았다며 누구보다 분주하게, 급하게 놀이에 집중하더군요.
"엄마, 아빠 먼저 갈게~"
저희들이 집에 가는 모습을 연출하면 아이도 후다닥 뛰어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엄마 껌딱지라는 부분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왠일인지, 저희를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한참을 설득하고 밀땅하던 순간 아이가 한마디 건넸습니다.
"그럼 저 뒤에 있는 까까 사서 가면서 먹자"
저희가 서 있는 뒷편에 판매하는 간식들이 보였는지 아이가 그것을 무기 삼아 일종의 딜,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집에 가야한다는 이유에서 저희가 단 한번도 간식 이야기를 꺼넨 적이 없었습니다. 저녁 밥을 먹어야하기도 했고 당연한 것에 보상 형식으로 간식을 주는 것도 최대한 하지 않으려는 저희 신념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이가 먼저 자신의 행동에 일종의 보상을 거는 제안을 한 것이죠. 저희 부부는 먼저 협상을 제안한 아이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으로 일단락했습니다.
'아이가 아프고 나면 크더라'라는 말이 실감되는 하루를 보낸 저희 부부. 아프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프면 또 이렇게 아이가 크고 있다는 것을 경험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