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틀 창 May 11. 2023

언더독: 기우

영화 '기생충' (2019)

#오늘의 언더독: 영화 기생충의 기우


4인 가족, 기택(부), 충숙(모), 기우(아들), 기정(딸)의 구성원이다.

4번의 대입 실패 뒤 아르바이트와 각종 부업들을 하며 지내는 20대 중반의 청년이다.

수능 준비를 워낙 오래 해서 웬만한 과목 과외를 할 실력을 갖췄다. 유학을 가게 된 명문대생 친구 민혁의 부탁으로 부잣집의 고액과외를 할 정도로 (물론 위조한 명문대학 재학 증명서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의 성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둥글둥글하고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가족의 가난은 기회의 부족 때문이고 본인의 대입 실패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전에 임하는 '기세'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사장네 과외를 하기전 단란하게 피자박스 접기 알바를 하던 기우네 가족


#왜 언더독인지?


잔인한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언더독일 수밖에 없는 집에서 태어났기에 - 그냥 그게 이유의 전부이다.

언더독의 사전적 의미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사람'이라는 뜻이라는데, 기우에게는 측정할 수 있는 전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링 안에서 얻어터질 자격조차 부여되지 않는 논외의 사람이랄까.


#언더독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혹시 4번의 수능 중에 한 번이라도 대박을 쳐서 박사장네 과외 선생님 취업을 위해 재학증명서를 위조했던 정말 그 학교를 갔었다면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일단 똘똘한 놈이니 어느 정도 장단은 맞춰서 친구들 하는 만큼은 했겠지, 학점도 나쁘지 않았을 거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을 것 같다. 부잣집 딸 다혜 과외하는 거 보면 잘하던데, 아마 영어 과외로 용돈 벌이 쏠쏠하게 했을 것 같다.

주위사람들은 기우의 집안사정에 대해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마치 박사장집에 처음 면접 보러 갔을 때 '심플한' 학부모 연교가 속아 넘어간 것처럼, 기우의 장점은 지금 속해 있는 그룹의 수준에 맞는 척을 잘하는 거니까,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래도 결국은 한계를 느끼는 시점이 언젠가는 왔을 것 같다. 단지 그 시점이 좀 늦춰졌을 수는 있겠지만. 여기가 어딘가 - 사법고시도 없어지는 등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가 아닌가.



#기우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


대체적으로 서글서글하고 사회성이 있는 성격이다.

영화 초반 가족 모두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피자집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어머니 충숙과 새파랗게 어린 피자집 사장집 사장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잘 해낸다. 넉살 좋고 서글서글한 성격이 가난함이 낳은 결과물인지, 타고난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호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철저한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 특히 여동생 기정에 비해서 열등감 자격 지심이 적다. 아직 현실 인정을 못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나도, 우리 가족도 노력하면 좀 더 나은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 꽤나 기특하다.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던, 나는 친구 민혁이 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영화 중반에 온 가족이 사기를 쳐서 취업한 박사장의 부잣집에서 술판을 버리면서 놀다가 급하게 도망을 나오면서 동생 기정과 아래의 대화를 하게 되고 뼈를 때리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기우: 아까부터 든 생각인데 민혁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기정: 민혁 오빠한테는 이런 일이 절대 안 생기지!

민혁과 자기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함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의 그의 표정이 너무 짠해 '기묘한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 20대 초중반의 소년의 범주를 겨우 벗어난 청년이 스스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슴 찢어지는 일일 텐데. 짠해서 응원해 주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 "네 잘못이 아니야"



#영화 속 그의 결말


기우는 영화 내에서 새드 앤딩을 맞는다.


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라져야만 하는 처지가 되고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동생 기정이는 칼에 찔려 죽는다. 본인과 어머니는 살아남지만, 사실 더 지옥이다. 그냥 다 같이 없이 살면서 필라이트와 함께 싸구려 냉동 삼겹살을 먹으면 살았을 때가 나았다.


커리어 내내 빈부격차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왔던 봉준호 감독이 그의 역작 기생충안의 기우 가족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미 그 '갭'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아무리 노력이라는 숭고한 가치로 밀어붙여도 좁혀질 수 없다는 잔인한 현실, 그 자체 일 것이라고 필자는 이해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되고 싶은 이상향과 현실의 결과에 대해 자괴감, 슬픔, 분노를 느끼는 순간이 꽤 많이 있다. 그 뼈 때리는 현실을 알게 된 순간의 우리의 표정은 기정이에게 본인 와 민혁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선의 존재를 들은 기우의 그것과 매우 흡사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을 당하거나, 너무 하고 싶었던 내 꿈이 꺾이거나 하는 등의 상황말이다.


스스로도 나는 안된다라는 것을 아는데 타인을 통해 "너는 안 돼"라는 확인 사살을 들은 바로 그 표정, 너무 공감이 되고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려서, 그리고 영화 속의 결말마저 좋지 못하기에 나라도 무조건 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필자는 기우를 언더독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