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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May 11. 2023

언더독: 소니 바카로와 나이키

영화 '에어' (2023)

#오늘의 언더독: 영화 에어의 소니 바카로와 나이키


소니 바카로, 미국의 중년 남자이며 한 스포츠 용품 회사의 직원이다.

그가 다니는 회사의 이름은 나이키, 현재 전 세계 신발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 공룡 기업, 맞다. 그들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때의 나이키다.

그의 직책은 농구담당 스카우터,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슈퍼스타와 계약하기 위해 매일 전국을 뒤진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들어온 한 대학생 '마이클 조던'.

마이클이 회사의 미래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계약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하지만 꽤 애사심이 있는 편인 회사원인 그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 접근한다.


#그들이 언더독인 이유?



2023년 현재는 한국 시장에서만 한해에 조 단위를 벌어들이는 나이키 지만, 1984년의 그들의 위상은 지금과 퍽 달랐다.

특히 농구화 분야에서는 확실한 탑독들이 존재했었는데 컨버스와 아디다스다. 그들은 각각 54%, 29%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며 많은 NBA의 스타들에게 그들의 농구화를 신기고 있었다, 소니 바카로의 회사 나이키의 점유율은 17%, 러닝화로 시작한 회사이기에 해당 분야에서만 1위를 하고 있었을 뿐, 사업의 다각화를 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철저한 언더독의 입장이었다.


티비만 틀면 나오는 컨버스 농구화 광고들과 이미 힙합문화와 콜라보하여 흑인들 사이에서 쿨한 브랜드로 입지가 확고했던 아디다스의 공세 속에서 소니 바카로와 나이키는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이 사활을 걸고 계약하려 하는 마이클 조던은 대학 시절까지 소문난 '아디다스 빠'였다고 하니 정말 되는 게 하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얻어터지면서도 그들은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판을 뒤집기 위해서.


#소니 바카로의 매력포인트


될 때까지 한다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정말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타 강사 현우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정말 그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에 경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오늘의 주인공 소니가 딱 그 얼마 안 되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이클 조던의 스카우터 데이비드에게 이미 나의 고객은 마음을 굳혔으니 (너네 회사랑 계약할 것은 아니니까) 흔들지 말라는 주의를 받는다. 혹시 선수나 가족을 회유할 목적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굉장히 프로 답지 못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화하는 게 안되면 찾아가는 건 괜찮겠네!

몇 명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또 행동할 수 있을까, 하지만 소니는 그렇게 했다, 마이클과 무조건 계약을 따내겠다는 그는 경주마처럼 목표만 보고 나아갔다. 체면 따위는 진작 개나 줘버렸다. 아주 훌륭한 언더독의 자세다.


또한 그는 자신 보다 우위에 있는 상대를 이 기기 위해 우리만의 장점을 찾아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그 당시로서는 신박한 생각을 했다. 회사 내부의 모두가 컨버스, 아디다스의 장점을 분석할 시간에 그는 '그들이 할 수 없는 우리만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아직 농구판에서 별 볼 일 없는 존재이기에 모든 자본을 투자해서 조던의 이름을 딴, 진정 그만을 위한 신발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꽂힌 아이디어였다 - 그 신발은 '에어 조던'이라는 멋스러운 이름이 붙었으며, 수십 년간 전 세계 신발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대의 장점만 보고 부러워할 시간에 언더독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우리만의 장점을 찾는 자세, 그것도 참 매력적이다.


#영화 속에서 그들의 결말


해피엔딩이다.


컨버스, 아디다스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을 따낸다.

승산이 거의 없어 보였던 싸움에서 이긴 거다, 판을 뒤집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에이전트 뺨치는 협상력을 갖춘 마이클의 어머니에 의해서 앞으로 에어 조던에 의해 발생하는 수익을 일부를 꼬박꼬박 지급하겠다는 그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야만 했지만 조던 패밀리와의 동행은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신발은 신발일 뿐, 내 아들이 신기 전까지"라는 명대사를 날리며 협상을 주도하는 마이클의 어머니, 그는 아직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주저 없이 그의 어머니를 꼽는다.


출시 1년 차에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에어 조던은 현재 단순한 농구화 모델이 아닌, 미국이 배출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22년에는 5조 이상을 벌어 들였다고 한다...!). 나이키도 그 신발과 함께 승승장구하여, 2003년 과거 자신들을 깔아뭉개던 컨버스를 사버렸다.


소니 개인적으로도 계약을 따냄으로써 엄청난 희열을 맛봤으며 큰 성취감을 얻는다. 이후 1994년에 회사를 떠나 아디다스, 리복을 거쳐 스포츠 마케팅계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으며, 농구광답게 미국의 농구 유망주를 위한 ABCD캠프를 설립해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 냈다.



필자는 언더독,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글들을 꾸준히 쓰면서 하나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그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고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인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창피해서 외면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조롱&비난이 두려워 그냥 조용히 입을 닫고자 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소니는 본인과 몸담고 있는 회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우리는 언더독의 입장이라고 빨리 인정했다. 그런 그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내외부의 시선들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매우 건설적인 고민의 단계로 넘어갔다 - 이것이 나이키 신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회사원이기에, 집단의 구성원들이 불편해할 만한 우리 회사의 부족한 점을 들추어내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알고 있다. "왜 이렇게 나대냐, 어떻게 하나 보자"라고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을터이니 본인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웬만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다면 시작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결국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들은 그들이다. 마치 소니가 해낸 것처럼 말이다.


모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언더독들을 리스펙 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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