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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May 11. 2023

아웃사이더: 승민

영화 '건축학 개론' (2012)

#오늘의 아웃사이더: 영화 건축학 개론의 승민


올해 갓 스무 살이 된, 건축학과 1학년 신입생이다.

정릉 토박이다.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알정도로.

시장에서 순댓국집을 하는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속 썩이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의 대학에 한 번에 합격한 어머니의 자랑이다.

순수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연애의 연자도 몰랐던 것 같고, 대학 입학 후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타과생 서연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가 아웃사이더인 이유


여느 갓 스무 살이 된 한 공대 남학생이 첫사랑을 만나면서 겪는, 자신감 부족, 연애기술의 부족, 적극성 부족으로 인하여 아웃사이더라고 불릴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확실한 '인사이더 이자 탑독'인 라이벌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건축과 선배 '재욱'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압서방 (압구정, 서초동, 방배동에 사는 사람들)의 일원이자, 평생 써도 다 못쓸 것 같은 1G 신식 컴퓨터도 있고,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는 잘난 놈.

더군다나, 키도 크고 잘 생겼다. 서연이 말하기에 방송반에서 재욱을 안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고 하며 자신도 그들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인사이더 재욱의 인성이다.

승민과 그의 친구에게 여자 꼬시는 법은 취하게 해서 침대에 눕히면 그걸로 끝이라고 한다. 자신의 잘남을 믿고 여러 여자와 즐기며 순진한 새내기 상처 입히는 그런 놈이다. 그런 재욱은 서연도 언급하면서 언제든지 자신의 고급 자취방에 끌어 들일 생각을 한다.


서울 변두리 출신이고, 편모가정의 어려운 형편에서 노력해서 명문대 공대 건축과에 입학한 승민은, 재욱과 자신의 신분적 차이에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영화 속에서도 그런 모습이 여러 번 묘사된다.



#그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


간단하다, 건축한 개론을 본 사람들 중에 '승민이 못난 놈이다, 나쁜 놈이다' 하는 의견이 종종 있어, 그에 대해 변론을 하고 지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비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서연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힌트를 많이 줬는데도 그 맘을 몰라줬기에 답답하고 바보 같은 놈이다.

2. 종강 파티 이후 재욱이 술 취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데리고 그녀의 자취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심지어 이건 강간 방조죄이기도 하다.

3. 그 사건 이후로, 의도적으로 서연을 피하고,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이제 좀 꺼져줄래?"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상처를 줬다.

4. 그 이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말하며 '쌍년'이었다고 지칭했다.



위의 사실만 들으면, 승민도 잘한 것 하나 없는 못난 놈이 맞다. 하지만 그를 위한 변론을 좀 하자면,


첫 번째, 우리 모두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이성적으로 좋아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우리는 모두 미성숙한 대처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배웠고 성장했을 것이다. 인생 N회차가 아닌 이상 이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또한, 서연은 자기 입으로 재욱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같이 자취방에 들어가는 것도 보았다. 그 상황에서 서연을 너무 좋아하는 자신과 서연을 좋아해서는 안 되는 현실을 매치시키기 위해서는 승민은 그를 찾아온 서연에서 "꺼져줄래"라는 대사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겐 서연은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물론, 승민은 그 후로 자다가도 저 순간이 생각나 이불을 걷어차곤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그의 행동을 변론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첫사랑을 '쌍년'이라고 두고두고 이야기했던 것, 너무 불쌍하고 힘들었던 스무 살의 자신에 대한 방어기제로 어쩔 수 없이 했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좋아하는 여자애들 괴롭히고 안 좋게 이야기하는 유치원아이들의 심리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너무 유치하다고? 첫사랑부터 쿨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나. 있다고 한다면 가식이 아닐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인사이더인 적이자 빌런인 재욱에게 가야 할 비난이 승민에게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잘못되었다고 보기에, 가뜩이나 첫사랑에도 실패하고 상심했을 승민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이렇게 적어본다.


#영화속에서 이 아웃사이더의 결말


그렇게 승민과 서연의 스무 살이 지나고, 각자 남남으로써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승민은 군대도 다녀왔을 것이고, 대학을 졸업해 건축관련된 일을 시작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오다가 한 건축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중, 같은 회사의 '이쁘고 착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기로 한다.

스무 살의 찌질했던 승민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을 거듭하여, 꽤나 건실하고 생각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란 모습이다.


서연은, 전공인 피아노는 그만두고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하다가 여의치 않자 직업이 의사인 남자를 만나 결혼과 이혼을 거친 후 고향인 제주에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내려와 살집을 의뢰하기 위해 승민의 회사를 찾아간다.


그렇게 재회한 둘은, 미묘한 감정을 느꼈으며, 수십 년 전에 못했던 고백인, "사실은 너를 좋아했었어"라는 말을 주고받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아웃사이더였던 승민의 삶에도, 그 아웃사이더에게 본의 아니게 큰 상처를 주었던 서연의 삶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번화의 주인공 승민은 아주 중요한 점을 알게 되었다.


'그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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