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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May 11. 2023

언더독: 상환

영화 '주먹이 운다' (2005)

#오늘의 언더독: 영화 주먹이 운다의 상환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으며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가끔 집에 온다.

아버지와의 관계? 웬수보다 못하다, 어머니는 안 계신다, 그래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할머니의 존재가 있다.

19살이다, 쌩양아치 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따위는 다니지 않는다. 패싸움과 삥 뜯기가 기본 하루 일과다.

큰 패싸움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게 되자, 동네 일수쟁이 노인의 돈을 훔치려다가 강도사고를 벌이게 되고 그 일로 소년원에 수감된다.

교도소에 갔다고 사람이 갑자기 바뀔리는 없다. 자신에게 시비를 걸던 권투부 에이스 권록과 한판 붙고, 이걸 눈여겨본 교도주임은 권투부 가입을 권한다. 권투는 상환에게 인생 처음 느껴보는 긍정적인 의욕이고 성취감의 원천이다.



#상환은 왜 언더독인가?


집이 부유하지는 않지만, 아주 미친 듯이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언더독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라온 가정환경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의 직업,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여느 가정처럼 부모님이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소소하게 웃을 날이 많은 그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아무리 타고난 양아치 성향이 있는 상환이라도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갔을 수 도 있다.

누가 아는가 공부든 운동이던 뭐든지 잘하는 것을 일찍 발견 후 그쪽으로 잘 풀려 인생의 진로도 일찍 찾았을지. 그럼 적어도 10대의 마지막해에 징역 5년형을 받는,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철저히 열세로 시작하는 일은 없었으리라.


#이 언더독의 매력 포인트


매우 솔직하고 숨기는 것을 못한다.

자신의 신세와 불공평한 세상을 때려 부수고 분노도 - 물론 이건 숨겨야만 하는 솔직함이다, 실형을 받음으로써 죗값 치르고 있다, 세상 쌀쌀맞게 대했던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다가 돌아가셨을 때의 충격도, 유일한 자신의 편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돌려 폭포처럼 쏟아내는 눈물도, 이 모든 것을 숨기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악동 같으면서도, 동시에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 같기도 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함을 가진 사람들의 매력, 절대 무시할 수 없다 - 영화 속 상대역 '태식'을 연기한 최민식 배우도 상환역의 류승범 배우에 대해 소년과도 같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배우라고 묘사했다.



또한, 독하다.

쌩양아치로 살았을 땐 그 독함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소비했다면, 복싱을 접하게 되고 쓰러진 할머니를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을 한 이후 그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비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인한 독함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독함을 갖춘 상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복싱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인왕전 결승에 진출한다. 또한, '링 위에서 쓰는 참회록'이라는 타이틀로 신문 1면을 장식하여 희망의 아이콘이 된다.



19살에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는 현실은 암울하디 암울하지만 필자는 상환이 갖춘 이 두 가지 장점을 잘 써먹는 다면 5년형이 끝나고 사회로 돌아간 24살의 그의 삶은 분명 긍정적인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영화 내에서 이 언더독의 결말


해피엔딩이다.


신인왕전 결승에서 전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 리스트 출신 태식과 만나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각자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한 인물들이기에 한 치의 양보가 없다.


마지막 6라운드까지 끝난 후 두 사람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고, 심판들을 포함한 그 사합을 본 모두는 둘 중에 누가 이겼는지 따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인 지라, 판정을 거쳐 2대 1로 오늘의 주인공인 언더독이 승리를 거둔다 - 주먹이 운다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바로 이 장면을 위해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까지 했다.


링에서 내려온 그가 첫 번째로 달려간 곳은 할머니가 있는 관중석, 가서 서로 울면서 부둥켜안는다.

그 모습에서 가족들의 속만 썩이던 쌩양아치 상환은 없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모습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책임감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중에서도 이 세상 으뜸가는 가치인 가족에 대한 책임감 말이다. 할머니는 부모에게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하고 자란 그녀의 손자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고, 이번 언더독 시리즈의 주인공 상환은 복싱이라는 그만의 방법으로 보답을 했다.

가족이 서로에게 느끼는 책임감은 사회에서 말하는 그 책임감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바로 무궁무진한 사랑이 바탕이 된 다른 차원의 책임이랄까.


특히 조부모와 손자, 손녀의 관계는 더욱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들 한다.
자신들이 직접 낳은 바로 아랫세대인 자식들에게는 오히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바라는 것이 많을 수 있지만, 그 자식세대가 낳은 다음 세대는 어느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그들에겐 뭘 해도 마냥 이쁘고 좋아 보이는 '강아지 같은 내 새끼들'이기 때문이다.


상환의 할머니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 까지 간 손자를 주변사람들에게 그렇게 자랑을 하고 다녔다. 이것이 바로 바라는 것 없이 주는 숭고한 사랑이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랑은 오늘의 언더독이 정신을 차리고 살아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조부모의 손에서 자란 필자는 이런 부분에서 더욱더 감정이입이 되어 그에게 마음이 갔다.



너무 식상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상환의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유튜브 '무비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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