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 (2010)
하버드에 다니는 마크 주커버그,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다.
그는 그녀에게 보스턴 대학교 같은 곳을 다닌 다는 둥, 누구랑 자서 이 술집에 들어온 거 아니냐는 둥 상식 밖의 언행을 해 대차게 차인다.
원래 그런 소시오패스 같은 애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차인 게 너무 억울해서 기숙사에 돌아와 그녀를 비하하는 포스팅을 시원하게 올려버린다. 역시 사회부적응자! 더 나아가 그는 심심해서(?) 학교 기숙사 홈페이지를 털고 그 안의 여학생들 얼굴로 월드컵을 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 이 사이트는 대박이 났다. 똑똑한 애들도 별수 없는 남자들이었다.
이 일로 학교에서 정학을 먹은 마크, 그런데 그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밍을 본 선배 윙클보스 형제가 접근해 하버드 학생들만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오늘의 아웃사이더는 자신의 인성을 더욱더 과시한다 - 그들의 아이디어만 가로채 다른 친구 왈도에게 투자를 받아 현재 메타의 초기 버전인 '더 페이스북'을 만든다, 오픈하자마자 초 대박이 난다.
20대 초반에 벌써 이 정도의 또라이 같은 필모를 쌓은 마크는 확실히 인성적으로 아웃사이더가 분명하다.
왜 주위를 보면 그런 사람들 가끔 있지 않은가.
- 인성이 바닥인데 잘하는 게 딱 하나 있어서 그걸로 인정받는 사람
- 일도 잘하고 돈도 많은데 왠지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
- 사람을 아무 감정 없이 물건처럼 대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을 함축시킨 엑기스 같은 남자가 바로 마크다.
모든 사람들에게 안하무인 한 태도와 배려 따위는 없는 말투, 아무렇지 않게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동업자를 배신하는 모습은 저게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그에게는 프로그래밍 실력과 더불어 엄청난 능력이 있었으니 - 사람들의 니즈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눈이다.
대학생, 청춘들의 지대한 관심사는 바로 자신들의 짝을 찾는 것이고 그것을 도와줄 서비스가 있다면 사람들은기꺼이 가입할 것이며 그것이 곧 큰 돈벌이가 될 것을 직감한다.
한편으로는 본인의 사회성이 심하게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천재가 인싸가 되고 싶은 열망을 투영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놓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이렇게 보면 아주 조금 가엽기도 하다.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이건 너무 저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의 아웃사이더 마크는 창업을 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 다 싸운다 - 단순히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각자 변호사를 대동해야만 얼굴 볼일이 생길 정도로 악화된다. 누구의 잘못이냐? 항상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서 결정을 내려왔던 미스터 주커버그 때문!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 '약간의 적을 만들지 않고서는 5억명의 친구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마크가 얻은 것은 약간의 적들이 아니고, 얼마 없는 친구들을 원수로 바꿔버렸다 -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부와 명예를 얻긴 했지만 말이다.
필자는 마크의 성공담(?)을 보면서 딱히 교훈 같은 것은 얻지 못했다. 씁쓸함만 강하게 남았다 - 뭣도 없는 아웃사이더에서 돈만 많은 아웃사이더가 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아, 그런데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한 장면에서 조금의 반전을 보았다.
냉혈한 같던 그가 자신의 욕망에 가려 놓쳐버린 인간관계에 대한 후회와 외로움을 비쳤는데 - 바로 자신을 떠나간 여자친구 에리카에게 팔로우 신청을 한 것 (페이스북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그렇게 안 좋게 헤어진 전 여자 친구까지 가입이 되어있다니!)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던 진국이었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업적을 남기는 데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해야 해
현재에도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VR사업 성공을 위해 독불장군처럼 굴면서 메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마크는 그녀의 말을 잘 되새기며 이번에는 asshole 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ps. 에리카는 이 영화에서 유일한 허구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상의 전 여친에게 라도 배울 필요가 있겠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