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2014) 그리고 '포르토' (2018)
스페인 옆에 있는 작은 나라.
에그 타르트와 문어요리의 나라.
호날두와 벤투 감독의 나라.
이 정도?...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정보가 적은 게 사실이다.
영화판에서도 똑같다, 배경은커녕 언급조차 되는 경우가 잘 없는 와중에 겨우겨우 두 작품을 찾아냈다.
그레고리우스라는 한 중년 남자가 한 여자가 남긴 야간열차 티켓을 가지고 리스본으로 떠나는 내용을 그린 '리스본행 야간열차' - 1970년대 포르투갈의 혁명의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농도의 차이는 좀 있지만 우리의 '서울의 봄'과 비슷하달까.
'포르토'라는 작품에서는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한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서 - '자 우리 포르토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보낸다.
그냥 그게 다다, 그런데 왜 갑자기 언더독의 주제로 포르투갈이냐고?
이번 화에서는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아닌 그 나라 자체를 한번 다루고 싶었다.
그들에게서 뭔가 언더독, 아웃사이더스러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번 시작해 보겠다.
우선 지리적으로 비주류다 - 혹시 어디 붙어있는지 헷갈린다면 구글 맵을 켜보시라.
과거부터 싸움 좀 했던 스페인에 둘러 쌓여있다, 유일하게 맞닿아있지 않는 면은 대서양의 큰 파도가 넘실 거린다 - 기를 펴고 살 수가 있는 환경이 아니다, 가혹하게 시리.
바로 옆에 살던 덩치 큰 이웃에게 시달리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쪽의 바닷가로 눈을 돌린다 - '우리가 살 길은 바로 여기다'라는 자세로 말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억지로 가야만 했던 그들의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항해왕 엔리케, 바스코 다가마등 육지보다 바다가 편한 사람들의 등장으로 아프리카를 넘어 인도 그리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까지 진출했다.
기술력을 갖춘 언더독들은 숨겨왔던 영업본능을 발휘했다 - 전 세계를 상대로 설탕, 향신, 옷감 등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웠고 갑자기 성공의 맛을 본 그들은 선을 넘기 시작한다.
팔다 팔다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노예로 영국과 인도 등지에 매매하기 시작했고, 남미 지역에 소중하게 마련한 그들의 알짜배기 식민지 브라질을 거점으로 대서양 노예 시장의 강자가 되었다 - 원래 찌질했던 애들에게 갑자기 권력이 주어지면 정신 못 차리지 않나.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아싸들의 각성에 자극받은 영국, 네덜란드등의 공세에 바다에서의 영향력을 점점 잃기 시작했고, 그 이후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략 그리고 브라질, 아프리카의 식민지들과 마카오를 잃음으로써 다시 예전의 언더독으로 조용히 돌아왔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그레고리우스가 리스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때 여행에 동반자가 되어준 마리아나라는 여자가 말한다.
그냥, 여기 머물지 않으시겠어요?
포르투갈은 만성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서유럽의 선진국들 사이에서 내세울게 딱히 없는 처지다.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들 사이에서도 top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 한 번이라도 다녀온 여행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 포르투갈을 떠날 때 스스로의 무언가를 뒤에 남기고 떠난다고, 가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그곳에 머문다고.
뉴욕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10년 20년 뒤에도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릴 것만 같은 수수함이 있고.
스페인과 비슷한 것 같으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린 담백한 해산물 요리가 있으며,
프랑스인들 만큼 와인을 사랑하여 자신들의 토종 품종 포도로 만든 포트 와인을 자랑스러워하고,
포르투갈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방인들에게 손짓 발짓으로라도 기꺼이 도와줄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또한 영국만큼의 한 때 화려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으나 '과거 노예무역 범죄 피해에 대해 사과 및 보상해야 한다'라는 태도도 보여준다.
이번화의 언더독들은 최고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굳이 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만 같다.
단지 자신들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매력을 숨김없이 보여줄 뿐이다.
당신이 그들에게 친밀함을 느낀다면 그들은 기꺼이 안식처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포토 & 구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