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3일의 나
만약 이 책의 제목이 <끝과 시작>이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 같다. 하지만 <끝의 시작> 이어서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정해진 기한까지 다 읽은 후 다시 반납하러 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조금은 귀찮은 시스템이기도 하고 직접 구매해서 읽을 책이 아니면 굳이 빌려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쓸데없이 확고한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서점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는 새로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원래 알던 작가의 신간이나 그 작가가 읽은 또는 추천하는 책이기 때문에 굳이 서점에 가서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나도 가끔은 서점에서 충동적으로 계획에 없던 책을 구매하곤 한다. 최근에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가 그랬고 서유미의 <끝의 시작>이 그랬다.
끝과 시작, 끝의 시작. 조사 하나 차이로 그 의미가 너무나 달라진다. 보편적으로 더 익숙한 표현은 <끝과 시작> 일 것이다.
유치원을 졸업한 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한 남자와의 연애가 끝난 후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고 하루가 다 지나야 새로운 내일이 시작된다. 학생들의 졸업 시즌에 “끝은 곧 새로운 시작”,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던 일을 끝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의 순서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시작한 일을 다 마무리 짓기도 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무책임하거나 미성숙하고 제멋대로인 인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일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끝맺음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가장 쉬운 예로 책을 읽는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시작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쌓아두고 이 책 읽었다 저 책 읽었다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미 예상했겠지만 후자이다.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끔 나의 이러한 습관을 공유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그렇다고 하고, 알려진 다독가들 중에서도 여러 권의 책을 같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경우에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동안에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다니고 있는 직장에 사직서를 내기도 전에 다른 직장에 입사 면접을 보는 것은? 이번 휴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음 휴가는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것은?
어떤 일이나 무엇인가를 완벽히 끝내기 전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은 좋게 말해 “멀티플레이어”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모임에서든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용두사미형 인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노트북에 열려있는 창은 너무나 많고 To Do List는 바탕화면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카톡 창의 빨간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심지어 이 글조차 내가 시작할 때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사람은 다 각자의 쓰임이 있는 것일 테니 나 같은 사람들은 자꾸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나 같은 인간들이 벌여놓은 일을 끝내 주기를. 그렇게 세상은 조화를 이루며 굴러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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