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닌 걸 알면서도

샛길 단어로 시 쓰기 9

by 나우히어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어

그날따라 늘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 눈에 들어왔어


시간도 있었고 궁금도 해서

그 길에 발을 들여놨어


조금만 더 한걸음만 더 하다 보니

어느덧 나는 숲 속에 들어와 있네


벤치에 앉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

이제 돌아가려고 일어났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


나무에 표시라도 해놨어야 하지만

숲만 보느라 나는 그러질 못했어


하지만 숲을 나오려고 마음을 먹은 나는


길을 몰라도

길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내가 정한 방향으로 계속 걸었어


걸어 내려오다 보니

차들이 지나다니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

내가 오려던 곳은 아닐지 몰라도

또 아주 틀린 곳은 아니 구나 싶어


숲 속에 두고 온 내 아쉬움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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